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임지연 “형식 씨와 '창식아' '지이야' 하며 연애하듯 촬영 했죠”

“지이가 곧 저더라고요”

최근 한국은 ‘지연중독’ 신드롬을 앓는 중이다. 배우 임지연은 지난해 영화 ‘인간중독’에서 치명적인 노출연기로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며 맥박을 급속도로 상승시키더니,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상류사회’에서는 깜찍 발랄함으로 시청자들의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증가를 유발했다. 이 증상의 치료법은 없을까? 드라마 종영 후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임지연을 만나보았다.

“‘상류사회’가 끝난 게 실감이 안 나지만 좋게 잘 끝나서 기분이 좋아요. 후련하면서도 씁쓸하다고 할까요? 드라마로는 첫 작품이라 작년에 영화로 먼저 강렬하게 데뷔한 데에 따른 이질감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영화 작업들을 하면서 선배들이 ‘드라마 하면 잠도 못자고 힘들 거다’라고 말씀하셔서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또래배우들이 잘 이끌어줘서 금방 적응 할 수 있었어요.”

백치미 있는 착한 명랑처자인 이지이 역으로 분했던 임지연은 이 캐릭터와 드라마에 여전히 끊임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드라마를 회상하는 그의 눈빛에서 초롱초롱 반짝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지이는 실제 임지연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맡은 배역들 중 지이 캐릭터가 저와 가장 비슷해요. ‘상류사회’는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로 제 또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 ‘나’로서 시작하는 느낌이었죠. 지금껏 제 이미지는 실제 저의 털털한 모습과는 다르게 베일에 쌓여있었는데, 지이는 제 평소 표정과 제스처를 쓸 수 있어서 편했어요.”

이전 신비로운 이미지였던 임지연의 ‘상류사회’를 통한 180도 이미지 변신에 대해 대중은 드라마 시작 전 우려 아닌 우려를 품고 있었지만 그는 완벽하게 이지이에 ‘빙의’했다. 아, 빙의가 아닌 껍데기를 벗은 진짜 임지연을 보여준 것이겠다. 임지연은 재벌 집 아들 유창수인 박형식과의 실제 연인을 방불케 하는 달달한 ‘환상케미’를 선보여 특히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형식 씨와의 연기에 대해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창지커플’의 케미가 잘 맞는단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좋았어요. 형식 씨와는 워낙 친하기도 했고 이전에 ‘정글의 법칙’을 촬영하며 못 볼 꼴 다 본 사이였기 때문에 드라마 속에서 설렐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첫 만남부터 그냥 뻔뻔하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어요.(웃음)”

같은 또래들끼리의 연기 호흡이라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뤄졌다던 ‘상류사회’. 임지연에게 각각의 주인공들에 대한 느낌을 어땠을까.

“성준 씨는 저와 동갑이더라고요. 첫 인상은 차가워 보였는데 알고 보니 순진하고 참 괜찮은 친구였어요. 드라마가 방송되는 날에는 서로 충고 같은 얘기도 나누면서 도움을 많이 줬어요. 유이 언니는 저보다 두 살이 많았는데도 털털한 성격이 비슷해선지 오랫동안 알고지낸 친구처럼 편하게 지냈고, 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어요. 형식이는 제 파트너니까 어떻게 서로 재밌게, 사랑스럽게 커플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견 공유를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고, 평소에도 ‘창식아’ ‘지이야’ 하면서 또래들 연애하듯이 촬영했어요. 이전에도 알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서 신선한 느낌이었죠.”

여느 드라마보다 특히 화기애애했던 ‘상류사회’ 출연진의 촬영 결과물은 본인에게 만족스럽게 나왔을까.

“모니터를 하면 항상 아쉽지만 그래도 창수와의 빗 속 키스신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제일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지이가 처음으로 ‘헤어지자’고 말하고 창수가 ‘그래 헤어지자’고 서로 이별을 고하는데, 비를 맞으며 키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걱정했어요. 감독님께서 금방 촬영을 진행해주셔서 다행이었죠.”

“또 드라마 마지막 즈음에 성준 씨와 묘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서로의 커플에게 질투심을 유발하는 부분도 기억나요. 처음 대본을 보고는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막상 촬영해보니 신선하고 재밌더라고요. 창수(박형식)가 실제 촬영장에서 ‘너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아니냐’고 놀리기도 했어요. 준기 나름대로 설레는 것도 있었지만 저한텐 아무래도 창수가 잘 맞더라고요.(웃음)”

촬영 후기를 듣기만 해도 풋풋하고 설렘 가득한 기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임지연에겐 이렇게 ‘상류사회’가 가장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는 작품일 수밖에도 없었다. 이전 자신의 대표작 ‘인간중독’에서의 노출로 인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했던 시간들은 신인 임지연에게는 꽤나 고통스러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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