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설 연휴 서울 남아 孫과 회동예정, 안철수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수혈에도 신경써야
  •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26일 서울 용산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나 설 인사를 나누고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26일 서울 용산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나 설 인사를 나누고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정치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제3지대론'이 거론된지 반년이 지났으나 구심점을 찾지 못해 좀처럼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제3지대론은 이른바 친박(親박근혜)·친문(親문재인)을 제외한 세력이 연대한다는 시나리오다. 그 주체로는 국민의당, 바른정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바른정당과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기존 야권의 반응이 부정적인만큼 우선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제3지대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3지대 주자들과 다방면으로 만나온 박지원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플랫폼 정당'을 자임하는 국민의당은 그동안 손학규 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에게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설 연휴를 맞이해 박지원 대표는 조만간 손학규 의장과 재차 만나 연대·연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국민의당이 앞서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라는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의 지지도를 고려하면 이들만으로는 대세론을 이어가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란 판단 때문이다.

    지난 26일 박지원 대표는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향인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 의장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며 "정확히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만나고 나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연휴에) 지역구에 가지 않고 서울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보낸다. 여러 가지 구상도 하고 만날 분도 만나고 그런 일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에 갔다가 월요일 아침 서울로 복귀) 전도사이기도 했던 박지원 대표가 연휴에도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박지원 대표는 지난 25일 김종인 전 대표와 만나 대선 전 개헌 추진 등을 논의하며 공감대 확대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와 불화설을 이어가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는 오는 2월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종인 전 대표는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인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침몰 직전이던 민주당을 원내1당으로 만들었다. 당내 경제 전문가의 상당수가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인 점을 고려하면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은 민주당의 대선가도에도 적지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왼쪽부터) 전 비대위 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박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왼쪽부터) 전 비대위 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박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손학규 의장과 국민의당의 연대·연합은 이미 기정사실로 시기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행사에 참석해 "안철수 전 대표는 손학규 의장과 현안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해 왔고, 개헌에 대한 입장도 손학규, 안철수, 박지원의 생각은 거의 일치한다"면서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대표의 개헌 추진에 대해 가장 먼저 당론으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또한 "손학규 의장은 박지원과 함께할 때 행복했고, 박지원과 헤어졌을 때 불행했다"면서 "여러분이 국민의당의 대선 드림팀이 돼주면 우리는 반드시 정권교체, 국가대개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손학규 의장은 지난 2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민의당은 앞으로 연대와 연합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갈 대상"이라며 "연대·연합 협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떠한 변화가 올 지 정확하게 기대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주권회의와 국민의당이 연대하면서 다른 개혁세력을 끌어들일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손학규 의장이 지난해 총선 전부터 내밀었던 박지원 대표의 손을 이제야 잡고, 그것도 입당이 아닌 정치결사체 조직 후 연대의 형태를 취한 것은 주도권을 쉽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정운찬 전 총리도 조직구성에 들어가는 등 손학규 의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오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4~5월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민주당은 26일부터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분위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지지도 선두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워오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은 더욱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DB

    반면 국민의당은 외부 주자들의 합류가 지지부진해지며 대선후보 경선 룰 논의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반문(反문재인) 연대의 성격을 띤 제3지대 역시 공회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을 어떻게든 막아야하는 박지원 대표로선 반문연대 및 제3지대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김종인·손학규·정운찬 등을 영입하기 위해선 자신이 강조했던 것처럼 문턱을 낮춤과 동시에 공정한 경선구도가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자강론'으로 의견을 모은 1·15 전당대회 전후로 안철수 전 대표 중심의 대선체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대표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와 실력, 비전을 갖춘 인물은 감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철수 전 대표밖에 없었다"고 안철수 전 대표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외부 인사들의 합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유리한 지형에서 자칫 자신들이 대권 경쟁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의당이 지난 25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스스로의 확장성에 한계를 그은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장성민 전 의원은 외부 대선주자로선 국민의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힌 첫 사례인만큼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선 출마 자격요건을 강화하거나 경선 과정에서 검증해도 될 텐데 입당마저 거절하면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장성민 전 의원이 최근 출판기념회에서 금품살포 의혹을 받고 있고, 과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며 서울시당 내 입당자격심사위원회에 입당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국 속에서 박지원 대표의 행보가 지나치게 '계산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이란 기득권을 쥐고 안철수와 손학규 그리고 김종인 등 反 문재인 세력을 향해 주도권 싸움만 하다가는 정작 대선이란 승부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은 안된다는 세력들이 모두가 박지원 대표만 바라보는 지금 상황을 마냥 즐기고만 있다가는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볼 것"이라며 "'셔터를 내린다'느니 주도권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는데, 박지원 대표는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