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동원 명령했고 우린 따랐다. 그런데 책임을 우리에게 씌운다
  • ▲ 언딘 장병수 기술이사가 8일 오후 분당구에 있는 언딘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 이사는 인터뷰가 끝난 뒤 곧바로 세월호 사고현장인 진도로 향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언딘 장병수 기술이사가 8일 오후 분당구에 있는 언딘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 이사는 인터뷰가 끝난 뒤 곧바로 세월호 사고현장인 진도로 향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물때가 6시간에 1번꼴이다. 계속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6시간 중 앞뒤 2시간 빼면 거의 1~2시간 쪽잠 자고 다시 작업하는 식이다. 처음 3일 우리는 굶어가면서 구조작업했다 그 다음 3일은 라면으로 버텼다. 그래도 지금은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돼 상황이 좀 나아졌다."

    "이제는 (잠수사들) 보험은 왜 들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속이 1.5노트가 넘어가면 법적으로 잠수를 못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보험얘기를 꺼내는 것이 정상인지 모르겠다."

    "국가가 (잠수사)동원을 명령했고 우린 여기에 따랐다. 그런데 모든 책임을 우리(언딘)에게 덮어씌운다."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에 피해 가족들의 눈물이 마를새가 없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슬픔에 빠진 이들이 있다.

    첫 시신 수습 성과 가로채기, 초기 구조작업 고의 지연, 해경-청해진해운과의 특혜 의혹, 급기야 듣기만해도 섬뜩한 '시체장사' 비난까지….

    세월호 수색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잠수회사 언딘을 둘러싼 각종 소문들이다.

    해군해난구조대 SSU 출신인 언딘 장병수 기술이사는 "자꾸 웃는 모습이 나오면 안 좋다고 하는데 제가 어이가 없어서…"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언딘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내용들만 보면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난다"면서 "가장 슬픈 사람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이고, 그 다음 슬픈 사람은 언딘 가족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언딘은 남발되는 의혹들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지만 지난 5일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언딘 사무실은 갖은 욕을 다 먹고 있는 곳치고는 침착한 분위기였다.
    장 이사와의 인터뷰는 8일 오후 2시에 분당구에 있는 언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현장은 (실종자가) 몇 십명씩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매일 장례식 분위기였다. (언론사에서) 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고 침묵을 너무 오래 지켰는데 그게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 침묵 지키다 해명 나선 배경은

    지난 6일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는 잠수 5분 만에 의식을 잃고 끌어올려져 목포 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제주도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정부의 협조 공문에 따라 투입된 13명의 잠수사들이 투입됐다. 이광욱씨는 이들과 함께 남양주에서 지원해 투입됐다.

    "새로 (잠수사를) 못 뽑는건 일단 검증되지 않은 사람은 투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욕 먹으면서 (사고현장에) 들어올 다이버는 없다. (외부에서) '시체장사 한다'고 손가락질 하는데 가족이 보내주겠느냐. 잠수하는 분들은 굉장히 가정에 성실해서 가족들 말이라며 거의 꼼짝도 못한다. 가족 싫어하는 일은 안한다."


    이광욱씨는 언딘 소속으로 보도가 됐지만 긴급 투입이 되면서 언딘에 배정된 것으로 실제로는 언딘 직원이 아니다.

    장 이사는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이광욱씨를 만나 담배도 피고 경비정 뒤쪽 태극기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주며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광욱씨는 '저번에 (민간잠수사) 지원했다가 떨어졌는데 이번에 되서 너무 좋다'고 했다."

    "배에는 UDT, SSU, 해경수색대, 소방구조대, 특전사, 항공구조대 등 다양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있고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베테랑 다이버들이 있다."

    "이광욱씨도 자연스럽게 그쪽(베테랑 다이버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고 해경은 (민간잠수사) 팀장한테 업무를 배정한다."


    장 이사는 해경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경찰이 이광욱씨의 사망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언딘에 떠넘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 중인 민간잠수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보험은 들었느냐", "(잠수사들의) 라이센스는 제대로 확인 했느냐" 등을 따지면서, 마치 사고의 책임이 언딘이나 민간잠수사들에게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해경이 모습이 잠수사들의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경이나 정부 반응 자체가 문제다. 모든 책임을 언딘에 전가시키고 있다. 수사관들이 실제 투입된 사람들(구조작업중인 잠수사들)을 4~5시간씩 수사하고 있는데 이건 아닌 거 같아 (인터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산업재해 보험이 돼 있느냐고 하는데 여긴 전쟁터다. 예비역들이 들어와서 전쟁을 막고 있는 상황인데 산업재해를 이야기하면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유속이 1.5노트 이상이 되면 잠수를 못하게 돼 있다.

    일(구조작업) 해야 하는데 4시간씩 질문한다. '왜 (투입) 시켰느냐'고. 우리를 범죄자처럼 대한다."


    ▶ 정부·해경·정치권 유착 주장은 [음모론]

  • ▲ 언딘 장병수 기술이사는 8일 오후 언딘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언딘 장병수 기술이사는 8일 오후 언딘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언딘은 그동안 수색·구조활동에서 "구조작업을 고의로 지체했다", "민간 잠수사 구조 실적을 가로챘다"는 등의 갖은 의혹을 받아왔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실제 언딘 관련 의혹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매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해경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 "정부 여당과도 밀접한 관계"는 그럴듯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신뢰할만한 팩트에 근거한 기사는 의뢰로 많지 않다. 의혹과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상당수의 언론들의 사실확인을 게을리했다. 심지어 실명기사가 아닌 [온라인 뉴스팀] 등의 이름으로 무책임한 소설을 쓴 기사도 넘쳐났다.

