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최근 한반도 화해 모멘텀 지지 요청”…해외서는 ‘패션좌파 엘리트 주의자’ 취급
  • ▲ 삼극위원회에 참석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왼쪽에서 두번째). ⓒ외교부 제공.
    ▲ 삼극위원회에 참석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왼쪽에서 두번째). ⓒ외교부 제공.
    지난 25일 외교부는 보도자료 하나를 내놨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삼극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에 가서 기조연설을 하고 토론에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외교부는 “임성남 제1차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민간협의체 ‘삼극위원회’ 총회에 참석해 ‘동북아의 변화하는 안보정세’ 세션 기조연설과 패널 토론에 참여해 최근 한반도 정세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소개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위원회는 국제관계 이슈에 영향력이 있다”면서 “임성남 제1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특사 상호방문 등 남북대화를 통해 조성된 남붂 및 북미 정상회담의 모멘텀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임성남 제1차관의 이번 기조연설과 토론 참여는 세계 여론 주도층인 삼극위원회 참석자들에게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평화적 해결 필요성과 이러한 전망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확산시켜 나가는데 기여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임성남 제1차관이 참석한 토론에는 폴라 도브리안스키 하버드大 JKF 스쿨 선임연구원, 웬디 셔먼 前미국 국무부 차관, 존 스칼렛 前MI6 국장, 히토시 다나카 日국제전략연구소(IIS) 원장, 우싱보 中상하이 복단대 국제연구원 미국학 센터장 등이 패널로 나왔으며, 삼극위원회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삼극위원회는 데이비드 록펠러 前JP 모건 체이스 회장이 설립했고, 조셉 나이 前하버드 JFK스쿨 학장, 야스치카 하세가와 다케다 약품 사장, 쟝-클로드 트리셰 前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각각 북미, 아시아 태평양, 유럽 지역 이사장을 맡고 있다”며 “이 단체는 아시아와 북미, 유럽 지역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1973년 설립된 민간단체로, 세계 저명 학자, 전직 정부 인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국제사회 현안들에 대해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의 설명을 떠나 ‘삼극위원회’는 과거 음모론에서 ‘그림자 세계 정부’의 한 축으로 자주 등장했던 국제적 민간단체다.

    ‘삼극위원회’가 자신들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나 홈페이지가 없었던 1990년대에는 이 단체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돌았으나 2000년대 초반 홈페이지를 만들어 회원 명단을 공개한 이후로는 음모론이 크게 줄었다. ‘삼극위원회’ 회원은 별도의 ‘펠로우’를 제외하고 보통 350~390여 명을 유지한다.
  • ▲ 삼극위원회 홈페이지 메인화면. 오른쪽에 태극기가 보인다. ⓒ삼극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 삼극위원회 홈페이지 메인화면. 오른쪽에 태극기가 보인다. ⓒ삼극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2018년 3월 현재 ‘삼극위원회’가 공개한 회원 명단을 보면 홍석현 중앙일보 미디어 그룹 회장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박태호 서울대 교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한승주 前외교장관, 현홍주 김앤장 시니어 파트너, 정구현 서울국제포럼 회장, 김기환 서울금융포럼 회장, 이홍구 前총리,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이신화 고려대 교수, 이숙정 성균관대 교수, 류진 풍산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지애 前아리랑TV 대표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한국 회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또한 ‘록펠러 펠로우’에는 서광현 前네델란드 대사관 1등 서기관의 이름이 보였다.

    이처럼 한국인 회원도 많아서인지 '삼극위원회'는 2003년 4월과 2015년 4월 한국에서 연례 총회를 열기도 했다. 2003년 4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총회 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도 했다. 2015년 4월 총회는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외교부는 ‘삼극위원회’가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진 데 주목했지만, 이 단체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反공화당·反우파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데이비드 록펠러는 카터 행정부 시절 美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함께 1973년 ‘삼극위원회’를 설립한다. 이때 브레진스키는 자신의 지인들인 조지 프랭클린 외교관계협의회(CFR) 뉴욕 집행이사, 타다시 야마모토 국제교류협회 일본센터장, 이후에 美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된 앨런 그린스펀, 폴 볼커 등과 함께 ‘삼극위원회’의 설립을 맡는다.

    ‘삼극위원회’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태평양이 상호 협력을 통해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간의 장벽을 더욱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설립 이후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사람과 자본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 ‘다양성의 존중’ 등을 앞세우며 국가가 가진 주권을 약화시키거나 부정하는 좌파 진영의 주장을 많이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좌파 진영도 ‘삼극위원회’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좌파 진영은 ‘삼극위원회’가 “돈 많고 많이 배운 엘리트 계층이 전 세계적으로 모여 무산계급이 발전할 수 없도록 만들어 영원히 지배하려는 모임”이라고 비난한다.

    좌우 어느 쪽이든 ‘삼극위원회’의 활동이나 국제적 개입에 부정적이다. 외교부 차관이 ‘국제적인 홍보’를 위해 ‘삼극위원회’를 찾았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이해가 가지만 현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트럼프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민간단체를 찾았다는 점은 오해를 부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