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장 필립 글래스(Philip Glass)가 2003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가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단 이틀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필립 글래스는 골든글로브상에 빛나는 '트루먼쇼',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후보에 모두 올랐던 '디 아워스'를 비롯해 '쿤둔', '일루셔니스트'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등에 이르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60~70년대에 단순한 프레이즈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로버트 윌슨, 라비 샹카,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 예술가들과 장르를 초월해 작업하며 현대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넓혀왔다. 

    특히, 20세기에 탄생한 '영화'라는 예술매체에 심취한 글래스가 1980년대 미국의 컬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갓프리 레지오의 '코야니스캇씨-균형 잃은 삶'(1982, 캇씨' 시리즈의 첫 번째)로 시작한 영상과 음악의 혁신적인 결합은 1990년대 '장 콕토 3부작'에서 절정의 미학을 탄생시켰다. 

    글래스는 20세기 초 '르네상스맨'으로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예술혼을 펼쳐 보인 장 콕토의 예술세계를 깊이 존경해왔다. 콕토의 흑백 고전영화 '미녀와 야수'(1946)에서 예술 창작의 본질을 읽어냈고, 여기에 자신의 음악적 천재성을 불어넣어 영상의 보조로서의 음악이 아닌, 음악이 영상을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필름 오페라라는 형식으로 만들어냈다.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대사와 음악 등 모든 소리가 완전히 제거된 장 콕토의 흑백영화가 무대 위에 상영되는 가운데, 그가 새롭게 작곡한 음악을 필립 글래스 앙상블이 연주하고 4명의 성악가가 배우들의 대사에 맞춰 노래하는 특별한 형태의 공연이다.

    95분간 마치 흑백 오페라를 라이브로 보는 듯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부터 오페라와 영화의 신선한 결합, 새로운 양식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독특한 공연관람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이번 작품에 대해 "장 콕토의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라서 누구라도 막상 보면 빠져들게 된다"며 "필립 글래스의 작곡에 의한 오페라로서 결합된 형태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건 꿈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