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김여정 일행 방한 시 22명 숙박비용으로 1억 3,000여만 원 지출
  • ▲ 경기 파주 도라산 CIQ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이동하는 김영철과 그 일행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 파주 도라산 CIQ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이동하는 김영철과 그 일행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의 원흉 김영철 北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의 방한과 관련해 주무 부처로 알려진 통일부가 또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김영철 일행의 이번 방한과 관련해 그동안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 일은 통일부에서 모두 주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1월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남북 접촉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김여정 일행이 방한한 것까지 모두 청와대가 직접 챙기자 세간에서 “청와대가 통일부냐”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언론들은 김영철 일행의 방문과 관련한 업무는 모두 통일부에서 주관할 것으로 예상했다. 25일 오전 김영철 일행이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김영철 일행을 직접 맞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통일부 대변인실에서 도라산 CIQ에 ‘프레스 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이미 국가정보원 등이 ‘프레스 라인’을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김영철 일행과 기자들 사이의 거리는 현송월 일행이나 김여정 일행에 비해 멀었다고 한다.

    통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영철 일행이 통일대교가 아니라 군사용 시설인 ‘전진교’로 우회해서 한국에 들어온 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통일부 측에서는 그의 동선이나 현재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영철 일행이 워커힐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부 소식통은 “25일 오후 3시 현재까지도 김영철 일행의 방한에 대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발표가 없다”며 “아무래도 김영철 일행의 방한 관련 업무는 통일부가 아니라 국정원과 다른 부처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이 나간 뒤 25일 오후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해 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할 때 통일부 공동취재단 기자들도 동행했는데 모두 질문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영철 일행이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 워커힐 호텔이 자랑하는 국내 최고급 숙소 '애스톤 하우스'. 벼랑 위에 있어 한강과 강변 지역이 한 눈에 보인다. ⓒ워커힐 호텔 홍보사진 캡쳐.
    ▲ 워커힐 호텔이 자랑하는 국내 최고급 숙소 '애스톤 하우스'. 벼랑 위에 있어 한강과 강변 지역이 한 눈에 보인다. ⓒ워커힐 호텔 홍보사진 캡쳐.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에 묵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모두 ‘일반적인 객실’에 묵었다”며 “통일부에서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의 숙박비를 밝혔고 다 보도됐는데 당시 일행이 22명이었다. 그걸 들었으면 계산이 될 것 아니냐, 기자는 그것도 계산이 안 되느냐”고 면박을 줬다.

    관련 보도는 ‘뉴시스’에서 나온 것이 있었다. ‘뉴시스’의 지난 22일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 일행이 2박 3일 동안 머물면서 숙박비로 사용한 동안 1억 3,000여 만 원이었고, 교통비는 5,000여만 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뉴시스는 “김여정 일행이 방한 동안 쓴 돈 2억 4,000여만 원 가량을 남북회담본부 일반 예산에서 사용했다”는 통일부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번 북측 고위급 대표단도 김여정 부위원장 일행과 마찬가지로 호텔의 일반 객실에 묵는 것으로 안다”면서 “통일부에서 공식 확인해주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영철이 어느 호텔에 묵는지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밝히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김영철 일행이 워커힐 호텔에 묵을 것이라는 내용은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뉴스1'을 비롯한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이날 김영철 일행이 정오 무렵 워커힐 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찬을 한 뒤 3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평창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날 김영철이 방한한 시점부터 몇 시간 동안 통일부 관계자들과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김영철 일행이 김여정에 이어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에서 묵는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야 연락해 왔다. 아무튼 통일부 대변인실의 공식 해명으로 “김여정 일행과 김영철 일행이 여장을 풀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일단락 됐다.

    "김여정이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에서 묵었다"는 소문이 난 배경은 지난 1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김여정과 오찬을 가질 때 애스톤 하우스 2층 VIP 룸에서 10여 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는 보도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한 언론은 "이낙연 총리는 오찬 시작 30분 전 애스톤 하우스로 와서 직접 동선을 파악했다"고 돼 있다.

    이 소문의 대상인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 능선에 위치한 초호화 별관 객실이다. ‘애스톤 하우스’는 5,280㎡의 대지 위에 연면적 1,413㎡짜리 2층 건물로 돼 있는 빌라다. 1층은 3개의 연회장으로 쓸 수 있는 접객 공간이 마련돼 있고 2층은 침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유리는 방탄처리가 됐다는 소문도 있다.

    ‘애스톤 하우스’에서 1박 하는 비용은 봉사료와 부가세를 빼고도 1,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금을 더하면 1,800만 원에 달한다. 연예인 배용준-박수진, 이시영, 심은하, 김희선 등이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故김대중 前대통령이 당선자 때부터 재직 중 이곳에 종종 머물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