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너그러운 이웃’이 아닌 ‘힘’과 ‘동맹’에 의해 유지
  • 중국의 사드(THAAD) 반대 眞意

    A2/AD 타격 대상엔 제1 도련선 안에 있는 오산과 군산 공군기지 등
    주한미군 기지도 포함된다.

    황성준   
     
    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필자: 황성준 / 문화일보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추궈훙(邱國洪) 대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과 언쟁을 벌였다. 추 대사가 “사드 한국 배치는 모기 잡으려고 대포 쏘는 격”이라고 말하자 그 의원은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막아주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추 대사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지난 16일 보인 오만한 언행도 그 연장선이다. 중국은 왜 이토록 사드에 반대할까.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의 발언에서 그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왕 교수는 18일 “중국 대문 앞에 미국 무기가 설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계속 발전하기 위해 더 넓은 ‘안전공간’을 확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드가 요격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거나, 한반도에 배치될 유효 탐지거리 600㎞인 종말단계 요격용 레이더와 일본에 배치돼 있는 유효 탐지거리 2000㎞인 전진배치용 레이더를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현재 사실관계가 충분히 알려졌음에도,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왜 그럴까.
  • ‘반접근/지역거부’( Anti-Access/Area-Denial·A2/AD)라는 중국의 국방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시 미군 전력의 접근을 차단하고, 차단이 이뤄지지 않을 땐 지역에서의 미군의 효과적 기동작전을 거부하는 개념이다. 중국은 해상방어선을 쿠릴열도·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제1 도련선(島련線), 그 바깥의 오가사와라·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하는 제2 도련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제1 도련선 안에서는 타국 해군 세력을 배제하고 차츰 제2 도련선까지 활동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둥펑(DF)-21D 미사일과 핵 추진 잠수함 등을 개발·배치하고 있다. A2/AD 타격 대상엔 제1 도련선 안에 있는 오산과 군산 공군기지 등 주한미군 기지도 포함된다. 이런 전략은 2006년 1월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의 자유로운 한반도 출입을 보장한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뒤 더욱 강화됐다. 즉 사드가 주한미군 기지 공격에 방해가 되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전략무기를 배치할 때마다 중국의 ‘윤허’를 받아야 한다. 극단적으로는 제1 도련선 안에 위치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해선 안 된다. 결국 사드를 포기한 ‘중립평화’란, 조선 시대처럼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안전공간’ 개념은 히틀러의 ‘생존공간(Lebensraum)’과 옛 일본 군국주의의 ‘대동아공영권’을 연상케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안보 전략과 전술이 얼마나 치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안보는 ‘너그러운 이웃’이 아닌 ‘힘’과 ‘동맹’에 의해 유지된다. 사드에 대한 국가적 결단도 이런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sjhw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