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TF 급습 놓고서도 舌戰… 신경전 치열했던 여수 총회장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교문위원들의 국립국제교육원 '화적떼 급습' 사건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정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와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남 여수에서 만나 일합을 겨뤘다.

    행사 주최측조차 극렬한 정쟁을 우려해 두 사람의 순서를 떼어놨으나 문재인 대표는 가시가 담긴 말을 쏟아내며 김무성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도발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했으나, 터무니 없는 공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자기방어적 반격을 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6일 오후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에 참석했다.

    당초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총회에서는 양당 대표가 나란히 착좌한 상황에서 패널과 함께 질의·응답·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정쟁이 극한으로 치달음에 따라 지방자치 이슈가 묻힐 것을 우려해 식순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먼저 기조연설을 한 뒤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이후 교과서 관련 토론회 참석 관계로 서울에서 늦게 출발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커피 브레이크를 가진 뒤 기조연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먼저 기조연설을 한 문재인 대표는 총회 의제와 관련 없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화제 삼으며 포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 문제는 우리 지방자치가 겪고 있는 위기와 본질적으로 상통되는 면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근저에는 국가주의가 다시 강화되는 게 크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주의가 강화되니 자연히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검인정을 거쳐 자유발행제로 가는 교과서에 대해서도 거꾸로 국정화로 가는 것이라고 논리를 연결지었다.

    문재인 대표는 기조발언과 질의응답이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전날 있었던 '화적떼 급습' 사건을 가리켜 "의혹이 나온 게 아니라 확인된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그런 비밀조직이 적발됐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고, 손바닥도 아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교과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총회의 의제인 지방자치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기조연설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와 지방자치 문제를 '국가주의의 강화'로 묶어 싸잡아 비난했다는 말을 전해듣고서는 "교과서 문제를 가지고 국가주의니 국수주의니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긍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자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가 '화적떼 급습' 사건을 들어 교육부의 국정화TF를 격렬히 비난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가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이런 TF는 빨리 만들어지는 게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것을 적발했다 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공무원들을 감금하는 못난 짓을 하는 게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냐"며 "빨리 국회로 돌아와서 민생경제법안이나 심의하자"고 제안했다.

    양당 대표의 신경전은 여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정쟁만큼이나 총회가 열린 여수 엠블호텔에서 내내 뜨겁게 전개됐다.

    먼저 기조연설과 질의응답을 마친 문재인 대표는 취재진을 대동한 채 김무성 대표가 머물고 있는 대기실로 찾아갔으나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예의가 없다"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차량으로 돌아섰다.

    뒤늦게 문재인 대표가 찾아왔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무성 대표가 호텔 입구까지 따라나와 "인사하러 왔다"고 불러 세웠고, 그제서야 문재인 대표도 "내가 인사하러 갔는데 가로막아서…"라고 다소 누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양당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의 공개된 자리이기 때문인지 정국 현안에 관한 별도의 대화 없이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