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북특사' 카드 꺼내들자…주변국들도 일제히 개입 시사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내들면서 남북대화 논의에 가속이 붙고 있다. 이에 맞춰 주변국들도 각각 메시지를 내면서 한반도 정세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대북 특사가) 오늘 혹은 내일 가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에서 대북특사를 언급한 것에 대한 부연설명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한 때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김여정 특사의 답방 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대북특사' 계획을 발표함에 있어 굳이 '조만간'이라고 기일을 명시한 것은 대화에 속도를 내려 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청와대는 남북관계 해법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특히 남북 대화를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서는 "봄날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워 한다, 불면 날아갈까 그런 상태"라고 묘사했다. 그런데 이날에는 확실한 계획을 꺼낸 것이다.

    이는 북측의 입장이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대북특사가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승낙해야만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북 특사를 수용했다면, 당연히 북한이 대북 특사를 통해 남한에 전달할 메시지 역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지난달 9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내려보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냈고, 남한의 메세지를 들은 뒤 북으로 귀환했다. 문정인 특보는 "북한 대표단이 한·미 공동으로 작성된 우리의 잠정적 로드맵을 브리핑 받았을 것"이라며 "내 생각엔 그 포괄적 로드맵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합리적 대북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반도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점이 확인되면서 주변국들도 분주히 메시지를 뒤따라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1일, 두마에서 가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 혹은 우리의 동맹국들에 대한 핵 공격 시도는 즉각적인 보복을 부를 것"이라며 "어떤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핵 추진 크루즈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를 압박한 발언이다.

    미국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 국무부 역시 현지시각으로 1일, 마이클 케이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비핵화는 협상이 될 수 없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했다.

    케이비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은 남북한 사이의 관계 진전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과 병행할 수 있도록 최대 압박 캠페인을 통해 함께 협력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의 정부들이 벌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가 했던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개입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카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 하고 김여정 특사 방문에 대한 답방이라는데 뜬금없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수작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홍 대변인은 "아무리 평화의 계기라 포장해도 6.15 공동선언, 10.4합의는 핵심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굳이 보내겠다면 비핵화의 중요성을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군사 안보적 맥락의 절박감을 갖고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송영무 국방장관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 대북특사로 임종석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이 거론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