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관람 후기] 어느 영화감독의 탄식

다큐멘터리라 부르기 민망한 '다이빙벨'

"정부- 언론 합작으로 다이빙벨을 실패"라는 근거없는 주장

최공재 다양성영화 감독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4.10.09 12:04:50

▲ ⓒ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홈페이지 화면캡쳐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다이빙벨’에 대해 영화제측은 영화를 보고 나서 판단하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영반대도 아주 깔끔하게 무시하고 상영을 강행했다. 그래서 봤다. 보고 나서 얘기 좀 하려고, 자, 봤으니 이제 얘기 좀 하자! 원하는 대로 영화 외적인 이야기는 STOP! 바로 영화 얘기로만 본론 들어가자.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다큐멘터리’란 과연 무엇인가?‘ 였다. 말 그대로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극적 허구성 없이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어야만 우리는 그 영상 앞에 ‘다큐멘터리’란 호칭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다이빙벨’은 85분 동안 주구장창 ‘진실’을 외치면서도 그게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와 객관적인 시선 따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의 음모론은 난무하지만 실체는 확인할 수 없는 화면들뿐이다.

그러니 이 영상을 두 사람의 ‘스스로 영웅되기 리얼버라이어티’라고 말하면 동의하겠지만 이걸 ‘다큐멘터리’라고 말한다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이건 분명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허구성이 배제된 진실’은 없고 ‘강박관념적 주장’만이 있다.

팩트도 없고, 객관적인 시각은 단 1초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는가? 더군다나 그 주장마저 너무 작위적인 형태로 보여진다. 물론, 다분히 ‘이상호’라는 기자의 개인적인 주장은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이는 다큐멘터리로서의 표현과는 동떨어진 인위적 설정과 어색한 쇼맨쉽으로 다큐적 리얼리티를 스스로 해체해 버린다.

그런 이유로, 난 이 영상에 도저히 ‘다큐’나 ‘영화’라는 이름을 ‘감히’ 붙일 수가 없다.


▲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 앵글 부문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초청된 '다이빙벨'의 이상호(왼쪽)·안해룡 감독이 6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센텀시티 영화관에서 관객과 대화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시작부터 이 영상의 방향성은 이미 확인이 된다. 시작되자마자 몇몇 정치인들이 나오고 그들에게 세월호의 책임을 물으며,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용퇴’를 거론하는 이상호의 기자와의 투샷에서 정지화면으로 이어지는 도입부에서부터 이 영화는 ‘다이빙벨’을 가장한 정치적 일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러고 나서 시작되는 이 영상의 초반은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시작해 중반은 다이빙벨에 대한 변명, 후반은 언론조작과 정부의 공작에 의한 방해와 위협 때문에 다이빙벨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표현함으로써 진실보다는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 선전물처럼 보여진다.

투스타(소장)가 와서 다이빙벨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는 이종인 대표의 주장은 있지만 그게 누군지는 알 수 없고 굳이 밝히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이빙벨의 첫 실패 이후, 잘려진 호스를 보고 이종인 대표는 누가 공기호스를 잘랐다고 하고, 이상호 기자는 카톡을 통해 이종인 대표가 위험하다는 등 말들은 난무하지만 누가, 왜, 언제 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그저 주장만 해댈 뿐이다.

정부와 언론의 합작으로 다이빙벨을 실패시켰다는 주장은 있지만 그 근거조차 어디에도 없다. 또한, 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상호 기자가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버지를 인터뷰하면서 의도적으로 눈물을 끌어내고 분노와 죄의식을 유도하는 모습은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연출자가 객관적 판단력을 상실한 순간, 리얼리티의 3자 개입으로 인한 키노아이적 관점의 시선은 사라지고 의도된, 혹은 의도하는 연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디테일한 팩트 자료나 증언과 같은 부분은 빠지고 그들의 주장과 일부 부정확한 이들의 등장(신변의 보호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어설픈)을 통해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려 하나 이는 이상호 기자의 유도심문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짜집기한 편집기술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투스타의 살해협박(이종인 대표의 주장에 의하면) 이후 인터뷰를 하고 돌아서는 이종인 대표의 뒷모습을 슬로우로 잡으면서 팩트가 아닌 감성적인 동의를 구하고 있는 장면들 말이다. 이런 장면들은 눈에 띌 정도로 반복이 되고 있어, 이 영상이 다큐라는 사실적 관점이 아닌 다분히 감정적 시선임을 시인하는 꼴이 되었다.


