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친북정부 때보다 10배 100배 잘한다

    햇볕(친북)정부가 국정원을 북한의 국가보위부 서울지국으로 만들 때는
    다들 잠잠하더니!


    최성재     
       
     때: 2000년 6월 14일
     곳: 평양의 목란관

      막이 오르면, 무대 한가운데에 김정일 신랑과 김대중 신부가 앉아 있다.
    그 사이 반의 반 걸음 물러난 곳에서 화동(花童) 임동원이 더없이 다소곳하고 황송한 표정으로
    김정일과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햇볕정책의 쭝딘쥬가 새천년 세계 챔프 독재자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바로 그 순간,
    대한민국의  국정원이  바로  북한  국가보위부의  서울지국으로 전락한다.  

    그 시각,  자유통일의 겐셔(Genscher)를 꿈꾸던 황장엽은 국정원의 휴민트(humint) 전체가
    확보한 대북 정보보다 풍부하고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고급정보를 지니고 있지만,
    창살 없는 감옥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발에는 차꼬가 채워져 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다.

      “이 봐, 황 선생, 내가 제2의 차우셰스쿠가 될 줄 알았지? 자유대한에서 잘해 보시라우.”

    “어이, 임씨, 아쉬운 대로 고마워. 007작전으로 감쪽같이 4억 5천만 달러를 보냈더군. (실은 15억 달러지만, 김기삼 애송이의 주둥이 조심해.) 영악한 자네는 알겠지만, 핵실험과 미사일 축포에 아쉬운 대로 돌려 쓸 수 있을 거야. 금강산으로도 평화와 통일의 이름으로 계속 슈퍼노트 퍼 올리는 것 잊지 마. 방방곡곡의 아방궁 유지비만도 제법 들거든. 진시황도 나보다는 못했을 걸, 흐흐.”

    1999년 1월, 김대중은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명한다.
    김대중은 1년 전 취임 무렵 이미 안기부의 대북 전선을 소리 소문 없이 초토화시켰다.
    최소한 10년, 대개 20년에 걸쳐서 양성된 고급 공안인력이 군사독재의 하수인 누명을 쓰고
    몽땅 쫓겨났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던 581명이 하루아침에 무장해제되었다.

    두뇌 싸움이 가장 치열한 곳은 대학 연구소도, 다국적 기업 연구소도 아니다.
    그곳은 국가 정보기관이다. 냉전의 전설적 영웅 007도 실제보다는 훨씬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다. 20세기 세계최대 종교인 마교(마르크스교)의 신도들은 순교를 가문과 일신의 최고 영광으로 여기는 근본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신과 문경지교(刎頸之交)는 물론 부모와 처자식도 기꺼이 유토피아(적화)의 제단에 바친다.
    마지막 순간까지, 합리적 의심의 소지가 전혀 없는 물증이 드러나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담담히 웃는다. 한 평생을 썩어도 전향하지 않는 자가 수두룩하다.
    얽히고설킨 정보와 역정보, 첩보와 역첩보의 진흙탕에서 진실의 고리를 밝혀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꼬리가 드러났다고 덜컥 잡으면 도마뱀 꼬리잡기가 된다.
    팔다리와 몸통에 이어 머리까지 일망타진하려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스모그 속에서
    속고 속이는 숨바꼭질을 10년, 20년 끈질기게 계속해야 하는 수가 허다하다.
    007처럼 단기간에 음모를 밝히고 음모의 뇌관을 제거하고 반라의 미인과 키스하는 일은 거의 없다. 총체적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알더라도 조각조각 알 뿐이다.

    따라서 어떤 분야보다 대공 분야의 전문 인력은 키우기가 힘들다.
    때로는 대공 전문가가 마교 신도일 수도 있으니까,
    일정 이상의 권력은 누구에게도 주면 안 된다.

