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들어간다는 건 맞지 않아… 연대해서 패권 제압 '역할'하겠다"
  • ▲ 선당후사라는 펼침막을 응시하고 있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선당후사라는 펼침막을 응시하고 있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이를 번복해야 한다는 '재등판'론이 바른정당 안팎에 높아가는 가운데,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 중"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원의 날' 당번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기대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출마 포기로 큰 위기가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고 있지만, 내가 대선에 들어간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무성 의원의 말대로, 반기문 전 총장이 지난 1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바른정당의 대권 구상은 토대부터 흔들리고 있다.

    당초 구상은 당내의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반기문 전 총장이 경선전에 어우러지면서 국민의 이목도 끌고,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동반 결집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러한 구상은 어그러졌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가 '모병제'에 이어 '보수후보 단일화'로 격론을 주고받고 있지만, 여론의 관심은 심드렁하다. 두 대권주자의 지지율도 5% 선 이하에서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새로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물망에 올랐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영입이 순조롭지 않다면, 내부에서 새로이 주자를 찾는 수밖에 없다. 한때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이 훨씬 높았던 김무성 의원의 '재등판'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는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참으로 신중하고 무겁다"면서도 "바른정당 당원이나 국민의 여론이 '출마하라'는 게 아주 높아지면, 그 때는 다시 고려해볼만 하지 않을까"라고 '재등판'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김무성 의원의 '재등판'을 촉구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왔다.

    바른정당 심정우 원외위원장(광주 광산을)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의 두 후보인 남경필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아주 훌륭한 후보이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며 "보수의 판을 키우고, 경선의 판을 키우기 위해서 비록 불출마 (선언)를 했지만은…"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눈치를 챈 정병국 대표가 "내부적인 문제는 비공개 (발언으)로 해달라"고 제지했고, 이에 공개 모두발언은 끊어졌지만, 심정우 위원장이 누구를 가리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현재로서는 불출마 번복과 직접 출마보다는, 다른 방안에 시선이 향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지지가 높았던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게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다시 출마한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고민'에는 빠져 있고 '여러 방법을 구상'하고 있지만, 자신의 출마 생각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럼 자신의 출마가 아닌 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일까.

    여권 핵심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대선 불출마와 백의종군까지 하게 된 근본 목표는 결국 좌파 세력인 문재인 대표의 집권 저지"라며 "유승민·남경필 후보가 지지율이 안 나온다고 자신이 뛰어들어봤자, 다자(多者) 구도에 사람 하나 추가돼 더 복잡해지기만 할 뿐"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반기문 총장의 불출마로 오리무중에 빠진 반문(반문재인) 단일화를 위한 여러 정치인들과의 물밑접촉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출마 번복은 자신이 출마하는 게 '반문 단일화'를 촉진한다는 판단에 섰을 때만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김무성 의원이 "이번 대통령 선거는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 세력이 연합해 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무성 의원은 "이번 대선은 보수의 색깔만 가지고는 이기기 어렵다"며 "나는 (직접 출마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치 중심의 민주정당들을 연대해서 패권주의 정치세력을 제압하고 집권할 수 있느냐의 역할을 할 생각이 있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