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텔레그라프 “北, 수백여 명의 정치인·기자·사업가, 미인계로 포섭한 뒤 협박”
  • ▲ 英텔레그라프는 탈북 언론인 장진성 대표의 책과 일본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 정권이 '임신공격' 전술을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 英텔레그라프는 탈북 언론인 장진성 대표의 책과 일본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 정권이 '임신공격' 전술을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임신공격’.

    ‘인신공격’의 오타가 아니다. 북한 김씨 일가가 실제 사용하는 대남적화전술 가운데 하나다.

    공식 명칭은 ‘씨앗 심기 작전’. 국내 한 종편에서는 ‘임신 특공대’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얼핏 ‘미인계’처럼 보이지만, 여성 공작원들에게 임신을 강요해 아이를 낳는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英텔레그라프는 탈북 언론인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의 책 ‘친애하는 지도자’를 인용, “북한 정권은 평양을 찾은 해외 엘리트들을 협박하기 위해 미인계를 이용, 임신하도록 한 뒤 아이를 볼모로 협박한다”고 보도했다.

    상황은 이렇다. 북한을 찾은 외국 정치인, 기자, 사업가, 유명 인사들이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이미 침대에는 알몸의 젊은 여성이 누워 있다. 이들의 임무는 ‘임신’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교묘하게 편집, 성관계를 갖지 않아도 마치 가진 것처럼 만든 영상을 협박 수단으로 삼는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유혹에 넘어가 성관계를 가지면 여성의 십중팔구는 아이를 가진다고 한다. 가임기의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외국인들을 ‘함정’에 빠뜨린 뒤 한동안은 협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출산한 뒤부터는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여성과 아이를 볼모로 해당 인사에게 대북지원 또는 협조 요청을 하거나 여론몰이 등을 요구한다. 대신 해당 여성은 ‘현지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언도 이미 나와 있다. 장진성 대표는 “평양특별시 동대원 구역 문수봉 근처 냉천 사이다 공장 뒤로 올라가 보면 색다른 개인저택들이 모여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곳이 바로 ‘임신공격’을 했던 여성과 그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한다.

    요이치 시마다 후쿠이大 교수는 일본 사회당 의원, 요미우리 신문 기자 등이 북한 방문 당시 성관계를 갖고 북한 여성들을 임신시킨 사실을 일본 정보기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사회당이 김씨 일가를 옹호하는 탓에 일본 공산당조차 이들을 비난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런 ‘임신공격’이 더욱 위험한 것은 해외 유력인사와 북한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대부분이 대남공작원으로 양성된다는 점이다.

    장진성 대표의 증언, 북한전문가, 일본 납북피해자 가족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임신공격’ 전술이 등장하게 된 것은 70년대 김정일의 대남사업 전술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일은 1970년대 대남공작 총책임자가 된 뒤 노동당 35호실을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같이 만들겠다면서 외국인 납치 공작을 벌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북한 간첩들의 현지화 교육, 납치한 외국인들의 신분 활용, 현지에서 활동할 간첩 양성이었다고 한다.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북한 대남공작기관들은 세계 각지에서 10대부터 20대 여성들을 납치한다.

    일본 민간단체 ‘납북자구조연합’이 2006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전쟁 이후 한국, 일본, 레바논, 중국, 태국, 루마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요르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2개국에서 최소한 523명의 외국인을 납치했다고 한다. 납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며 70년대에 납치됐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백 명의 여성을 납치한 김정일은 그 중에서 어린 소녀들만 뽑아 현지에서 활동할 공작원으로 양성하려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

    이에 생각을 바꾼 김정일이 만들어낸 전술이 ‘씨받이’였다고 한다. 외국인의 외모를 가진 공작원을 ‘생산’한다는 개념이었다.

  • ▲ 김정일의 기쁨조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됐다. 그 가운데는 '공작 보조원'이라는 명칭의 '임신공격' 전담 여성들도 있었다고 한다. ⓒ北기쁨조 공연 영상 캡쳐
    ▲ 김정일의 기쁨조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됐다. 그 가운데는 '공작 보조원'이라는 명칭의 '임신공격' 전담 여성들도 있었다고 한다. ⓒ北기쁨조 공연 영상 캡쳐

    김정일은 세계 각국에서 젊은 여성들을 납치하는 공작을 중단하고, 대신 북한의 미인들을 골라 세계 각국으로 보내 ‘임신’해 오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때 다양한 외모의 아이들을 얻고자 백인은 물론 흑인, 동남아인, 서남아인, 아프리카인 등 각 인종별로 ‘임신공작’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철저히 격리된 채 키워지며, 나중에는 대남공작원으로 양성된다고 한다.

    장진성 대표에 따르면, 이 혼혈아들은 노동당 작전부 소속 915연락소가 건강관리를 맡고,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직접 생활편의를 봐준다고 한다.

    김정일 시절에는 대남공작원 양성을 위해 이처럼 ‘혼혈아’를 만드는 데 혈안이었다면, 21세기 들어서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바로 한국인을 직접 노리는 ‘임신공격’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한에 한 번 다녀온 뒤부터는 태도와 입장이 묘하게 변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늘었다. 이들은 북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모종의 협박’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을 많이 내놨다.

    실제 재미교포 종교인들 가운데는 북한을 방문했다 ‘임신공격’을 당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뉴스메이커’는 동료의 권유로 2003년 방북했던 60대 목사가 평양 고려호텔에서 겪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인터뷰에서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그런 일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선데이저널USA과 미주통일신문은 재미교포 목사를 대상으로 한 ‘임신공격’ 또는 ‘미인계’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 ▲ 김정일과 김정은은 '미녀들'을 대남공작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의 '미녀응원단'도 그 중 한 사례에 속한다. 이런 여성들이 유혹한다면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될까. ⓒ대구유니버시아드 당시 北응원단 보도화면 캡쳐
    ▲ 김정일과 김정은은 '미녀들'을 대남공작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의 '미녀응원단'도 그 중 한 사례에 속한다. 이런 여성들이 유혹한다면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될까. ⓒ대구유니버시아드 당시 北응원단 보도화면 캡쳐

    이 모두 김정일이 살아있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김정은이 ‘임신공격’을 포기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임신공격’ 또는 ‘미인계’를 활용하는 행태가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탈북자로 위장한 남파 간첩들이 ‘미인계’를 활용하고 있다.

    2008년 7월 검거된 원정화, 2010년 5월 검거된 김미화, 2012년 5월 붙잡힌 이경애는 ‘탈북자’로 위장한 뒤 외로운 남성들을 포섭 대상으로 삼고, 첩보수집 및 대남공작을 했다. 

    공안 전문가들은 탈북자나 해외교포, 또는 외국인으로 위장한 ‘미녀 간첩들’이 이제는 국내에서 ‘임신공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자칫하면 서울에서 김정은의 ‘미인계’에 당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