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사 추천 명단 靑에 전달 공식화, 인사권자에 대한 [하극상]?靑 공식입장 발표 꺼려, [전문성] 가졌다면 공신도 중용가능..명분 쌓기[어공] 중심 과거 정부 과오 답습으로 회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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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가
    [융통성], [정무적 판단]의 부족이다.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이지만,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청와대가
    가끔 무심한 모습을 보일 때면
    [답답해 보인다]는게 중론이다.

    성추문에 휩싸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무조건 귀국시켜 일을 더 키운
    이남기 홍보수석이 그랬다.

    "한달에 만원정도 더 내는 것 쯤은..."이라며
    세금 징수를 [거위 털 뽑기]로 비유한
    조원동 경제수석도 그랬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을 [양심의 문제]로 맞섰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뒷통수를 맞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여론을 미리 예측-감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무적 판단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내공]이 아니다.
    정치인이 수십년간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 감각이다.

    공무원 등 조직사회에서 살아온 이남기-조원동-최원영 수석이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른 원인도
    비정치인 출신이란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청와대는
    주요 부서나 핵심 부처 및 공공기관에는
    정치인을 인선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달랐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의 주요 공직 등용을 극도로 제한해 왔다.

    [논공행상]이란 비판을 의식한 것도 있지만,
    업무를 하는데 있어
    [정무적 판단]보다는 [전문성]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선거의 공신들은 꾸준히 [섭섭함]을 드러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외면할수록
    [섭섭함]은 [불만]으로 커져갔다.

     

  • ▲ 수석비서관 회의를 진행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수석비서관 회의를 진행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쌓여왔던 불만이 이제는 전면으로 터졌다.

     

    새누리당의 공신들이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자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에서
    (인선 요구 명단을 청와대에) 갖다 드렸는데
    아직 피드백이 없는 것 같다."

       -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정부 주요 인사는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대선에서 힘을 합쳐 집권을 위해 함께 노력한 분으로
    임명하는 게 당연하다."

       - 유기준 최고위원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허태열 전임 비서실장에게도 당 추천인사를 전달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 ▲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에서 청와대를 향해
    공식적으로 [명단] 운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어있는 [자리]가 많고 공석 기간도 오래됐다는 비판적 여론이 많아지자,
    적극적인 공세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석인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의
    중요도와 상징성을 고려한 [절박함]도 엿보인다.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모습에 청와대는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안종범 의원이 벌이는
    보건복지부 장관 하마평이다.

    정치인인 안 의원의 [정무적 판단]과
    식약청과 보건복지부 주요 요직을 거친 최 수석의 [전문성]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감지되는 분위기는
    새누리당의 기세에 청와대가 밀리는 형국이다.

     

    "안 의원이 더 가능성이 있지 않나 판단한다.
    (안 의원이) 복지공약 짤 때 중추적 역할을 했다."

       - 윤상현 수석부대표

     

    아예 대선공신을 장관으로 밀어붙이는 발언에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대선 공신 중에도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가 있다면
    중용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 는
    이런 분위기에 불편해 하는 표정도 분명히 존재한다.
    극단적으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하극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당에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장관 자리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것도 정권 초반기에..."

    "내년도 예산안이나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 더 난감할 수 있다.

       - 청와대 관계자

     

     

    박 대통령, 진영의 뒷통수를 기억해야..

     

    진영 장관이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에서
    청와대에 반기를 들고 사퇴한 사건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줬다.

    대선 전부터 공약으로 세우고 준비했던 국민연금과의 연계 방안은
    한순간에 [수정이 필요한 정책]으로 전락했고,
    국민 여론은 악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의 인사원칙을 꺽고 새누리당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무적 인사]가 시작된다면
    지난 8개월간 구축한 기존 조직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전문성을 무기로 한 공무원 중심 조직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면,
    그동안 추진한 정책을 한순간에 바꾸는 결과도 우려된다.

    [어공]이 [늘공]의 우위에 서서
    정책과 예산을 휘두르던
    과거 정부의 과오를 답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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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공 = 어쩌다 공무원, 정무직 혹은 계약직으로 임명된 공직자. 선거 공신.

    늘공 = 늘상 공무원, 일반직 혹은 전문직으로 기존 공직자들은 말함.  

     

  • ▲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장관 ⓒ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장관 ⓒ 뉴데일리 DB

     

    [어공]을 중용한다거나 [늘공]을 중용하는 것 중
    뭐가 옳고 그른지는 없다.
    둘 모두 장단점이 있는 인사 원칙이다.

    [어공] 중심은
    정책의 추진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시성 행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늘공] 중심은
    추진력은 약하지만,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 [늘공] 중심으로 구축된 조직에
    갑자기 인사원칙이 뒤바뀐다면
    문제가 터져나오게 된다.

    공무원 중심의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어공] 투입은 긍정적이지만, 
    새누리당의 요구에 밀려 단행하는 인사 대란은
    공직사회의 사기만 저하시킬 뿐이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조금은 서투르지만,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에
    조금씩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