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틀 연속 ‘전력 감축’ 지시...“전력량 문제없다” 설명 불구, 우려 커져
  • ▲ 경북 경주시 월성 1호기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전체 발전용량 산출에서 제외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경북 경주시 월성 1호기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전체 발전용량 산출에서 제외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로, 난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현장 전력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거래소는 서울지역 수은주가 영하 16도 아래로 내려간 25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전 11시30분까지,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제도’ 참여 기업에게 급전(給電) 지시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9시∼오전11시30분, 오전10시부터 오전 11시, 두 차례에 걸쳐 급전을 지시했으며, 동참 기업은 전국적으로 2,736곳이다. 

    급전지시에 따라 기업이 줄인 전력은 270만㎾. 1GW 규모 원전 3기를 돌려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다.

    앞서 전력거래소는 하루 전인 24일에도 급전 지시를 발령, 기업의 협조 아래 270만㎾의 전력을 확보했다. 

    급전은 기업을 상대로, 전력 사용량 감축을 명하는 비상조치로, 그 형식이 요청이든 지시든 해당 기업에게는 사실상 정부의 명령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강제력을 지닌다.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제도’ 참여 기업은 현재 3천5백여곳으로, 이들 기업은 정부의 급전 발령에 따라 미리 정한 기준만큼 전력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DR제도 참여 기업은 감축한 전기를 전력시장을 통해 판매,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전력 사용을 줄여야 하는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생산차질을,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급전은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 정부 들어 ‘급전 지시’는 과거에 비해 더욱 자주 발령되고 있다. 정부는 올 겨울 들어서만 모두 7차례 전력 사용 감축을 명했다. 지난 여름 2차례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9차례에 이른다.  

    탈(脫)원전을 강행하면서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던 정부가, 1년도 안 돼 무려 9차례나 급전을 지시한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산업현장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전력수요 분석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는, 올 겨울 최대전력수요가 정부 전망치를 벗어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 겨울(2017.12∼2018.2) 최대 전력수요를 8만5,200㎿로 전망했다. 2년 전인 7차 기본계획과 비교할 때 3,000㎿ 적은 수치다. 반면 24일 전력수요는 역대 최대인 8만6,210㎿를 기록, 정부 전망치를 100만kW 이상 웃돌았다. 

    올 겨울 들어 전력사용량이 정부 예측을 넘어선 것은 모두 4차례. 24일의 경우, 급전으로 추가 전력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전력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난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24기의 원전 중 11기가 가동을 멈춘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 원전가동율은,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직후 안전점검이 진행 중일 때도 70%를 유지했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급전 지시로 전력량을 억지 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강행을 위해, 경제성장률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의도적으로 낮춰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성 교수는 지적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은, 경제성장률을 2.5%로 보고 수립됐지만 작년 경제성장률은 3.1%에 달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기초해 경제성장률을 낮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