    이런 혼란은 [언딘에 엄청난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배경이 됐다. 정부와 해경에 대한 장 이사의 감정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정부 및 해경에 대한 그의 불만은 상당했다. 

    정부 및 해경에 대한 섭섭함은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언딘과 관련돼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인터뷰제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정부 및 해경에 대한 그의 불만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에서 보도한대로, 언딘과 정부, 언딘과 해경 사이에 끈끈한 유착관계가 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언딘 소속이든 아니든 오퍼레이션(운영)에 과실이 있다면 우리가 끝까지 책임진다. 그러나 정부의 동원명령에 따라 구조작업에 나섰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참다 못한 잠수사들이 제게 전화를 한다. 죽으면 챙겨주냐고. 우리가 챙겨주겠다고 달래는데 가슴이 아프다.

    언론도 정부도, 시민들도 시신을 안고 나오는 잠수사들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사람이 시신을 200~300명 보는 게 쉬운일이 아니다. 
    20일 넘게 극한상황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가야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무리한 잠수로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아쉬움을 전했다. 해경, 해군 잠수사들은 격려하면서, 민간잠수사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 못내 섭섭한 듯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셔서 해군, 해경만 격려하고 가셨다. 민간다이버들은 상처를 받았다. 우리가 죄인인가. 이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구조작업 중 숨진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에 대해 의사자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언딘이 시신 인양한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니…

  • ▲ 강대영 잠수사 ⓒ JTBC 화면캡쳐
    ▲ 강대영 잠수사 ⓒ JTBC 화면캡쳐


    "언딘이 시체장사를 한다"는 주장은 "초기 구조작업을 고의로 지체했다"는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당시 구조작업에 함께 투입된 8명의 민간잠수사 중 일부는 "언딘의 고위 간부가 시신을 언딘이 인양한 것으로 해달라며 작업을 중단하라고 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런 주장은 사실확인도 없이 곧바로 기사화됐다.

    이런 의혹을 앞장서서 제기한 사람은 민간잠수사 윤모씨(한겨레)와 강대영씨다. 한겨레와 JTBC는 이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이들이 주장한 언딘 고위간부인 김 모 이사는 윤씨와 강씨를 고소했다. 


    "김 이사는 지금도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 중이라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경찰은 사안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본인이 직접 와서 소장을 넣으라고 한다. 대리인을 보내도 고소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 이사는 고소장을 계속 들고 다녔다."

    특히 장 이사는 강대영 잠수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 이사는 강대영 잠수사의 경우 "수심 18미터까지만 들어갔다고 나온 분"이라며, 사실상 구조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 분은 다이빙을 해서 구조작업을 진행한 사람이 아니다. 수트(잠수복)를 가지고 오지 않아 빌려 입고 들어갔다.ㅍ다이빙워치로 다이빙 수심을 찍는데 그 분은 정확히 18m 찍고 올라왔다."


    이어 장 이사는, 강대영씨가 유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구조작업의 실체를 폄하하는 언행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 분은 (사고현장에서) 나가 유가족들 속에서 생활을 같이 하는 분이다. '저게 어려운 작업이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며 가족들의 신임을 얻었다."


    ▶ “이종인씨, 유족 앞에서 무릎꿇고 울면 교주처럼 돼

  • ▲ (자료사진) 모자를 쓴 사람이 이종인이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노란색 기계가 다이빙벨이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료사진) 모자를 쓴 사람이 이종인이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노란색 기계가 다이빙벨이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다이빙벨]을 전지전능한 구세주처럼 소개했다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에 대한 장 이사의 경험담은 눈길을 끈다.

    장 이사는 "이종인 대표가 유족 앞에서 무릎꿇고 울면 교주처럼 된다"고 증언했다.

    "이종인 대표는 (유족들을 만난면) 항상 무릎을 꿇는다. 탁 꿇고 2~3분 정도 있다가 시인처럼 뜬금없는 이야기를 한다. 말을 엄청 잘하다가 한숨을 팍 쉬면서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는 등 동문서답을 한다."


    장 이사는 "해경과 언딘이 다이빙벨 투입을 방해했다"거나, "비협조적"이란 이종인 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가이드라인이 그대로 있다는 보장이 없어 (위험하니까) '그쪽에서 배를 묶지 말라'고 하면 방해했다고 하고, 그래서 (우리 직원들한테) 전부 뒤로 빠지라고 하면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이종인 대표는 당시 다이빙벨 투입 실패를 직후, 철수 이유에 대해 "여태까지 일한 사람들이 조금만 더 일하면 끝을 볼텐데 반짝 나타나 각광받을 수 없다"라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늘어놨다. 그러나 지난 3일 팩트TV와 고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다시 말을 바꿔 "해경이 위해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폈다. 

    언딘을 둘러싼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다만 두 가지만은 확실하다. 언딘의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이나 이를 적극 부인하는 언딘,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진실은, 언딘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무엇이냐와 관계없이, 오늘도 잠수사들은 극한 환경 속에서 구조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언딘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 규명 못지 않게, 잠수사들에게 눈길을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