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냉담한데...文대통령-김영철 ‘美·北 대화’ 공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영철이 25일 美·北 대화의 필요성을 주제로 면담을 가졌다. 만남은 평창올림픽 폐회식 직전인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평창 모처에서 이뤄졌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은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VIP석에서 김영철과 지근거리에 있었지만 마이크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을 대한 것과 같이 인사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만나, “북한이 개회식과 폐회식에 참석해 안전한 올림픽을 치른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은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영철은 ‘미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하자, 김영철은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데 생각을 같이 한다"고 화답했다. 김영철의 발언은, 우리 정부에 미북간 대화의 중개자가 돼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날 면담에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지만 북핵 폐기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김영철에 대한 정부의 과잉 의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의 방남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인 사실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 90여명이 경기 파주 통일대교 위에서 1박2일 밤샘농성을 벌이며, 정부의 대북 저자세 행보를 규탄했다. 그러나 정부는 김영남을 군사작전 도로인 전진교로 인도해 우회 입경시키고, 김영철에게 방탄 소재로 제작된 제네시스 EQ900 차량을 지원했다.

김영철 일행히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로 이동할 때는 신속한 이동을 위해 교통 신호를 변경했으며, 호텔 진입로에선 2차선 중 1차선을 통제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해 한때 도로가 마비됐다. 워커힐 호텔에선 사전 예고 없이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다. 정부는 김영철의 편의를 고려해 한국 기자들의 취재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자들이 호텔에 입장하자 경찰은 김영철이 호텔을 나갈 때까지 기자들이 질문하지 못하도록 에워싸기도 했다.

정부는 KTX 운행에서도 '김영철 전용' 특별 열차를 편성하고 KTX가 정차하지 않는 덕소역을 일시적으로 활용했다. 특별열차 1회 편성에는 평균 1,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을 위한 특별 의전 탓에 일반열차는 10여 분 간 운행이 지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