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핵실험 전에 은밀히 제안…北이 거절하고 핵실험”…美 “비공식 논의했다” 인정
  • ▲ 미국의 보수적인 백인들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리켜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한다. ⓒ美온라인 커뮤니티 소다헤드 닷컴 화면캡쳐
    ▲ 미국의 보수적인 백인들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리켜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한다. ⓒ美온라인 커뮤니티 소다헤드 닷컴 화면캡쳐

    한국 정부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대남적화전략 가운데 하나가 '조미 평화협정 체결'이다. 유엔군 사령부와 한미 군사동맹을 해체하고,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막으려는 수단이어서다. 그런데 만약 美정부가 이런 '조미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다면 어떻게 될까. 美우파 진영의 주장처럼 '좌익'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는 걸까.

    미국 정부가 북한 측에 비공식적으로 ‘평화협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 측이 이를 거절하고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 보도의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1일 익명의 美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며칠 전에 한국의 ‘휴전’을 종식하기 위해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북한과 몰래 합의했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는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대신 북한 핵무기 개발 문제를 관련 주제로 포함시키자고 요구했지만, 북한 측이 이를 거부,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美국무부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해 한국에 충격을 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명히 말하면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 후 한반도 비핵화가 논의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존 커비 美국무부 대변인의 발언도 인용했다.

    존 커비 美국무부 대변인은 이어 “북한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기조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국내 언론에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 사회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북한은 ‘대남적화전략’ 단계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사 해체의 전 단계로 ‘美-北 평화협정 체결’을 수십 년 째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또한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22일 언론과 만나 “해당 보도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하는데 있어 북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한반도 평화협정은 미국과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최근 정상회담, 통화 등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뤄 나가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협정과 관련해 미국의 기존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요구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 북핵,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며 공조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 채택 등 포괄적인 대북제재와 압박이 이뤄지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또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은 美-北 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美국무부가 한국 정부 몰래 북한 측과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 논의하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중이다. 대부분은 “우리가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다. 미국이 북한과 접촉한 채널이 철저히 비공식적인 ‘뉴욕 채널’이라는 점이 알려지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 ▲ 종편에 출연해 북한의 대남적화전략 '통미봉남'에 대해 설명하는 강명도 경민대 교수. ⓒ채널A '탕탕평평' 관련화면 캡쳐
    ▲ 종편에 출연해 북한의 대남적화전략 '통미봉남'에 대해 설명하는 강명도 경민대 교수. ⓒ채널A '탕탕평평' 관련화면 캡쳐

    한국 사회가 미국과 북한 간의 ‘한반도 평화협정’에 우려하는 이유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전략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집권 시절부터 대남적화통일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개발, 주장해왔다. 이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요구’는 6.25전쟁 당시 휴전협정에 서명한 것이 미국과 북한, 中공산당이라는 점을 내세워, 한국 정부를 철저히 배제하고 ‘美-北 간의 평화협정’을 맺은 뒤 비무장지대 일대에 배치한 병력을 철수시키자는 내용이다.

    북한 정권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지금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기 때문에 유엔군과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인데, 전쟁이 끝날 경우에는 이들이 주둔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고, 결국 한미 군사동맹이 해체될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북한은 1994년 7월 김일성이 죽은 뒤에는 더욱 열심히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왔다.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조선을 봉쇄한다) 전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