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시아프레스 “北어민들, 빈약한 장비에도 거액 벌기 위해 오징어잡이에 목숨 걸어”
  • ▲ 오징어. 북한이 아니라 한국 어민들이 잡은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 오징어 때문에 '과부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징어. 북한이 아니라 한국 어민들이 잡은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 오징어 때문에 '과부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은 집권한 뒤 “물고기를 많이 잡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북한 어획량이 증가하기 보다는 애꿎은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경우만 더욱 늘었다. 특히 오징어잡이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동해안 지역에는 ‘과부촌’이라 불리는 마을이 늘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2일 일본의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를 인용해 북한 동해안 지역의 ‘과부촌’ 실태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함경북도 청진시를 비롯해 동해안에는 남편이 오징어잡이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가정이 많아 ‘과부촌’이라 불리는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어선이 출어한 지 한 달 넘게 돌아오지 않으면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북한에서 출어하는 어선에 허용하는 물품들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이시마루 지로 日아시아프레스 대표는 “북한 어선들은 출어할 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GPS와 한국의 날씨예보를 듣기 위한 라디오 정도는 몰래 갖고 나서지만 무전기도 없고 연료 또한 탈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적게 싣는다”면서 “이런 것이 북한 어선 표류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 따르면, 북한 어선들은 표류하다 다른 선박에게 구조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귀환하려다 표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제가 놀란 것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통신장비도 없이 출어하는 것이 보통인 점”이라면서 “일본에는 5톤 또는 7톤급 소형 목선이 많이 표류해 왔는데 일본 어업 관계자들이 그 목선의 구조를 보고 놀라더라”고 전했다.

    일본 어업 관계자들은 표류해 온 북한 어선을 보면 “이렇게 작은 배와 장비로 500km 떨어진 먼 바다에 어떻게 나갈 수 있느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 따르면, 북한 수산사업소는 군대를 비롯해 권력기관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징어 잡이를 하는 수산사업소는 특정 개인이 군대에 ‘간판료’를 지불한 뒤 ‘인민군 수산사업소’로 위장한 다음 직접 배, 장비, 연료 등을 준비한 뒤 일꾼을 모집해 보내는 형태라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군 수산사업소 가운데는 군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민들은 돈벌이가 되므로 이런 사업소 소속이 되어 고기잡이에 나선다고 한다.
  • ▲ 일본 동해안으로 표류해 온 북한 목선. 발견 당시 백골이 된 시신 2구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목선의 거의 대부분이 오징어 잡이 어선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동해안으로 표류해 온 북한 목선. 발견 당시 백골이 된 시신 2구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목선의 거의 대부분이 오징어 잡이 어선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5톤급 북한 목선에는 보통 5명, 7톤급 목선에는 10명 정도가 타고 조업을 하며, 잡은 물고기의 7%를 근로자에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동해 오징어잡이 배는 보통 출어를 하면 2주 가량 작업을 하는데 2,000~3,000위안(한화 약 34만 1,300원~52만 2,000원) 가량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이 정도 돈은 북한에서는 상당한 거액이어서 동해안을 중심으로 어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징어잡이를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 소속 수산사업소는 장례식 정도만 도와주고 유가족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일본 동해안으로 밀려드는 북한어선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한다. 북한어선의 일본 표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2017년부터 급격히 늘었다고. 때문에 일본 어민과 언론들은 꽤나 당황했다고 한다.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2월까지 일본으로 표류해 온 북한어선이 100여 척에 달하고 발견된 시신 또한 30구가 넘는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일본 일부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어선들에게 무리하게 조업을 강요해 사고가 잦았다는 해석도 내놨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북한이 중국에게 근해 어업권을 팔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 바다까지 나갈 수밖에 없어 표류하는 어선이 많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내부를 확인해 보고, 청진 수산사업소에서 일했던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서 일본으로 표류해 온 북한 선박들의 100% 가까이가 오징어잡이 소형 목선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서라도 오징어잡이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거액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주 안팎의 조업을 통해 몇 년 분의 식량을 구할 수 있는, 100~200달러라는 거액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오징어잡이 외에는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북한 어선이 표류해오고 그 안에서 시신이 발견될 때에는 일본 어민들도 북한 어민들에게 동정심을 많이 가졌지만 이런 사례가 대폭 증가하고 자신들의 어획량까지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게다가 2017년 11월에는 홋카이도의 무인도에서 절도사건까지 생기면서 이제는 경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말과 함께 “정치범 수용소를 제외하면 북한에서 노동력을 가장 많이 착취당하는 계층 가운데 하나가 어부들로,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주민들에게 어업을 허용하지만 필요한 장비나 연료도 주지 않고, 안전이나 사고 대책도 세우지 않고 어업으로 내몰고 있다”는 그렉 스칼라튜 美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의 의견도 곁들였다.

    日‘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소식통을 통해 정기적으로 현지 생필품 가격까지 파악해 통계로 내놓고 있다. 이런 매체가 지적한 북한 어업의 문제점은 한동안 북한 주민들의 인권실태를 파악할 때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