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도부 총사퇴로 책임정치 실현… 새로운 당으로 변화 예고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오른쪽).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오른쪽). ⓒ뉴시스 사진DB

    똑같은 대선패배를 겪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감은 다르게 받아들이는듯 싶다. 

    19대 대선결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12일 정치권에서는 각 당이 정계개편에 돌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지도부를 이끌고 총사퇴했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며 버티는 제스쳐를 취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책임정치' 몸소 보여준 박지원, '혁신' 싹틀 기반 마련

    15개월동안 원내대표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그리고 당대표로 국민의당을 이끌어왔던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0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라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모습의 당으로 거듭나가자"고 제안했다. 

    이튿날인 지난 11일 비공개 최고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다소 진통이 있었지만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정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인사를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전격 임명한 것을 놓고, 국민의당에 빼앗긴 텃밭 호남 수복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로 내정하며 '호남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 인사의 시작'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 전남지사를 공석으로 만듦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국민의당 호남 중진의원들의 이탈을 유인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처럼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호남중진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의당 지도부가 끝내 총사퇴를 결심한 것은, '책임정치'를 강조하는 국민의당의 태생적 배경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전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은 더불어민주당에 몸담던 시절 당시 문재인 대표 지휘 아래 치렀던 2015년 4·29 재보선과 10·28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현역 의원을 비롯해 뿌리 당원들의 탈당 러쉬가 본격화될 때도 문재인 대표가 어떠한 책임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기만 하자 끝내 당을 나와 지금의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이번 대선기간 내내 "누가 책임지는 정치를 했는가"라고 강조해왔다. 과거 자신이 민주당 공동대표 시절 재보궐 패배로 물러나고,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파동으로 몸살을 겪을 때도 책임지고 공동대표 직에서 물러났던 점을 내세우며 '책임정치'를 역설했다.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책임정치'의 모범을 보이자 국민의당 내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 50대의 유성엽(전북 정읍시고창군·3선) 의원과 40대의 김관영(전북 군산·재선)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각각 박주현(비례대표) 의원과 이언주(경기 광명을·재선) 의원이 나섰다.

    유성엽 의원은 국회 교문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좌우에 치우치지 않은 '경제통'으로 불린다. 김관영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로 거대 양당 사이에서 3당인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키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우리 당이 국민의 심판을 다시 받고, 또 한번 내년 지방선거, 또 한번은 총선 승리, 그리고 5년 후 대선 승리를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혁신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처럼 젊고 혁신적인 인사들이 나서며 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선방'이라는 평가 있지만… 버티며 욕심 드러낸 정우택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버티기'에 돌입했다. 그는 당 재건의 공을 자신의 것으로 규정하면서 홍 후보의 '일괄복당' 지시를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같은 당 이철우 사무총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과도 대조적이다. 당권 도전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는 지난 11일 MBC 라디오〈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무너진 정당을 제가 정치성명을 걸고 재건해왔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데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홍 후보는 그렇게 (일괄 복당)하면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실질적으로 지금도 저는 제 판단이 옳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홍 후보가) 심지어 저한테는 '만약에 당선이 안 되면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거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또 당권 도전하겠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까지 했다.

    나아가 "저는 아직 선거 충격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권 운운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아직 정식 검토해보진 않고 있다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홍 전 지사는 같은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만찬회동에서 "이미 보수 대통합 구도가 됐는데 그걸 갈라치기 하겠다는 것이냐"며 "역적 소리를 듣는다. 택도 없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없어지면서 자연히 양강구도로 흐르는 상황인데 억지로 재검토를 해 분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었다.

    두 사람 간 충돌은 어렵사리 결집한 보수를 뒤로하고 바른정당 복당을 둘러싼 당권 싸움과 계파갈등이 시작되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충분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의원들의 상당수가 친박계 의원이어서다.

    정 원내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다음날인 1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괄복당 결정을 발표했다. "제가 후보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유보적 입장을 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비대위가 (일괄복당) 결정을 내린 것은 당의 재건과 제1야당의 책무에 온 힘 모아야 하는 시점에 계파갈등으로 돌아가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비록 정 원내대표가 "제가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 징계해제에 유보적이었던 건 차기 당권 같은 사심이 있었던게 결코 아니다"라며 해명했지만, 정 원내대표의 '버티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취재진에 차기 전당대회에 대해 "현재로서는 비대위 논의도 없어서 언제할 것이라 예측조차도 이야기 하기 이르다"면서도 "오래 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같은날 홍 후보가 인천공항으로 출국, 한달 여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