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직도 사격 훈련’ 빌미 이산가족 상봉 무산 협박..군 내부 ‘두더지’ 가능성도
  • ▲ 지난 6일, 북한 국방위 명의의 협박 성명을 발표하는 조선중앙방송. [사진: 연합뉴스]
    ▲ 지난 6일, 북한 국방위 명의의 협박 성명을 발표하는 조선중앙방송.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일, 북한 국방위는
    [한반도 상공에서 몰래 핵전쟁을 준비하면서
    평화를 말하느냐]며
    오는 2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재고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북한 국방위가 말한 [핵전쟁 준비]란
    지난 5일, 美전략 폭격기 <B-52H>가
    전북 군산시 앞 직도 사격장에서 폭격 훈련을 한 것을 말한다.

    북한 국방위의 [협박 성명]이 전해지자
    이산가족과 대다수 국민들은 오랜만의 [상봉]이 무산될까 걱정했다.

    일부 국민들은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됐다.
    언론에도 비공개했던 美전략폭격기의 훈련을
    북한 국방위는 어떻게 알아냈을까?

    여기에 대한 군 안팎의 분석은 크게 세 가지다.
    장거리 탐지 레이더 사용, 통신 감청,
    아니면 군 내부의 [두더지 존재]다. 


    가능성 1. 장거리 탐지 레이더를 활용한 포착


    우리 군은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겪은 이후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를 도입했다.
    북한군 방사포 위협을 몸소 겪은 상황에서
    레이더 도입을 늦출 수 없었다.
    이렇게 2012년 실전배치한 이스라엘제 <그린파인> 레이더는
    500km 거리까지 적 포격을 파악할 수 있다.

  • ▲ 미국의 군사 블로거 션 오코너가 분석한 북한의 대공 감시망. 원은 레이더 탐지범위다.
    ▲ 미국의 군사 블로거 션 오코너가 분석한 북한의 대공 감시망. 원은 레이더 탐지범위다.

    반면 북한군은
    김일성 시절부터 한미 연합군의 공군력을 두려워했다.
    북한 지역의 조밀한 대공 방어망은 김일성의 공포 때문이다.

    북한군의 대공 방어망 대부분은 저고도 요격용 고사포지만,
    평양과 전방 군단 지역에는
    한미 연합군 공군기를 장거리에서 요격하기 위한
    대공 미사일도 배치해 놨다.

    이 가운데 美<B-52H> 전략 폭격기를 포착한 레이더로 추정되는 것은
    <SA-5 가몬(Gammon)> 또는 <S-300P>이 사용하는 탐지 레이더다.

    <SA-5 가몬>은
    <S-200>이라고도 부르는 장거리 초음속 대공 미사일이다.
    길이 10.7m, 날개를 포함한 폭이 2.85m인,
    [전봇대]보다 큰 미사일로
    마하 4의 속도로 250km 범위 내의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 ▲ SA-5 가몬 지대공 미사일의 모습. 마하 4의 속도로 250km 내의 목표를 추격한다.
    ▲ SA-5 가몬 지대공 미사일의 모습. 마하 4의 속도로 250km 내의 목표를 추격한다.

    주로 평양 주변과 황해남도 주요 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SA-5>가 사용하는 레이더의 탐지 범위는 320km나 된다.
    이 중 황해남도에 배치해 놓은 레이더가
    지난 5일 美전략 폭격기 <B-52H>를 포착했다는 설이 있다.

    실제 황해남도에서 <B-52H> 폭격기가 훈련을 실시한
    군산 앞바다 직도까지의 거리는 약 260km.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이 2010년 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장거리 대공 미사일 <S-300P>이 사용하는
    레이더 <TIN SHIELD>도 탐지거리가 360km나 된다.

    해외 군사전문가들과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군은 <S-300P>를
    황해남도 신계 지역 일대에 배치해 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B-52H>가 훈련을 한
    군산 직도까지의 거리도 260km 안팎이다.

    이 정도면
    북한군이 우리나라 상공을 날아다니는 웬만한 항공기 흔적을 잡을 수 있다.
    이는 군 당국도 어느 정도 인정한 부분이다.