     김씨공산왕조는 세계최고의 여러 첩보 기관을 반세기 이상 유지하면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했다. 특히 한국의 정치 급변기나 사회 혼란과 경제 위기가 겹쳤을 때는 물 만난 고기처럼 민주와 개혁의 깃발 뒤에서 얼굴 없는 주인으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남로당과 연락하기 위해 만든 연락부 이래 노동당, 내각, 인민군 등이 각자 조직을 가동하여 대한민국의 얼을 훔치고 지배하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정계만이 아니라 학계와 문화계, 법조계, 군대, 정부 등 그들이 끼어들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다. 무장간첩 남파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맞서 한국의 역대 애국우파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반공의 방패를 지급하여 국민학생까지 나서서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북한을 압도하는 경제성장으로 국민이 추상적 평등 개념에 현혹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중앙정보부 이어 안기부는 북한의 첩보기관에 맞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정희는 김일성이 무장간첩 30여명을 내려 보내면, 300만 예비군을 창설하는 식으로 그 머리에 빙산 모자를 씌웠다.

     198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고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여전히 안기부는 김일성 부자의 눈엣가시였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이 변했다.
    386자생간첩 포함 간첩은 대놓고 기승을 부렸지만, 간첩을 신고하는 국민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동시에 간첩 검거란 말만 나오면, 조작 또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풍토가 급격히 늘어났다. 곧이곧대로 정부 발표를 믿으면 바보 취급 받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과거의 간첩 사건에도 하나하나 집요하게 물음표를 달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승복 어린이 이야기다. 이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
    이야기는 어느새 대표적인 거짓말로 대부분의 국민에게 각인되었다. 1992년 정식으로 의혹이 제기된 지 무려 14년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로 이승복 조작 이야기가 도리어 악의적 조작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반공전선은 오래 전에 해체되고 난 후였다.
    핵개발비만 대 주었을 뿐, 김씨왕조의 몰락에 이은 자유통일의 기회만 빼앗겼을 뿐,
    천만 이산가족이 편지 한 통 못 주고받은 김대중과 임동원의 합작품 햇볕정책이
    지금도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겁 주면 운동권 노래를 따라 부르며 벌벌 떤 기회주의자 이명박와는 달리,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도 휴전선부터 걱정했던 박근혜는 국정원의 대북 전선을 새로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북한의 유일 최고존엄이 바싹 몸이 달았다.
    한국의 5천만 최고존엄 중 스스로 최고존엄을 포기한 자들도 바싹 몸이 달았다.

    김무현 정부의 김대업 선거 기획사기에 비하면, 노무현 식으로 말하면 깜도 안 되는 걸로 이승복 사건 조작을 제기하던 식으로 1년 내 물고 늘어졌다. 큰 재미를 못 보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간첩 사건의 경우에 비일비재한 진실과 거짓의 섞임 현상에 한국과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까지 관련되어 실체적 진실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것을 호기로 삼아,
    친북좌파들이 즉각 남재준 원장 사임을, 임동원의 보위부 서울지국을 대한민국의 국정원으로 재건하는 데 여념이 없는 남재준 원장 사임을,
    김무현 정부가 쫓아내고 대신 심어놓은 자들 때문에 내부적으로 사투를 벌이면서도
    대북 휴민트를 새로 구축하여 장성택 처형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알아낸 남재준 원장의 사임을 합창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손을 흔들고 발까지 구르며 조선동아까지 가세하여
    누구보다 객관적인 척, 천심 수준의 민심을 대변하는 척하며
    끼악, 끼악, 추임새를 넣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동아는 남북의 양김씨가 만날 때 북한인권은 일체 거론하지 않고
    ‘양김’비어천가를 부르던 부화뇌동을 오늘에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국가정부기관의 수뇌를 쫓아낸다면, 세계 어디에도 정보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그보다 친북정부 시절의 보위부 서울지국 전락에 대해서는 왜 꿀 먹은 벙어리 흉내를 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