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고객DB, 건당 만원 거래..보이스피싱 악용
  • ▲ 저신용자 등 금융소외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불법 대부(중계) 사이트가 개인정보 유출의 온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 저신용자 등 금융소외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불법 대부(중계) 사이트가 개인정보 유출의 온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대부업체로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은 A씨는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금융위원회와 각 저축은행이 공동으로 만든 구제금융삼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네이버에서 <햇살론>을 검색했다. 

A씨는 <햇살론>을 위탁받아 판매한다고 홍보하는 <○○론>이라는 회사를 발견하고 전화상담을 받았다. A씨는 대출 가능여부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개인신용정보가 필요하다는 <○○론> 상당원의 말을 믿고 자신의 개인정보와 신용등급을 알려줬다. 

그러나 A씨는 <○○론>으로부터 대출을 받지는 않았다. 상당자가 정부의 구제금융 상품인 <햇살론>아 아닌 고금리 대출상품을 강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후 A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A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다짜고짜 물었다.

"돈 필요하시죠?"

전화를 건 사람은 A씨의 이름과 휴대폰번호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신용등급까지 알고 있었다. 

그 순간 A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간단한 대출상담만 받아도 개인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대출기록과 같은 [은밀한] 신용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과 같은 1금융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 등이 주로 찾는 불법 대부(중계)업과 사행성 온라인 게임사이트 등이 개인정보 유출의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는 중국 내 해커조직과 개인정보판매책 등을 상대로 한 취재결과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우선 취재진이 확인한 개인정보 유출 경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불법 대부업, 사행성 게임사이트 운영업자 등이 돈을 받고 중국 내 해커 및 개인정보판매책 등에게 고객정보를 넘기는 경우이다. 

위 사례 역시 이와 같은 경우 중 하나이다. 

A씨가 상담을 했던 <○○론>은 확인결과 불법 대부업체였다.
이들 불법 대부업체는 <햇살론>과 같은 정상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광고해 급전이 필요한 서민과 고금리로 고통받는 금융소외게층을 유인했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연락한 서민들로부터 상담을 빌미삼아 고객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중국 내 개인정보판매책에게 팔아넘겼다. 

대부업체에서 24시간 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고급정보]로 분류된다. 
개인정보을 불법적으로 사고 파는 이들 사이에서 이런 정보는 [완콜DB]라고 불린다.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이미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라는 의미에서 [완콜DB]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완콜DB]는 [고급정보]인만큼 거래단가도 비싸다.
[완콜DB]는 업자들 사이에서 1건당 2,000~10,000원사이에 거래된다.

일반대출 개인정보의 거래 단가는 200원에서 400원,  
단순 개인정보가 10원에서 40원 사이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중국 내 불법 개인정보판매책들에 대한 취재 결과 
[완콜DB]의 [생산자]는 <○○론>과 같은 불법 대부업체들이었다.


  • ▲ 중국 내 개인정보판매책이 작성한 문자메시지 중 일부. 국내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고객정보를 구매한 사실을 보여준다.ⓒ 뉴데일리 DB
    ▲ 중국 내 개인정보판매책이 작성한 문자메시지 중 일부. 국내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고객정보를 구매한 사실을 보여준다.ⓒ 뉴데일리 DB


  • ▲ 국내 불법 대부(중계)업체가 중국측에 넘긴 개인신용정보 중 일부.ⓒ 뉴데일리 DB
    ▲ 국내 불법 대부(중계)업체가 중국측에 넘긴 개인신용정보 중 일부.ⓒ 뉴데일리 DB
    위 사진에 나오는 대화내용은  
    중국의 불법 개인정보판매책들이 [완콜 DB]를 구하기 위해  
    국내 불법 대부업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시민이 취재진에게 들려준 경험담은
    [완콜 DB]가 보이스피싱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XX론>이라고 전화가 왔다. 
    내가 얼마가 필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과거에 (대부업)거래를 한 경험도 있어서 쉽게 믿었다.
    보증보험료 20만원을 요구해서 보냈는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더 황당했던 것은 <XX론>에 확인 전화까지 했는데
    실제 그런 상담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속을 수 밖에 없었다.
       -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


    개인정보 유출의 다른 경로는 중국 해커와 보이스피싱 조직이 직접 국내 사이트를 해킹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 내 해킹 조직이 [먹잇감[으로 노리는 사이트의 대부분이 불법 대부업, 사행성 온라인 게임사이트와 같이 사실상 보안개념이 없는 곳들이란 사실이다.

    중국 내 해킹-보이스피싱 조직이 원하는 것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폰번호 등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개인정보이지 해당 사이트 접속을 위해 필요한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아니다.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높은 수준의 방화벽이 구현된 대기업이나 은행, 통신사 등을 해킹 대상으로 노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힘든 저신용자, 무직자, 대학생 등 금융소외계층이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입을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법 대부업-블랙 해커-보이스피싱·스미싱 사기]로 이어지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해 금융당국은 현실론을 이유로 고충을 토로했다.  

    안타깝지만 금감원이라고 모든 금융권을 다 컨트롤할 수는 없다.
    대부업체의 관리·감독 권한은 기본적으로 지자체에 있다.

       - 금강원 관계자 
    금감원은 취재진이 지적한 <○○론> 피해사례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서울 강동구청과 검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당국이 조사에 들어간 직후, <○○론>은 피해자 A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들은 대부업체가 아니라 광고업체라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론>의 불법행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광고내용 등 핵심증거를 확보했다며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지만
    <○○론> 고객들이 입은 피해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불법 대부업체에서 비롯된 개인정보 유출 및
    이로 인한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