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킨다던 우병우, 검찰 수사 가로막아 오히려 험지로 몰아넣었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자료사진)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 퇴진론에 공개적으로 가세했다. 사진 왼쪽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김광림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자료사진)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 퇴진론에 공개적으로 가세했다. 사진 왼쪽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김광림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이후 원내대표직 사퇴를 천명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정현 지도부' 퇴진론에 공개적으로 가세했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천명할 때 "버리고 비워야 국민이 채워주지 않겠느냐"고 말한대로, 원내대표직을 던진 뒤 더욱 홀가분한 위치에서 자유로이 당내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온 세상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팔매질을 하더라도 날아오는 돌을 내 몸으로 막아내겠다는 이정현 대표의 진심은 믿지만, 바른 선택이 아니다"라며 "난파선 선장을 자임하는 이정현 대표가 '내 사람들만 이 배를 지킬 수 있다'고 고집한다면, 누가 노를 함께 저으며 풍랑을 헤쳐가겠나"라고 말했다.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불참하고 강석호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와중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변함없이 대표직 고수 의사를 밝힌 이정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내가 지킨다'며 자리에 연연한 사람들이 그간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큰 불행을 가지고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도부 퇴진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그 주변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며 "검찰은 석 달 가까이 우병우 수석의 위세에 눌려 강아지처럼 눈치만 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이 공정하게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했더라면 '최순실 비리'를 선제적으로 진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며 "검찰 수사를 가로막은 우병우 수석은 대통령을 지켜준 게 아니라, 대통령을 험지로 밀어넣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 등을 두루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안종범 전 수석도 거론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비서관이 검찰에 출두해 '최순실' 전모를 털어놓고 있다"며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참모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위기의 대통령'을 지키고 구해낼 수 있는 것은 특정인이 자리를 지키면서 버티고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오로지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면서 몸을 겸허히 낮춰 민심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4일 의총 도중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라며 "버리고 비워야 언젠가 국민들께서 다시 채워주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과 결부지어 의미심장한 언급이라는 지적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은 권력의 오만을 용서하지 않는다"면서도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따뜻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직 민심만이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반성하고 몸을 낮추면 민심은 서서히 돌아설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간 자신이 펼쳐온 정론(正論)을 일일이 날짜까지 거론하며 상기시키기도 했다. 지금 자신이 '이정현 지도부'의 퇴진을 언급할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집권여당이 피할 수 없는 분당(分黨)의 길을 걷게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더욱 불행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내가 지난 8월 18일과 24일에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더니,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서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보호는 못할 망정 앞장서 민정수석을 공격한다'고 섭섭해 했다"며 "내가 우병우 사퇴를 요구했던 80일 전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더라면 이 일이 이렇게까지 번졌겠느냐"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어제 사퇴 거부를 선언한 이후 많은 의원들을 만나보니 공공연히 분당 이야기가 흘러나오던데, 만일 당이 분열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며 "당 분열을 막아 대통령을 지킬 수 있도록 이정현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퇴진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