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대변인 “미국,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면 전제조건 달지 말아야”
  • ▲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을 대북특사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을 대북특사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 훈 국가정보원 원장을 대북특사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를 주선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런 생각은 미국은 물론 북한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3일 北외무성 대변인이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내놓은 입장을 보면 그렇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이 조미대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며 관련 내용을 ‘성명’ 형식으로 전했다.

    北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미국이 대화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느니,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느니 하는 등의 나발을 계속 불어대면서 희떱게 놀아대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가리켜 “가소롭기 그지 없다”고 비웃었다.

    北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숭고한 민족애와 용단으로 북과 남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과적으로 치르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고 있다”면서 “이에 우리는 평화를 바라는 겨레와 국제사회의 염원을 받아들여 미국과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주장을 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와 운영이 북한 덕분이고, 미국과의 대화 제안도 자기네가 급해서 한 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봐주는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라는 뜻이었다.

    北외무성 대변인은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 간에 평등한 입장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로 해결하는 대화”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되고도 원칙적인 입장”이라는 거짓말도 늘어놓았다.
  • ▲ 한 회의에서 멍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김정은. 미국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 된 듯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회의에서 멍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김정은. 미국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 된 듯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北외무성 대변인의 본심은 중반쯤에 나왔다. 지금까지 미국과의 대화에서 ‘조건’을 건 적이 없으니 트럼프 정부도 그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北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걸친 북미 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 조건을 건 대화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대화 의사를 밝힌 뒤 나타난 미국의 동향은 미국이 우리와의 대화 재개를 달가와하지 않는다고 밖에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北외무성 대변인은 ‘쎈 척’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지만 결코 대화를 구걸하거나 미국이 떠드는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그 어떤 선택에도 다 대응해줄 능력과 의지를 가득 채워놓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北외무성 대변인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드는가 아니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태가 생기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미국은 우리의 대화 의지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치 리비아의 가다피가 죽기 전에 떠든 것 같은 말로 자신들의 주장을 마무리 지었다.

    北외무성 대변인의 주장에 포함된 속내는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매달리면 체면이 서지 않으니 한국이 미국을 좀 어떻게 해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5년 동안 미국과 대화를 할 때면 먼저 숙인 적이 없는데 김정은 정권에 와서 북한이 미국에게 애걸하는 모습을 보이면 평양 내부 불만이 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김정은의 권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