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한명숙 사건은 사법역사의 수치”, 검찰 집행 절차 착수
  • ▲ 2013년 9월 한명숙 의원이 항소심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조선닷컴
    ▲ 2013년 9월 한명숙 의원이 항소심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조선닷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천여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은 물론 교도소 수감 위기에 몰린 한명숙 의원이 결국 고개를 떨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일, 한명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및 8억8천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명숙 의원은 오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징역 2년형이 확정됨에 따라 검찰은 바로 형집행 절차에 착수했다. 한명숙 의원은 앞으로 2년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하며, 10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앞서 한명숙 의원은 2007년 3월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로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3차례에 걸쳐 모두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1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명숙 의원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10월31일, 한명숙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만호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증명력도 부정했다.

    9억원의 환전내역이나 금융자료,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의 자료를 유죄 판단의 증거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주고받을 만한 친분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2013년 9월16일 서울고법 형사6부(정형식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한명숙 의원에게 징역 2년에 8억8천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금품 수수 당시 지위와 수수의 명목-규모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무겁다”며, “피고인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받은 금원을 일부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비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근거인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 번복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한 전 대표가 공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더라도,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할 자료가 적지 않아, 한명숙 의원이 9억여 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총리 재임 당시 피고인이 한만호 전 대표를 공관으로 초대해 함께 만찬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고, 돈이 오간 뒤 통화를 한 기록이 있는 점”도 유죄의 근거로 제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한명숙 의원이 돈을 받은 이듬해 한씨에게 2억원을 돌려 준 점, 한만호 전 대표가 발행한 수표를 한명숙 의원의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점도 신빙성있는 증거로 인정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교도소 접견기록도 유죄판결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심리 및 선고를 2년 가까이 미루다가 이날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의 선고가 늦어지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 올해 초,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회원들이 대법원의 한명숙 의원 사건 늑장판결을 비판하는 시위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열고 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 올해 초,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회원들이 대법원의 한명숙 의원 사건 늑장판결을 비판하는 시위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열고 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대법원은 지난 6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 약 2달만인 오늘 원심의 판단을 확정하면서, 사건 심리를 마무리했다.

    한국 여성계의 대모로 불린 한명숙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200년 5월, 16대 국회때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여성부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장관을 지낸 뒤 2006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로 발탁돼, 이듬해 3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이후 한명숙 의원은 친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민주통합당 당대표 자리에 올라 19대 총선을 지휘했으나, 친노 편향적인 공천에 따른 당내 내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친노진영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명숙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형을 선고하자, "정부가 재판을 기획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해,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 ▲ 2013년 9월16일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하자, 한명숙 의원이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 2013년 9월16일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하자, 한명숙 의원이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검찰은 한명숙 의원에게 1~2일 정도 신병을 정리할 시간을 준 뒤, 곧바로 형 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한명숙 의원은 일단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수형자 등급에 따른 분류과정 등을 거쳐 교도소로 이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늑장판결을 둘러싼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2011년 기소시점부터 이날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특히 항소심 선고 후 대법원이 무려 2년 동안 선고를 뒤로 미루면서, “사법부가 정치권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검찰 출신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명숙 사건은 선고 결과를 떠나 우리 사법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며 법원의 늑장판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명숙 재판은 대법원에서만 2년, 1심부터 5년이 걸렸다.
    이러는 동안 피고인은 할 거 다하고 임기를 거의 다 마쳤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오늘 선고결과를 떠나 사법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