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영훈국제중 ‘구사일생’, 반발한 서울외고는 지정취소 처분
  • ▲ 지난 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연합뉴스 사진
    ▲ 지난 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연합뉴스 사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한 특목고 지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결정의 이면에 '괘씸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서울외고는 영훈국제중과 함께 퇴출 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입학비리로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영훈국제중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7일,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에 각각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서울외고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서울외고보다 죄질이 무거운 것으로 평가받았던 영훈국제중에 대해서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 뒤 재평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서울외고의 특목고 자격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목고에 대한 지정취소 여부는 최종적으로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처분은 예상 밖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죄질을 기준으로 한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외고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 직후, 교육청 안팎에서 '괘씸죄 영향론'이 흘러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정취소 결정에 앞서 세 차례나 열린 청문절차에 모두 불참한 것은 물론, 서울교육청의 평가결과에 강한 불신을 나타낸 서울외고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이 '괘씸죄'를 적용, 강수를 뒀다는 것.

    반면 영훈국제중은 입시비리 사실이 밝혀진 뒤, 자세를 한껏 낮추면서 서울교육청의 요구에 순응하는 태도를 취했다.

    실제 서울교육청은 "영훈국제중의 경우 청문절차 이전에 장학금 지원 확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프로그램 운영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청문회에도 참석해 미흡하다고 지적된 부분과 관련돼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제시했다"며 지정취소를 2년간 유예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서울외고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의견진술 기회를 줬지만 청문절차에 응하지 않아, 예정된 처분을 낮추거나 바꿀 특별한 사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김강배 서울외고 교장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교육부의 평가와 소명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소명자료는 이미 준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김 교장은 서울교육청의 청문절차에 불참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지정취소 대상학교로 삼았다는 조 교육감의 발언이 있었으나, 교육부가 공개한 2010~2014년 외고ㆍ과학고ㆍ영재학교 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을 보면, 서울외고 졸업생의 어문ㆍ인문ㆍ사회계열 진학률은 95.9%로, 서울지역 6개 외고 중 가장 높았다"며, 지정취소 대상학교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강배 교장은 "노원ㆍ도봉ㆍ성북ㆍ강북구 지역 재학생 비율이 74.7%(619명)로, 강북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특목고 평균 기준점수에 2~3점 미달됐다는 이유로, 지정취소 대상에 오른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외고가 특목고 자격을 유지할 지 여부는 교육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지난해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육감이 특성화중, 특수목적고,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서울외고 지정취소와 관련돼,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의 동의 신청서를 살펴본 뒤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는 '서울외고 특목고 지정 취소 동의 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50일 안에 동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외고에 대한 특목고 지정취소 여부는 늦어도 다음달 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