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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가
[융통성], 즉 [정무적 판단]의 부족이다.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이지만,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청와대가
가끔 무심한 모습을 보일 때면
[답답해 보인다]는게 중론이다.성추문에 휩싸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무조건 귀국시켜 일을 더 키운
이남기 홍보수석이 그랬다."한달에 만원정도 더 내는 것 쯤은..."이라며
세금 징수를 [거위 털 뽑기]로 비유한
조원동 경제수석도 그랬다.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을 [양심의 문제]로 맞섰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뒷통수를 맞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의 사례도 마찬가지다.여론을 미리 예측-감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정무적 판단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내공]이 아니다.
정치인이 수십년간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 감각이다.공무원 등 조직사회에서 살아온 이남기-조원동-최원영 수석이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른 원인도
비정치인 출신이란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그래서 과거 청와대는
주요 부서나 핵심 부처 및 공공기관에는
정치인을 인선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달랐다.[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의 주요 공직 등용을 극도로 제한해 왔다.[논공행상]이란 비판을 의식한 것도 있지만,
업무를 하는데 있어
[정무적 판단]보다는 [전문성]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덕분에 선거의 공신들은 꾸준히 [섭섭함]을 드러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외면할수록
[섭섭함]은 [불만]으로 커져갔다. -
쌓여왔던 불만이 이제는 전면으로 터졌다.
새누리당의 공신들이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자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당에서
(인선 요구 명단을 청와대에) 갖다 드렸는데
아직 피드백이 없는 것 같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정부 주요 인사는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대선에서 힘을 합쳐 집권을 위해 함께 노력한 분으로
임명하는 게 당연하다."- 유기준 최고위원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허태열 전임 비서실장에게도 당 추천인사를 전달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
당에서 청와대를 향해
공식적으로 [명단] 운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비어있는 [자리]가 많고 공석 기간도 오래됐다는 비판적 여론이 많아지자,
적극적인 공세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현재 공석인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의
중요도와 상징성을 고려한 [절박함]도 엿보인다.새누리당의 적극적인 모습에 청와대는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안종범 의원이 벌이는
보건복지부 장관 하마평이다.정치인인 안 의원의 [정무적 판단]과
식약청과 보건복지부 주요 요직을 거친 최 수석의 [전문성]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전 포인트다.감지되는 분위기는
새누리당의 기세에 청와대가 밀리는 형국이다."안 의원이 더 가능성이 있지 않나 판단한다.
(안 의원이) 복지공약 짤 때 중추적 역할을 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
아예 대선공신을 장관으로 밀어붙이는 발언에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대선 공신 중에도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가 있다면
중용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하지만 청와대 내부에 는
이런 분위기에 불편해 하는 표정도 분명히 존재한다.
극단적으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하극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당에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장관 자리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것도 정권 초반기에...""내년도 예산안이나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 더 난감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
박 대통령, 진영의 뒷통수를 기억해야..
진영 장관이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에서
청와대에 반기를 들고 사퇴한 사건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줬다.대선 전부터 공약으로 세우고 준비했던 국민연금과의 연계 방안은
한순간에 [수정이 필요한 정책]으로 전락했고,
국민 여론은 악화됐다.박근혜 대통령이
기존의 인사원칙을 꺽고 새누리당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더 큰 문제는 이런 [정무적 인사]가 시작된다면
지난 8개월간 구축한 기존 조직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전문성을 무기로 한 공무원 중심 조직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면,
그동안 추진한 정책을 한순간에 바꾸는 결과도 우려된다.[어공]이 [늘공]의 우위에 서서
정책과 예산을 휘두르던
과거 정부의 과오를 답습할 수도 있다.*
어공 = 어쩌다 공무원, 정무직 혹은 계약직으로 임명된 공직자. 선거 공신.
늘공 = 늘상 공무원, 일반직 혹은 전문직으로 기존 공직자들은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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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공]을 중용한다거나 [늘공]을 중용하는 것 중
뭐가 옳고 그른지는 없다.
둘 모두 장단점이 있는 인사 원칙이다.[어공] 중심은
정책의 추진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시성 행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늘공] 중심은
추진력은 약하지만,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이미 [늘공] 중심으로 구축된 조직에
갑자기 인사원칙이 뒤바뀐다면
문제가 터져나오게 된다.공무원 중심의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어공] 투입은 긍정적이지만,
새누리당의 요구에 밀려 단행하는 인사 대란은
공직사회의 사기만 저하시킬 뿐이다.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조금은 서투르지만,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에
조금씩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