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골든타임 놓쳤다" 삽시간에 화염 번지는데… 지켜보며 발만 동동
  • ▲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진화가 마무리된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진화가 마무리된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도 인명(人命)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현장 대원들이 보다 신속하게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현장에 도착한 굴절 소방차(사다리차)가 한동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21일 오후 3시 53분경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씨는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제천소방서는 신고접수 7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소방대원들은 현장 도착 40여 분이 지난 뒤에 2층 여성 사우나로 진입했다. 이미 20명이 사망한 뒤였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당시 1층 차량이 불타고 있었고 폭발 위험과 유독가스 등으로 신속한 진입이 어려웠다"며 "결국 2층 유리를 깨고 진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현장 출동 의료 관계자는 "시신에 불에 탄 흔적이 없는 걸 보면 이들 대부분은 질식으로 숨진 것 같다"고 추정했다. 2층 여성 사우나가 화마에 휩싸이기 전, 밀폐 공간에서 유독가스를 다량 흡입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건물 안에 1시간 가량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를 했으나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현장의 굴절 소방차 사다리가 펴지지 않았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목격자들은 처음부터 사다리를 이용한 내부 진입 구조를 시도했다면 인명피해를 보다 줄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민 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사다리를 펴기 위해서는 공간 확보가 필요했다"며 "인근에 주차된 차량 4대를 견인하면서 늦어진 것이지 사다리차가 고장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공간 확보를 위해 차량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소방차 설치까지 30분가량이 소요됐다는 얘기다.

    굴절 소방차 고장 논란에 대해서 이상민 서장은 "사다리차 밸브가 얼어붙어 수리한 것은 맞지만 고장으로 (사다리가) 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굴절 소방차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의 사다리차가 출동, 8층 베란다 난간으로 대피한 남성 3명을 구조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굴절 소방차는 오후 5시 20분경 1명을 구조했다. 만약 민간 사다리차가 나서지 않았다면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방당국과 정부 간 복잡한 보고시스템도 매번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보고와 지시가 반복되고 있는 동안 현장에서는 사망자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이번 제천 화재 참사 관련 소방당국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청와대·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는 신고접수 7분만에 유선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수도권 소방헬기가 이륙한 것은 오후 4시 30분, 영상회의로 진행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상황보고는 5시 13분, 소방차장 상황판단회의는 5시 20분에 이뤄졌다.

    행안부 차관(5시 37분)에서 장관(5시 42분)까지 영상보고가 이뤄진 시각은 이미 2층에서 여성 사망자가 다수 발견된 5시 29분이었다.

    화재 참사 소식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 그리고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라"고 지시하며 김부겸 행안부 장관을 21일 현장으로 보냈다.

    그러나 김부겸 장관이 사망자·부상자들이 옮겨진 제천서울병원에 들어서자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은 "소방관들이 고생한 건 알지만 왜 1시간 동안 건물 유리창을 깨지 못했느냐"며 "유리창만 깼어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다"며 울부짖었다.

    한편,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발생한 가장 큰 인명사고인 점이라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