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의 새로운 용어, '군제비'

    최다미 기자 /뉴포커스

    '꽃제비'는 떠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하는 북한 어린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뉴포커스와 인터뷰를 한 탈북자들은 '군제비'라고 불리는 북한의 새로운 용어가 있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군제비'는 무엇일까?

     2012년 탈북한 무산 출신 임정아 씨는 "꽃제비들은 그나마 가엽기라도 한데 보안원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대로 한다"면서 "물건을 훔치고 등치고 괴롭히는 등 각종 역겨운 짓들을 골라서 한다"고 말했다.

  •  장마당에서 생계를 유지했다는 임정아 씨는 "꽃제비들이 주민의 물건을 훔쳐서 와닥닥 달아나지 않느냐. 그런데 군복을 입은 보안원들도 마찬가지로 주민의 물건을 빼앗아간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복을 입은 보안원들에게 주민들이 붙인 별명이 '군제비'"라고 말했다.

     임정아 씨는 "주민 사이에서는 '꽃제비보다 무서운 군제비'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면서 "보안원들은 툭하면 장마당에 들이닥쳐서 이것저것 시비를 걸기 때문에 보안원이 오면 '야야 군제비떴다'고 말하면서 서로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1년 탈북한 회령 출신 김숙희 씨는 "보안원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도 군제비라고 부른다"면서 같은 군제비라도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숙희 씨는 "군인들은 헐렁한 군복을 입고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목을 다 드러내며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애원을 하는데 그 몰골이 너무도 안쓰러워서 먹을 것을 주지 않고는 어쩔 방도가 없다. 하루는 앳된 군인이 와서는 '엄마 먹을 것 좀 주세요. 며칠을 굶어서 걸을 힘이 없어요'라고 애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군인들이 이런 방법으로 애원하는 반면 보안원들은 호통을 치면서 당연한 듯 내놓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숙희 씨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보안원들이 이렇게도 주민들을 못살게 구니까 주민들은 군제비가 떴다는 소문이 들리면 긴장한다"면서 "꽃제비가 물건을 훔치면 쫓아가서 때릴 수라도 있지만 보안원 군제비가 와서 물건을 갖고 가면 소리를 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북한의 새로운 용어 군제비는 북한 정권의 부패와 선군정치의 허상을 보여주고 있다.
    선군정치를 자랑하는 나라의 군인들이 주민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보안원들이 오히려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