  • ▲ 2010년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S-300P 미사일. KN-06 미사일로도 부른다. [사진: 열병식 보도한 중국 방송 캡쳐]
    ▲ 2010년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S-300P 미사일. KN-06 미사일로도 부른다. [사진: 열병식 보도한 중국 방송 캡쳐]

    가능성 2. 북한군, 한미 연합군의 통신 감청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군의 대남 통신감청 능력이
    우리 생각과는 달리 매우 뛰어나
    한미 연합군의 통신망을 모두 엿들으며
    <B-52H>의 비공개 폭격 훈련 일정을 알아챘다는 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소식은 여러 차례 나온 적이 있다.
    하나는 북한군이 2010년 이전에
    기존의 군 통신망을 모두 광통신망으로 바꾸고 지하화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한미 연합사의 감청망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2010년 4월 1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군이 전방 지역의 통신망을 광통신망으로 바꾸고
    모두 지하화해 우리 군의 대북 감청능력에 구멍이 생긴 게 맞냐]고 물었고,
    현 장관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와 별개로 복수의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군이 소련이 남기고 간 신형장비로
    남한 내 대부분 지역에 대한 감청을 실시 중이라고 전했다.

  • ▲ 스텔스 잡는 레이더로 알려진 [타마라]를 개량한 중공군의 패시브 레이더.
    ▲ 스텔스 잡는 레이더로 알려진 [타마라]를 개량한 중공군의 패시브 레이더.

    이를 뒷받침하는 소식은 2010년 10월,
    러시아의 한 군사 저널리스트가 전한 바 있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다.

    1996년 [옐친 정권] 시절,
    러시아의 [연방정부통신정보기관(FAPSI)]는
    북한 김정일 정권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舊소련 시절, 황해도 지역에 세운 동북아 감청 기지를 철수하려 했다.
    이 감청 기지에는
    [스텔스 전투기 잡는 레이더]로 알려진 패시브 레이더 [타마라]를 포함,
    북한군이 보유하기 어려웠던 최신 장비들이 다수 있었다고 한다.

    기지의 중요성을 안 김정일은 군대를 동원,
    기지철수를 위해 온 러시아 정보기관원들을 붙잡아
    [몸만 추방]했다고 한다.
    이후 이 기지의 장비 사용 및 관리방법을 익혀
    대남첩보수집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2000년 5월 [푸틴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에 있는 이 감청기지를
    러시아와 북한이 공동운영한다는 설도 제기됐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아무튼 북한 내에 있는 [러시아산 감청기지]와
    군용 광통신망으로 감청 취약점을 감출 정도의 수준이라면
    북한군이 한반도 전역을 감청하고
    <B-52H>의 비공개 훈련을 알아챈 게 이상한 것이 없다는 게
    일부 언론과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능성 3. 군내에 북한이 보낸 두더지(Mole)가 있다?! 


    美태평양 사령부는 6일 오전,
    북한 국방위원회가 <B-52H> 훈련에 대해 비난하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당일 오후 해명자료를 한국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어떻게 <B-52H> 전략 폭격기의
    비공개 훈련을 알아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북한을 살피듯
    북한도 우리를 살피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로
    모든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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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100발 더 남았다" 폭탄을 내리쏟는 B-52H 폭격기.

    이런 행태 때문에 사회 일각에서는
    [군내에 숨어 있는 불순분자가
    기밀을 북한에 누설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 마디로 군에 [두더지(Mole)]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에 장거리 탐지 레이더가 있어도
    그 기종이 어떻게 <B-52H>인 줄 아느냐],
    [언론도 모르던 훈련 시간을
    북한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의혹을 제기한다.

    이런 주장이
    앞서 설명한 [사실]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한미 연합사의 보안에 [맹점]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군의 보안은 인터넷 때문에 상당히 취약하다.
    국내 언론만 검색해 봐도
    훈련에 참여하는 병력과 장비, 훈련 경로를
    사전에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곰신 커뮤니티(군인들의 여자친구들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블로그 등을 뒤지면
    전국의 대대급 부대까지 위치와 주소가 모두 드러난다.

    게다가 해외 IP로 검색할 경우
    [구글 어스]와 같은 인터넷 위성 지도로
    주요군사시설의 위도와 경도를 8자리까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북한군은
    우리나라의 이런 점에서 철저히 활용해
    [정보 비대칭]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러니 [군내에 두더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 인터넷 지도 거리재기로 본 북한 대공 미사일 기지와 중국 미사일 기지, B-52H 훈련 장소 사이의 거리.
    ▲ 인터넷 지도 거리재기로 본 북한 대공 미사일 기지와 중국 미사일 기지, B-52H 훈련 장소 사이의 거리.

    이 밖에
    [중공군이 美공군기 침공을 막기 위해
    내륙에 설치한 초수평선 레이더
    (OTH, 전리층을 활용해 지평선 너머를 감시하는 레이더)로
    동중국해쪽을 감시하다
    괌에서 출격한 <B-52H>를 발견하고,
    북한군에 알려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 한중 관계로 볼 때
    그렇게 [뒤통수를 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북한 국방위의 [협박 성명] 하나에
    이와 같은 [가능성]들이 제기됐다는 것은
    우리 군의 [보안]에 미처 살피지 못한 [구멍]이 있고,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