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빼고 모두 朴心얻으려고 노력…얻어야 할 것은 민심”총리시절 캐치플레이는 우문현답 “늘 현장 찾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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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황식 전 총리가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의 실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김황식 전 총리가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의 실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만난 김황식 전 총리는 흡사 한 잔의 카푸치노 같았다.
    첫 인상이 하얀 우유거품처럼 부드러웠다면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에게서는 우유에 쓴 맛을 감춰둔 강인한 에스프레소가 묻어났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정(失政)을 이야기 할 때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단호함이 교차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총리 후보 1순위가 아니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갑작스러운 낙마에 다급해진 청와대는 “청문회를 통과할 무난한 인사”로 감사원장이던 그를 지명했다.
    쉼표총리, 대독총리, 의전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재임기간은 무려 2년5개월. 1987년 직선제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민생을 최우선에 둔 국정운영과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이명박정부의 최고의 인사”라는 찬사까지 나왔다. 연평도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경호원의 우산을 물리치고 40분간 비를 맞으며 젊은 병사들의 희생을 눈물로 추모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총리시절 그의 캐치플레이는 [우문현답]이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의 줄임말로 총리실 산하의 각종 위원회를 두고 직접 실태조사에 나선 것도 수십 번이었다. 여기에는 감사원장을 지낸 경험이 요긴하게 쓰였다.

    이런 그가 서울시장 선거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까지. 공직생활만 40년에 이른다.

    처음 주위에서 권유를 받았을 때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내와 딸, 가족의 반대도 부담스러웠다.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빚” 때문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자리에 몇 번이나 기회를 준 나라에 빚진 마음이 컸다.

     

  • ▲ 김황식 전 총리가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춤사위를 보인 점을 언급하며 쑥쓰러운 듯 웃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김황식 전 총리가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춤사위를 보인 점을 언급하며 쑥쓰러운 듯 웃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출마를 선언한 뒤 빼곡한 일정 속에 점심은 차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만나야할 사람도 많다.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캠프출정식 때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노래에 맞춰 춤사위까지 선보였다.

    쑥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 전 총리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론 쑥스럽죠. 그런데 제가 비교적 학습 진도가 빠르다고 평가 받기 때문에 어색한 부분도 더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개척할 지도 모릅니다”라고 답한다. 


    ◆ 박원순, 행정 몰라…“일률적 진행 문제 키워”

     

    김 전 총리가 기억하는 박 시장은 무상보육 확대를 위한 정부지원을 요구하며 총리인 자신을 압박하던 모습이다.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무상급식이 물론 나쁜 것은 아니죠.(웃음)
    문제는 예산이 뒷받침이 되느냐 인데
    그쪽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바람에
    더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들에 지장을 받을 수 있죠. 
    현장을 가보면 예산이 부족해서
    식당시설이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경우도 많아요.
    원어민 교사 등 필요한 교육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요.
    종합적으로 어떻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쓰느냐가 문제에요. 


     

    복지로 시야를 좀 더 넓혀서도 한정된 재원 하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가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떠한 중복과 누수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제 장점은 그러한 문제들은 감사원장과 총리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들여다봤고 문제의식을 더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 ▲ 김황식 전 총리는 박원순 시장의
    ▲ 김황식 전 총리는 박원순 시장의 "일률적인 행정이 문제를 문제 이상으로 키웠다"고 지적했다. ⓒ 정상윤 기자

     

    특히 박 시장의 뉴타운 정책에 대해서 묻자 잠시 그의 미간이 좁혀지더니 “경직된 행정이 문제를 키웠다”고 답했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정책을 한꺼번에 많은 것을 시행하면서
    만들어진 문제이지만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악화된 측면도 있어요.
    그러나 일률적으로 문제다, 이렇게 지적하는 것보다는
    지역사정이나 사업의 성격에 따라서 차별되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동안 잘 진행이 될 수 있는 곳도 지연되고
    주민의 비용도 주민들 간의 갈등도 생겼어요.

