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회 뻥뻥 차버린 문재인-추미애… 박지원, "목표가 탄핵안 가결인지 부결인지 의심"
  •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 시국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 시국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눈앞에 닥쳤다. 야권이 신임 국무총리 선임을 거부하면서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재의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게 될 예정이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 수습대책으로 거국중립내각을 내세운 야권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총리 선출의 기회를 발로 차면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눈앞에 두게 된 셈이다. 거국중립내각도, 개헌의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같은 야당의 대응에 "이 나라를 책임질 야당이 이따위 수습책을 내놓고 있냐"며 질타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 토론회에 참석해 "황교안 총리 체제하의 대한민국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며 "국회는 헌법에 따라 절차를 빨리 진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광야 시민들의 함성은 국민의 분노"라면서도 "국회와 정치권이 그저 분노한 민심의 함성에 따라만 가서는 안 된다. 같이 따라가되 그다음을 준비하는 책임져야 하는 것이 국회와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대통령의 총리 국회추천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야당을 향해 "총리를 누구로 뽑을지 한마디 대화라도, 합의하려는 노력을 단 한가지라도 했나"라며 "이제와서 시간이 없으니까 황교안 총리에게 권한대행을 넘기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사과 이후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가 협의해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줄 것을 제안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철회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같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는 "총리 권한이 불분명하다", "대통령 2선 후퇴하라"며 길거리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야권은 지난 12일과 19일 두 차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며 촛불 민심의 추이를 지켜봤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은 것을 확인한 야권 대선주자 등 지도부 8인은 지난 20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대통령 탄핵 추진 ▲국회 주도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에 합의했다.

    이후 총리 선출 및 탄핵 시기와 방법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격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국민의당은 '선(先) 총리 임명 후 탄핵'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무작정 퇴진만을 요구하면서다. 

    총리 선출을 놓고 야권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선 총리를 갖고 야권 공조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실망한다"며 "선 총리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야권이 대통령 탄핵에 뜻을 모으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非朴)계 의원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탄핵 정국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신 민주당의 반대로 총리 선출이 물건너가면서 야권으로선 자신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던 황교안 총리의 권한대행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지난 20일 '8인 회동'에서는 개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태에 대해 정치권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야권 대선주자들이 권력 이양에만 신경쓰다보니 근본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학규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해 나타난 이번 비선 실세, 이런 구체제를 청산하고 신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며 개헌, 즉 제7공화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번 파동에서 나타난 재벌과의 유착관계, 검찰의 비리를 바꿔야 한다. 재벌체제 정치검찰 이러한 것이 구체제 대표적인 표상들이다"라며 "단지 권력구조뿐이 아니라 이런걸 바꿔나갈 수 있는 정치체제를 바꾸자는 것이 제가 말하는 7공화국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탄핵이든 뭐든 개헌도 같이 끌고 나가야 한다"며 "이 사태는 대한민국으로선 비극이지만 구체제의 잘못을 바꿔서 새 체제로 넘어가는 데에는 하늘이 준 축복"이라고 말했다.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지금 이 시기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헌론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8인 회동'에서 개헌의 필요성이 거론됐음에도 합의문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문 전 대표의 반대에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또한 민주당은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선 총리'를 주장하는 국민의당을 향해 "청와대가 이미 철회할 뜻을 내비치는 총리 문제에 대해서 왜 이렇게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지나치게 당리당략적인 모습은 아닌지 자성하기 바란다"고 맹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교안 체제'가 임박한 것을 놓고 '총리 추천'과 '개헌'에 반대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축사를 위해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치에 보이는 한 두 사람이 욕심을 내서 총리도 안 되고 개헌도 안 된다고 선언하니까 우리 전체 정치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위원장은 "제가 '선 총리 후 탄핵'을 주장했고, 상당히 많은 학계 지도자들과 언론이 옳다고 했지만 잘 진행이 안 됐다"며 "문재인‧추미애 두 분은 26일 촛불집회를 보면 반드시 박 대통령이 내려온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데, 저는 절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영선·김부겸 등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왜 총리 문제를 고집하지 않냐고 요구했다"며 "야3당이 균열하고 분열하면 80년대 서울의 봄, 87년 직선제 개헌처럼 우리가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으므로 그 고집을 꺾었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추미애 대표가 탄핵에 동조하려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부역자'라고 말하는 등 비판을 이어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 "표를 주겠다는 사람을 공격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표 안 줄 사람도 설득하는 게 정치라고 했더니 (민주당은) '박지원과 국민의당은 저 부역자·친일파들과 합작해서 정권을 먹으려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며 "그 목표가 어디에 있나. 하지만 국민의 분노가 박 대통령 탄핵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참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대표의) 목표가 탄핵안 가결에 있는지, 괜히 폼으로 탄핵안을 제출해놓고 부결에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황교안 총리의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제2의 박근혜 정권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둡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것보단 황교안 대행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