김진태 "현행법상 경호 기간 이미 만료… 이미 2번이나 법 개정, 경호처 재량 아냐"
  • ▲ 지난달 29일, 청와대 신용욱 경호처 차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뉴시스 DB
    ▲ 지난달 29일, 청와대 신용욱 경호처 차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뉴시스 DB
    청와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문제 관련 논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이 여사에 대한 경호를 중단할 것을 요구, 형사고발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관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 이희호 여사 경호 문제와 관련해 경호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별도로 설명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 중단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경호처에 최후통첩 공문을 보냈다"며 "현행법상 경호기간이 2018년 2월 24일 만료됐는데도 무시하고 경호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희호 여사 경호 문제가 정치권에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일은 2003년 2월 24일로, 당시 경호기간을 7년으로 규정한 경호법에 따라 2010년 2월 24일 경호가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주도로 경호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법이 통과됐고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가 유지됐다.

    3년 후에도 같은 문제가 재발하자 박지원 의원은 또다시 경호 만기일을 본인이 원할 경우 5년 추가하는 형식으로 입법, 이 여사의 경호 만료기한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입법이 늦어져 이 여사가 각각 16일, 6개월 간 경호 근거 규정 없이 경호를 받기도 했다.

    두 차례의 입법에도 불구, 현행법상 경호 기간 만료일은 지난 2018년 2월 24일이다. 이미 한 달 이상 기한이 지난 셈이다.

    경호 기간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여야는 지난 2월 22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전직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청와대 경호 기간을 늘리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23일 운영위 전체회의가 파행되면서 법안처리가 한 차례 무산됐다. 이 법안은 추가 경호 기간을 5년 더 늘려 퇴임후 최장 경호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3월 22일 우여곡절 끝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같은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막혔다. 김진태 의원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당시 청와대 경호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 6항의 '그 밖에 경호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 규정을 통해 이 여사에 대해 경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 측은 경호처의 경호대상을 3항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어 6항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애당초 경호처장이 경호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대상에 대통령과 그 가족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4조 1항과 2항은 경호처의 경호대상을 대통령(당선인)과 그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고, 3항에서는 경호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다만,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한 경우와 재직 중 사망한 경우의 경호 기간은 그로부터 5년으로 하고,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 기간은 퇴임일부터 기산(起算)하여 10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망 후 5년으로 한다.>

    때문에 청와대가 이날 입장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낀 것은 논란을 피해가면서 국회의 입법보완을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두차례나 이미 법안을 보완한 전례가 있는 만큼 법안 개정을 통한 해법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다만 김진태 의원이 강공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만약 불응시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하겠다"며 향후 강공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경호처장이 지정하는 조항으로 우회해 경호할 것이라면) 법 개정안은 무엇 하러 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두차례 개정이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다시 개정을 시도한다는 점 자체가 관련 법규가 미비함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짐짓 모른체 하며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어 "청와대가 완전히 불법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면, 나도 후속조치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이희호 여사의 삼남 김홍걸 씨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경호처의 재량에 따라 잠시 연장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야당 측에서 미뤄왔기 때문에 (법안이)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그렇게 (법안통과를) 미루고 이제 와서 일부러 시한을 넘기게 해놓고 왜 경호를 계속하느냐 시비하는 것도 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