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도우려 보낸 3만 달러, 국제송금절차 과정에서 ‘테러조직 자금’ 의심받아 동결
  • ▲ 배우 김정은 씨의 과거 인터뷰 장면. 배우 김정은 씨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北김정은 때문에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 김정은 MBC 연예프로그램 인터뷰 캡쳐
    ▲ 배우 김정은 씨의 과거 인터뷰 장면. 배우 김정은 씨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北김정은 때문에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 김정은 MBC 연예프로그램 인터뷰 캡쳐


    한국인 가운데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매우 많다. 여배우 가운데서도 김정은 씨가 유명하고, 일반 시민들 가운데도 북한 김정은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북한 김정은 때문에 해외에서는 자칫 ‘테러리스트’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는 4일 신한은행 등을 인용, “북한 김정은과 이름이 같은 한국의 40대 여성이 남아공에 사는 언니에게 돈을 보냈다가 ‘동결’되는 피해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김정은(45·여) 씨는 지난 8월 10일 양천구의 신한은행 지점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사는 언니에게 2만 7,000달러(한화 약 3,000만 원)를 송금했다고 한다.

    올해로 13년째 남아공에 거주하는 김 씨의 언니가 최근 현지 영주권을 얻은 뒤 주택을 구입하려는데, 부족한 자금을 동생에게 빌린 것이었다. 그런데 김 씨가 언니에게 보낸 돈은 20일이 지나도록 남아공 현지은행에 입금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외화송금이 SWIFT 결제 등으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20일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언니로부터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김정은 씨는 지난 8월 30일 신한은행 측에 왜 돈이 송금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고서는 황당함에 빠졌다고 한다.

    사건은 대략 이랬다. 김정은 씨가 신한은행에서 남아공의 언니 계좌로 돈을 보낼 때, 신한은행은 美뉴욕의 중개은행을 활용해 돈을 보냈다. 그런데 남아공 현지 은행이 송금자의 이름이 ‘김정은’인 것을 본 뒤 “테러조직 자금 아니냐”며 도로 돌려보냈다는 것이었다.

    결국 美뉴욕의 중개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재무부에 “테러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신고한 뒤 자금을 동결해놓고 있었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미국의 중개은행에서 진행 중인 테러 연관성 조사는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소식과 함께 “송금자의 신분증빙 서류까지 발송했지만, 미국 은행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조사할지 알 수가 없어, 최대한 빨리 돈을 돌려달라고 재촉 중”이라는 신한은행 관계자들의 하소연을 전했다.

    해외송금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해프닝’ 수준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일본 등 독자 대북제재를 시행 중인 각국 정부의 최근 분위기를 볼 때 이런 ‘실수’는 앞으로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자신의 이름을 '김돼지'나 '김병맛' '김왕따' 등으로 바꿀 것 같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한국 국민들이 주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외교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한국인’만 피해를 입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북제재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금융기관에도 관련 내용을 전파, 주의하도록 당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