▲ 최공재 칼럼니스트 ⓒ 뉴데일리 DB

흔히들 사람들은 착각한다.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담은 것이라고!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담는 것이 아니고, 담을 수도 없다. 어떠한 다큐멘터리도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큐멘터리의 기본 방향은 정해진다.

하지만, 최대한의 객관적 시각으로 보여지려고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그런 진심을 느낀 관객들에 의해 다큐멘터리의 진실성과 작품성은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다이빙벨’ 영상에서는 다큐의 기본이 되는 그러한 객관적 노력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 영상을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고 같이 영화를 본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이 질문이 나오게 됐다.

언제부터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습니까?

이 영상을 처음 본 관객들은 왜 이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눈으로 보이는 화면의 부조화 때문이었다. 초반의 리얼리즘적인 카메라의 흔들림과는 대조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갈수록 화면의 구도나 안정감은 기존의 인터뷰와 관련해서 뉴스릴과 같은 성향보다는 점점 극영화적 성향으로 변해간다. 영화를 좀 아는 관객이나 영화인들이라면 다분히 초 중반부터 영화적 기획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심이 들게 만들고 그럴 수밖에 없는 영상의 흐름이었다. 재미있게도 이상호 기자는 이 질문에 대해서 얼버무리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 가지 더 영상적으로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영상에 나오는 이종인 대표와 인터뷰를 하는 증인들의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이종인 대표야 이 영상의 주연배우이니 그렇다 쳐도 인터뷰하는 증인들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다. 보고 있으면 너무 작위적인 느낌으로 전달되어 오히려 다큐의 진실성이 묻혀버릴 것 같아, 기본 편집방향이라면 웬만해서는 그냥 버릴 화면들이었다. 이 부분은 나 말고도 그 영화를 본 다른 영화인들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니 이 영상을 보고 나면 다분히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것들이 이것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어색한 그들의 동조는 관객에게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이 영상의 완성도나 진실성을 철저히 뭉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영화적 기법들을 차용하고 D.I나 C.G 등으로 화면에 공을 들인다 해서 다큐멘터리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런 소소한 부분들에서 진실성이 의심가게 된다면 그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 마이클 무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영상을 만든 분들께 ‘마이클 무어’가 제시한 다큐멘터리 만드는 법을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화씨 911’이나 ‘볼링 포 콜롬바인’ 같은 진보성향의 영화를 만드는 대표적인 감독으로 대한민국의 진보라 자칭하는 영화인들도 열광하는 감독의 말이니 들어봄직 할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영화의 작품성과 흥미보다, 정치 이념이나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영화가 먼저다. 그 다음이 다큐멘터리다. 적어도 내겐 영화의 예술적인 면이 정치적인 요소보다 훨씬 중요하다. 왜? 영화가 개떡같다면 아무도 그 정치성에 관심을 안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만든 사람들이나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여러분들이 만드시는 것은 ‘영화’고, 여러분들은 영화인들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예술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의 사회적 파장 역시 중요하고, 그렇기에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누구보다 객관적 시각으로 현실을 다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가 먼저가 아닌 자신의 이념이나 사상이 먼저인 것이 나오는 순간, 그건 영화가 아닌 저널리스트들이 할 일이 될 것이다. 다이빙벨을 계기로 영화로서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보시길 부탁해 본다. 그러면 이런 영상이 상영되면서 쓸모없는 논쟁으로 부산영화제의 명성에 먹칠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자신 있게 ‘영화를 보고 판단하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공개되고 보니 영화는커녕 다큐멘터리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영상이다. 자, 이젠 부산영화제가 답할 차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라는 그 곳에서 이렇게 함량미달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유가족 당사자들이 반대하고, 국민들도 반대한(네이버 평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영상물을 강행 상영한 이유가 영화적 완성도는 아님이 증명이 됐으니 다른 이유를 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상호 기자가 관객과의 대화시간에서 말했던 ‘이 영화로 인해 국론분멸이 안되고 다시 뭉쳤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오히려 국론분열을 더 부추길 음모론으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어떤 도의적 책임을 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영상 = 문화예술단체 <차세대문화인연대>가 제작한 동영상 '다이빙 벨을 저격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감독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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