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이미지 잃어버린 새정치, 그의 손에 의해 재탄생 가능할까? 이뤄져야
  • ▲ 새정치민주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행보가 연일 관심을 끄는 가운데, 그와 신영복 교수와 관계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 새정치민주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행보가 연일 관심을 끄는 가운데, 그와 신영복 교수와 관계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홍보는 예술이다. 예술에는 혼(魂.spirit)이 담긴다. 단순이 광고하고 선전하는 것이 홍보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이나 사물, 단체에 혼을 집어넣는 작업이 홍보다. 이 혼은 곧 홍보대상의 정체성(Identity)이 되며, 대중이 바라보는 인상(image)으로 이어진다.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인식은 극명하게 갈린다. 말을 하고 행동하는 주체의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에 호소하고, 대중을 설득하는 '정치'에서 홍보 분야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 홍보 분야를 '예술 중의 예술', '미학의 결정판'이라 얘기한다.

    연이은 선거 참패와 내홍, 분열을 거듭하면서 대중의 시각에서 멀어지는 새정치민주연합.

    만년 야당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야심차게 등장한 이가 있다.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어느덧 '진보'라는 이미지는 놓쳐버리고, '종북', '무능', '발목잡는 야당' 등 부정적 인상이 강해진 야당의 이미지 쇄신을 특명으로 맡았다. 2017년 대권을 노리는 문재인 대표의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손혜원 위원장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인맥을 살펴보면 '종북', '친노', '강남좌파' 등 부정적인 혼(魂.spirit)이 스며들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들린다.

    ◆ 손혜원은 누구인가?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195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숙명여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다. 같은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으로 석사를 취득했으며, 현대 양행 기획실의 디자이너로 디자인계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판 디자인과 디자인포커스의 이미지 통합을 담당하며 경력을 쌓다 1986년에 새로설립한 디자인 및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 크로스포인트의 대표에 올라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아왔다.

    그의 지난 발자취는 수많은 수상경력을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2004년에는 홍콩디자인센터 아시아디자인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공로부문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같은해 코리아크리에이티브 아이덴티티 대상을 얻었다.

    이밖에도 USA 패키지 본상, 미국 다이라인 패키지 디자인부문 본상,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 포장디자인부문 본상, IF, 레드닷 등의 본상을 따냈다.

    손 위원장이 개발한 브랜드 네임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파트<힐스테이트>부터, 소주<처음처럼>, <참이슬>, <화요>가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작품이다.

    세탁기<트롬>, 커피전문점<엔제리너스>, 화장품<식물나라>, 잇몸치약<잇치> 등도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만든 브랜드의 이름들이다.

    로고 디자인을 개발한 브랜드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브랜드인데 <딤채>, <위니아>, 화장품<이니스프리>, 세탁세제<비트>, 골프볼<볼빅>, <깨끗한나라>, <티빙>, <온누리약국>, <활명수> 등이 있다.

     

  • ▲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그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부탁으로 '처음처럼'을 소주의 상표명으로 쓰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DB
    ▲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그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부탁으로 '처음처럼'을 소주의 상표명으로 쓰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DB

    ◆ 손혜원, '통혁당 사건' 신영복… 그리고 '처음처럼'

    새정치민주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두산의 새로운 소주 브랜드 이름을 <처음처럼>으로 만들면서 현재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인 신영복 교수와 각별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셀프디스'캠페인부터 시작해 당 내 현수막까지, 새정치연합 브랜드 재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됐던 신영복 교수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는 것이다.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통일혁명당은 김종태가 월북해 북조선의 지령과 자금을 받아 결성한 혁명 조직이었다.

    김종태는 북한 노동당의 대남사업총국장 허봉학으로부터 직접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남파됐다. 결정적 시기가 오면 무장봉기해 수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금으로 치면 통합진보당의 R.O와 비슷한 지하조직인 셈이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통혁당 사건에 대해 "어느날 서울대 연구실에 가보니 북한에서 내려온 서적이 책상 위에 쌓여있었다"며 "마르크스 선집, 레닌 선집 등이 신영복 쪽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으며 저녁때를 기다려 책들을 변소에 버렸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암호를 해독하면서 북이 파견한 공작선을 격침시킨데 있다. 북은 통일혁명당 사건의 핵심 중 한 명인 이문규를 구출하기 위해 공작선을 보냈다. 다른 사건과 달리 분명한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이다.

    중앙정보부에 따르면 무장공작선 1척, 고무보트 1척 등 공작선만 발견된게 아니었다. 무전기 7대, 기관단총 12정, 수류탄 7개, 무반동총 1정과 권총 7정, 실탄 140발 등 무기들이 대거 발견 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60년대 최대의 공안사건으로 불린 통일혁명당 사건의 여파는 컸다. 158명이 검거 돼 50명의 구속자를 냈다. 이 사건으로 김종태와 이문규, 김질락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 때 사형선고를 받은 김질락의 지도를 받았던 사람이 신영복 교수다. 그는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내 '경제복지회'라는 동아리를 지도했다. 통일혁명당 사건이 터질 당시 육군사관학교에서 교관을 하다가 구속 됐다.

    신영복 교수는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위해 당시 사회 엘리트들을 포섭하고 교육하는 임무를 맡았다.

