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트럼프, 미주리 연설서 “두고 보자”는 애매모호한 언급…美언론들 “주한미군 철수 암시”로 보도
  • ▲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 보잉 공장에서 열린 감세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 보잉 공장에서 열린 감세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조시 할리’의 모금회 연설에서 “무역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국내 언론들은 이날 美‘워싱턴 포스트(WP)’의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국과의 통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온 뒤 美백악관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美워싱턴 포스트의 트럼프 연설문 보도

    美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설문 가운데 주요한 부분을 원문대로 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저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대한 비판, 감세 정책의 성공에 대한 자랑,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EU, 중국,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 북한 문제 등을 거론했다.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부분은 “감세와 같이 성공한 정책과 달리 제대로 안 된 정책도 있다”는 발언에 이어서 나왔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일본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해 언급한 뒤 “나는 자유무역주의자다. 하지만 나는 똑똑한 무역, 공정한 무역을 바란다”면서 “지금 우리 미국은 다른 나라와 불공평한 무역을 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잃어버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어 “한국처럼 일부 경우는 우리가 그들을 오랜 기간 지원해 줬음에도 그들은 우리에게서 돈만 벌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그들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들이 부자가 돼가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들과의 협상을 결코 바꾸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을 지원하고, 지원하고, 지원했고, 어떤 정치인도 이런 거래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 감세정책 토론회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 감세정책 토론회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트럼프 美대통령.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그는 이어 “지금 우리는 한국과의 거래에서 거대한 무역 적자를 보면서도 그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무역을 통해서 돈을 잃고, 우리는 군사분야에서 돈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3만 2,000여 명의 군인들을 남북한 국경 지역에 배치해 놓고 있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내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 흥미로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어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뒤 북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여기 웃기는 주제가 하나 있다”면서 북한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에 대화를 제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남북한 간의 대화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이후) 북한을 막 떠난 한국 특사단이 와서 ‘김정은 위원장이 당신(트럼프)와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미사일 발사시험도 하지 않겠으니 당신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진짜냐? 그거 좋은 일이네”이라고 답하자 한국 대북특사단은 “당신이 북한에 영향을 끼친 덕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후 그들은 수많은 언론 앞에 서서 나와 대화한 내용을 밝혔다”면서 “그런데 언론들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가짜 뉴스’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 ▲ 지난 15일(현지시간) 美백악관 정례브리핑. 이 자리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 지난 15일(현지시간) 美백악관 정례브리핑. 이 자리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美백악관 “대통령, 주한미군 철수 시사한 적 없다”

    美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설 대본을 보도한 뒤 미국의 많은 언론은 “트럼프가 한국과의 무역 협상이 잘 안 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여기에는 CNN 등도 끼어 있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美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앞세워 무역 협상을 압박했다”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美백악관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6일 美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美대통령이 말하려 했던 핵심은 현 정부가 미국 근로자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과 다른 나라의 무역 및 투자협정 재협상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이 美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 한국과의 무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상호호혜적인 무역이 될 수 있도록 한미 FTA를 개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즉 트럼프 美대통령이 미주리州 모금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분만을 꺼내 곡해하지 말고 전체적인 맥락을 봐달라는 주문이었다.
  • ▲ 2015년 6월 美태평양 사령관에 취임한 직후 방한했을 때 해리 해리스 제독. ⓒ뉴데일리 DB.
    ▲ 2015년 6월 美태평양 사령관에 취임한 직후 방한했을 때 해리 해리스 제독. ⓒ뉴데일리 DB.
    바뀌지 않는 일부 언론 “해리스 사령관이 트럼프 반박”

    “트럼프가 통상 문제를 앞세워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보도한 일부 언론은 “해리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이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다”는 보도도 함께 냈다. 그러나 해리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의 발언 핵심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적화통일이므로 한국과 일본에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해리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이 美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 발언들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제 생각에는 북한과의 대화 소식으로 다들 희망에 차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눈을 크게 뜨고, 어떻게 하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북한에 요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과 북한 간 회담으로 분위기가 매우 고조돼 있지만 북한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며 “미국은 (美-北 대화의) 결과에 지나치게 낙관할 수 없으며, 이 대화가 어디로 갈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이어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로 주민들의 존경과 권위를 얻고 안전하기를 원하고 있고, 자신의 통치 아래 한반도를 통일하고 외부 세계로부터 존중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동맹을 폐기한다면 김정은은 ‘승리의 춤’을 출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지지하며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완벽한 군사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대통령이 명령한다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RFA와 VOA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또한 제한적 대북선제타격, 일명 ‘코피 전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북한이 알래스카를 비롯한 미국을 공격할 때 미국은 이를 완벽히 방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 2017년 4월 언론들은
    ▲ 2017년 4월 언론들은 "트럼프가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고 주장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실제로는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한반도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주장한 것을 트럼프 美대통령이 언급한 것이었다. 사진은 당시 美워싱턴 포스트의 '팩트체커' 기사 제목. ⓒ美워싱턴 포스트 당시보도 화면캡쳐.
    이처럼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은 해당 단락만 봤을 때는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지만 전체 맥락을 보면, 실제 주한미군 철수가 핵심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의 발언 또한 ‘주한미군 철수반대’가 핵심이 아니라 태평양 사령부의 임무와 대비태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위협 및 미군의 대응전략에 대한 설명으로 풀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미국 언론들의 실제 보도는 이럼에도 일부 한국 언론들은 美워싱턴 포스트 기사와 해리 해리스 美태평양 사령관의 청문회 발언 내용이 마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처럼 보도, 해리스 사령관이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박하며 '하극상'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보도 행태는 2017년 4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트럼프가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라고 말했다”며 비난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