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행진 중 차량·시민 통행시켜려 한 경찰에 항의..'연좌농성'
  • ▲ 박근혜 대통령을 '처형'하라는 내용의 손피켓을 든 시위참가자·승려. ⓒ뉴데일리 정상화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을 '처형'하라는 내용의 손피켓을 든 시위참가자·승려. ⓒ뉴데일리 정상화 기자

    보도블럭을 깨 투척하고 경찰버스를 파손하는 등 폭력집회 논란을 빚었던 '민중총궐기' 집회가 여전히 반정부적 선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4차 민중총궐기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정부를 향해 ‘테러단체’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과 비슷한 주장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제4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참가자는 주최측 추산 2만명(경찰 추산 7천명)이다. 

    집회에서 주최측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ㆍTHAAD)배치 반대 ▲테러방지법 폐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노동개혁 반대 ▲한ㆍ일 위안부협정 무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이준식(50)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정책위원장은 임기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을 속담의 ‘서당개’에 비유하며 조롱했다.


  • ▲ 27일 서울광장에 열린 4차 민중총궐기 단상에 오른 참가자들.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 27일 서울광장에 열린 4차 민중총궐기 단상에 오른 참가자들.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그는 연대 발언에서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읖는다는데, 박근혜는 3년동안 한 일이 하나도 없다”며 “청와대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사람은 개만도 못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교과서에 친일 독재 미화 내용이 나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친일 독재가 맞다. 국정 교과서와 박근혜 정권을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며 과격한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의 사드배치 방침이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서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북한이 주장하는 논리로 사드를 반대하는 발언도 나왔다. 

    좌파성향 종교계 활동가인 조원정 들꽃향린교회 목사는 “왜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60년이 넘는 준전시 상태로 같은 민족이 총부리를 겨눠야 하느냐”며 “이는 북한 주민도 원하지 않고,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은 원한다”고 주장했다.


  • ▲ 이날 민중총궐기 집회에 모인 참가자 수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경찰추산 7천여명)이다.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 이날 민중총궐기 집회에 모인 참가자 수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경찰추산 7천여명)이다.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조 목사는 “세계 무기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팔아먹는 미국 군수자본주의가 남북을 대결로 몰아넣고 있다”며 “미국이 원하는대로 무기를 사고, 사드 배치도 하는 우리는 재주만 넘는 곰이다.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주장과 동일한 것으로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노동신문은 “대내외 호전 세력들이 '사드'의 남한 배치를 서두르면서 북한에 대한 핵위협을 날로 증대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린하고 있다”며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고조시켜온 주범은 다름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또 평화협정에 대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미국이 용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며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응해 나설 때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 지난해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가 된 백남기씨를 형상화 한 인형.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 지난해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가 된 백남기씨를 형상화 한 인형.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이와 관련,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정전’ 상태인 6.25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체제유지와 안정에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북한 전문가에 의해 나온 바 있다. 

    투쟁본부는 5시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무리 한 후, 서울광장-을지로입구-종로1~5가-대학로까지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대규모 가두행진으로 인해,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으로 나온 수많은 차량들과 시민들은 발이 묶여야 했다. 일부 시위대는 차량 통행 방해에 항의하는 시민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경찰이 종로 5가 사거리에서 시민들과 차량의 통행을 위해 시위대의 행진을 잠시 중단시키자, 이상진 민주노총부위원장 등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행진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합법적으로 보장된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경찰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 ▲ "경찰이 가두행진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차량이 다니는 도로 위에 드러누운 시위대.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 "경찰이 가두행진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차량이 다니는 도로 위에 드러누운 시위대.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이 부위원장은 “우리는 경찰의 도발 행위에 대해 행정책임자가 사과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너희(경찰)가 합법적인 행진 대열을 막았기 때문에 응당한 크기의 대가가 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통행하도록 한 차량의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도로 위에 주저앉아 연좌농성을 벌였다. 

    선두 시위대는 민노총 조합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시위 차량과 함께 종로 5가로 ‘역주행’을 벌였다. 이에 경찰이 사거리 진입로에 경찰력을 배치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높아졌다. 그러나 경찰이 먼저 주최측에 사과하고 행진을 계속 진행하도록 타협하면서 실제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학로에서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는 백도라지(33)씨가 단상에 나와 테러방지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 도라지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폭력시위 진압 과정에서 물대포에 맞아 뇌진탕으로 의식불명이 된 백남기(69)씨의 딸이다. 


  • ▲ 백남기씨 딸 백도라지씨.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 백남기씨 딸 백도라지씨. ⓒ뉴데일리정재훈 기자

    백 씨는 “테러방지법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테러란 무엇이고, 테러리스트가 누구고, 테러단체란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제 생각에는 비무장 시민을 공격하는 것이 테러”라고 말했다. 

    백 씨는 “그렇게 따지면, 비무장한 저희 아빠를 공격한 경찰과 정부가 테러단체이고 테러리스트”라며 “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면 법에 의해 처단될 첫번째는 정부”라고 주장했다. 

    한편, 투쟁본부는 “2016년 올해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끝장내기 위한 민중총궐기의 해로 만들자”며 “다음달 26일에도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