    재판부는 그의 죄를 중하게 보았다.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할 정도로 신영복 교수는 통일혁명당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3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20년후에 출소했다.

    결국 신영복 교수는 감옥생활을 20년간 했다. 출소하면서 펴낸 책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는 옥중에서 '처음처럼'이라는 책도 썼다. 이후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브랜드 네임으로 사용해도 되겠냐고 부탁하면서 '처음처럼'은 소주의 브랜드가 된다.

    주류 전면에 붙은 '처음처럼'의 글씨 역시 신영복 교수가 직접 쓴 필체다. 이는 당시 두산주류 BG에 이어 현재 '롯데주류'까지 명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제조사측은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은 신영복 교수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처음처럼'이 담는 메세지를 '감옥에 가기 전 혁명 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신영복 교수는 처음처럼을 상표로 사용하도록 허락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상표로 사용하는게 내키지 않았지만 서체도 서민적이고 소주도 서민적인 술이어서 허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신영복 교수는 '처음처럼'을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게 하는 조건으로 성공회대에 1억원을 기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제조사 측은 "장학금 1억원을 성공회대에 기부한 것은 맞다"며 "다만, 그 돈이 신영복 교수 개인의 지지세력 구축에 쓰이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 ▲ 개그맨 김제동은 2009년 성공회대에 편입학하면서 신영복 교수를 만났다. 단순한 사제지간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함께 활동 하는 등 각별한 친분을 과시한다. ⓒ뉴데일리 DB
    ▲ 개그맨 김제동은 2009년 성공회대에 편입학하면서 신영복 교수를 만났다. 단순한 사제지간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함께 활동 하는 등 각별한 친분을 과시한다. ⓒ뉴데일리 DB

    대표적인 케이스가 개그맨 김제동이다. 개그맨 김제동은 2009년 성공회대학교로 편입해 신영복의 제자가 된다.

    김제동은 단순한 사제관계가 아니라 올해 7월 7일 '신영복이 담론 북콘서트'에 참석해 토크콘서트를 하는 등 지금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제동은 앞서 지난 11년 자신의 저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도 신영복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위기의 친노, 긴급 수혈된 손혜원 … '색 안경' 벗겨내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이같이 대한민국 좌파의 정신적 지주 혹은 좌장이라고 불리는 신영복 교수와 인연이 깊은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등판은 정치권에 큰 관심을 불러왔다. 그는 '친노 히든카드의 등판'으로 보는 시각과도 싸워야 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과 야권 정치계의 관계는 단순히 신영복 교수와 닿은 인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신영복 교수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김근태 전 고문, 한명숙 전 의원 등 친노(親盧·친노무현)와 전반적으로 인연이 깊다.

    우선 통혁당 사건 당시 신영복 교수와 함께 구속돼 중형을 받은 사람이 새정치연합 한명숙 의원의 남편인 박성준 교수다. 박성준 교수는 현재 아름다운 가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영복 교수와 같은 성공회대의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박성준 교수는 한명숙 전 의원등을 포섭했다는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친노를 대표하는 한명숙 전 의원과 신영복 교수와의 관계도 각별할 것으로 예상된다.

  • ▲ 개그맨 김제동은 2009년 성공회대에 편입학하면서 신영복 교수를 만났다. 단순한 사제지간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함께 활동 하는 등 각별한 친분을 과시한다. ⓒ뉴데일리 DB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손혜원은 '문빠'라고 생각했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남편이 김근태 전 장관의 친구이고, 본인은 문재인 대표의 부인과 중학교·고등학교 동기 친구"라고도 언급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실제로 한반도재단 이사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김근태 전 고문을 도운 적도있다.

    여러곳에 얽혀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과 정치권의 관계가 그를 '친노의 히든카드'로 불리게 만들고 있다.

     

    ◆ 수천만원 시계 콜렉터, '강남좌파' … 피아제 받은 노무현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에게 다른 비판도 가했다.

    그는 "손 위원장이 차고 있는 시계가 7천만원 짜리. 시계 콜렉터로 30여개 가지고 있다니 20억원?"이라며 "나전칠기에 매료 돼 17세기 때 부터 현대 작품까지 70억원 구매하여 소유한 빌딩에 나전칠기 개인 박물관을 소유하고 계시다"고 적었다.

    이어 "당에서는 땡전 한 잎 안받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 왔노라고 목소리가 그래도 차분하게 말씀하시더군요"라고 전했다.

    과연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냐는 우회적인 비판으로 읽히는 부분.

    손혜원 위원장은 "아군이 누군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외롭게 일해야 할 것 같다. 긴 하루였다"며 속상함을 내비쳤다.

    논란이 되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나전칠기 시계 문빠는 재미있게 졸필을 쓰다가 과했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제가 명품 시계를 여러 개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계 하나에 컬렉션 하나씩, 거의 바뀌어 이제는 결혼시계만 남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시계사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개에 1억원 씩 하는 시계를 2개나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더군다나 서민의 편에서서 서민과 함께 한다는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그였기에 대중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 또한 비슷한 반응과 마주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강남좌파'의 영혼을 가진 이가 과연 대중의 영혼을 울리는 정치 홍보가 가능할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위원장이 의식하고 있든 아니든간에 신영복-김근태 전 고문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계급론적 분석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카피는 자본가와 노동자,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그들만의 계층론을 아버지-아들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확대 재 생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