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비 500만 원 들여 19일 오후 7시 충무아트홀서…"영국서도 대대적 운동" 강조
  • ▲ 서울시 교육청은 19일 유치원·초등학교 자녀를 둔 아빠 200여 명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아빠' 연수를 충무아트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 서울시 교육청은 19일 유치원·초등학교 자녀를 둔 아빠 200여 명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아빠' 연수를 충무아트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서울시 교육청이 '책 읽어주는 아빠' 양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교육청은 19일 오후 7시부터 충무아트홀에서 '책 읽어주는 아빠' 교육을 유치원·초등학교 자녀를 둔 아빠 200여 명을 대상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의 주제는 '따뜻한 북(Book)소리, 우리 집에 가득'으로 가정에서의 책 읽기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강의는 김영훈 카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장이 맡았다고. '하루 15분,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 저자인 김영훈 원장은 아버지와 어린이가 함께 하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할 것이라고 한다. 강연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소그룹을 이뤄 책 읽어주기 실습도 진행할 예정이다.

    '책 읽어주는 아빠' 양성 교육은 2016년 서울시 교육청의 목표 '독서 토론교육'과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책 읽기를 장려하더라도 가정에서 독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어려워,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아빠들이 자녀 교육에서 많이 배제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 양육에 아빠가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책 읽는 아빠 교육'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이 '책 읽는 아빠 교육'을 실시하는 데 대한 근거는 논리가 빈약해 보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책을 읽는 동안 감성적인 질문을 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논리적인 질문을 한다"면서 "영국에서도 '책 읽어주는 아빠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남성은 논리적, 여성은 감성적"이라는, 성차별적 시각으로 정책을 실행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감성적인 남성, 논리적인 여성도 존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또한 "이번 교육에서 행사 주체를 아빠로 설정한 것은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라고 했지만, 어떤 기관에서 무슨 연구를 한 것을 바탕으로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가 "영국에서도 '책 읽어주는 아빠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 또한 비논리적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사대주의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가 "주로 직장인 아버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퇴근 시간에 맞춘 오후 7시로 행사 시간을 잡았다"고 설명한 것 또한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번 행사를 여는 충무아트홀은 교통혼잡이 심한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그나마 낫지만, 직장인들이 오후 6시 정시 퇴근하는 게 아니라면 7시까지 교육장소에 도착하기 어렵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번 행사 참가자의 경우 각 학교와 유치원 학무보를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대부분이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직종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시 교육청의 '행사'가 아빠만을 대상으로 한 점도 의아하다. 그렇다면 과연 엄마들은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책을 읽어주고 있을까. 모두 유아원과 유치원, 학교와 학원에 책읽기를 맡기는 게 현재의 세태 아닌가.

    서울시 교육청은 '책 읽는 아빠 교육'이 교육청의 올해 목표와 일맥 상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 드는 비용이 대관료, 강연료 등을 포함 500만 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만약 서울시 교육청이 '책 읽는 아빠 교육'을 계속 실시한다면, 올해에만 수천 만 원의 세금을 과연 효용성이 높을지 모르는 행사에 들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