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교수 "노조 순기능 높이고 역기능 개선하는 것이 국정과제 0순위"
  •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지대추구집단 개혁에 일자리 운명이 달려있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겸임교수,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지대추구집단 개혁에 일자리 운명이 달려있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겸임교수,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과 직장 점거 농성이 안고 있는 폐단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노조의 순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금지돼 있는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동관계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학계로부터 나왔다.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서 사업주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치권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토론회에 참석, "과도한 노조의 요구에 사용자가 고용조정으로 대응하고 싶어도 강성노조의 압력과 노동법에 의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대(地代)추구집단 개혁에 일자리 운명이 달려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노동관계법령 상 ‘대체 근로 금지’ 및 ‘직장점거파업 허용’ 조항이,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지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토론회 사회는 윤창현 시립대 교수, 발제는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각각 맡았으며, 양준모 연세대 교수·박기성 성신여대 교수·임종화 경기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대호 소장에 따르면 '지대(地代)'란 본래 토지나 건물의 사용대가, 즉 임차료·임대료를 뜻한다. 토지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화로,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늘어나면 토지소유자의 생산성이 늘어나지 않아도 이익은 증가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어떤 생산요소든 그 공급이 고정돼 있는 것에 대한 보수', '자원의 기회 비용 이상으로 지불된 금액' 등으로 지대(地代)를 정의했다.

    박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지켜져야 할 대원칙은 공정성, 즉 생산을 발생시킨 만큼 임금이 지급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생산성을 과대평가하고 사용자는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양자에게 평가를 맡길 수 없다"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롭게 구인·구직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돼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경직과 지대 제거를 위해서는 노동공급을 독점한 강성노조의 과도한 영향력을 억제해야 한다"며,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과 ‘직장점거파업 금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노조가 갖는 과도한 힘의 근원은 대체근로 금지를 명시한 노동법에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파업에 대응해 대체인력을 쓸 수 없으니 도리가 없다. 그러니 노조가 파업의 'ㅍ'만 꺼내도 협상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는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법 제43조 제1항).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파업 기간 중 일시적으로 대체 인력을 쓸 수 있으며, 근로자가 복귀를 거절할 경우에는 영구 대체도 가능하다. 프랑스도 사업주가 무기계약직 신분의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노동이사제를 처음 채택한 독일도 사업주의 대체 인력 신규채용을 허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노동조합의 순기능으로 사용자 비리 예방과 집단 의사소통 기능 등을 꼽으면서 “최근의 미투운동 같은 것도 개인으로는 어렵지만 노조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역기능이 훨씬 크다”며, “노조의 제자리 찾기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0순위’”라고 말했다.

    한편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대추구 행위는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익을 초래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감소 등의 손실을 발생시킨다"며 지대추구 개혁 방안으로 △재산권 보호 △경쟁 촉진 △규제 철폐 △차별적 특권 부정 및 제도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대표적 기득권 폐해 중 하나로 거론되는 퇴직공무원 재취업과 ‘관피아’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로비스트 합법화를 제안했다. 

    그는 "퇴직관료 재취업으로 인한 지대추구활동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퇴직자의 재취업 제한 및 부정청탁 금지라는 법적 제약만으로 지대추구활동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임 교수는 "공직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 지식을 축적한 인재들의 재취업을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