    행정이라는 것은 문제를 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너무 경직되게 문제를 문제 이상으로 키워놓는 결과가 됐습니다.
    잘 된 곳은 잘 되도록 지원하고 잘 못된 곳은
    행정적으로 고민해서 달리 관리를 해야 합니다. 
    결국은 더 사업성을 확보해주고 공공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을 할 것이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용산 재개발 문제도 뜯어보면 코레일과 서부이촌동 주민들 사이의 문제지만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사업을 조정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전 총리의 생각이다.

    서울시가 이해관계자인 코레일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조정해서 결정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당장 어느 범위에서 한다, 못한다. 일률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도심의 요지인 만큼 개발이 좌절된 원인 분석을 잘 해야 합니다.
    신중한 절차를 걸쳐서 갈등과 시행착오가 없도록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그는 박 시장의 장점으로 “나름대로 소통의 모양새를 갖추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꼽았다. 반면 ‘통합의 리더십’을 부족한 점으로 들었다.

     

    일종의 코드 행정, 코드 인사로 서울이 반쪽이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전체가 하나가 되는 통합의 행정, 미래를 대비하는
    진취적인 내용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내에 서울시 부채를 7조원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시장 취임 후 1년 만에 서울시 부채는 도리어 9천억 원이 늘었습니다.


    ◆ “모두 민심 아닌 박심(朴心) 얻으려고 노력”

     

    김 전 총리가 본 무대인 6.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과 맞붙기 위해서는 먼저 당내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7선의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까지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를 향해 ‘타이슨’ ‘애벌레’에 비유하는 등 거친 언어로 이제 막 정치 무대에 오른 그를 몰아붙이고 있다.

     

    뭐랄까…. 평범하게 상식과 원칙에 따라 살아오고
    모든 현상에 대해 선의를 갖고 대해왔는데
    그런 틀하고는 다른 모습들이 전개돼서 좀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출마) 결심도 힘들었지만 진행하는 과정도 쉽진 않습니다.


     

    같은 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김 전 총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참모들에게 네거티브는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것은 당원들과 시민들에 대한 기본 예의이기도 합니다.
    정치가 아무리 승자독식 구조여도 멋지고 다르게 경쟁하고,
    패자는 승자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승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마를 선언한 지 보름 남짓 지나는 동안 그의 주변에서는 아쉬운 점으로 박심(朴心‧박근혜 의중) 논란과 사흘간의 경선 보이콧을 꼽는다. 귀국에 이은 공식 출마 선언과 정책 발표로 오를 수 있는 지지도가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이 없는 박근혜 선거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집권 2년차에 60%를 웃도는 탄탄한 국정지지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정책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국정동반자로 누구를 점찍었을지 모두의 관심사이다. 

     

  • ▲ 김황식 전 총리가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 중에 양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모습.  ⓒ 정상윤 기자
    ▲ 김황식 전 총리가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 중에 양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모습. ⓒ 정상윤 기자

     

    김 전 총리는 자신에게 박심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저만 박심하고 관계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후보들도 모두 박심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아닙니까.
    오히려 저만 박심에 관심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서울시장은 반드시 여권이 되찾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원순 이길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구냐 하는 것인데
    결국은 민심을 얻어야 하고 당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다른 특정한 사람 도움을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우리 시민들이나 당원들이 새누리당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누가 가장 본선경쟁력 있는 기준으로 볼 것입니다.
    그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박심 논란은 정말 부질없는 것입니다.


    김 전 총리가 그리는 서울은 [통합]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자살, 교통사고, 사회안전망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이전 시장들은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남과 강북, 계층‧세대 간의 갈등이 있는데
    서로 하나가 되는 통합되는 서울을 만들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해야 합니다.
    거기에 많은 것이 포함됩니다.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어려움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또 세계 유수 도시들과 경쟁해 앞서 나갈 글로벌 서울을 만들 것입니다.

     

  • ▲ 김황식 전 총리에게
    ▲ 김황식 전 총리에게 "인사청문회를 거쳐 서울시장을 선출하는데 야당이 공세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총리 인사청문회 때와 같은 대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상윤 기자

     


    마지막으로 만약 인사청문회를 거쳐 서울시장을 선출하면 어떨지 물었다.

    그는 2011년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지, 이 순간에도 내가 총리직을 탐하거나 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때와 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