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歷史)교과서와
    민주당의 ‘선동정치(政治)’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현대사학회장


  • ▲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현대사학회장ⓒ
    ▲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현대사학회장ⓒ

    <한국현대사학회>는 지난 5월 31일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현행 중·고등학교 역사(歷史)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2012년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까지
    여전히 좌편향이라고 하는 사실이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한국현대사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면으로 문제삼는 대신,
    학회의 인사들이 집필에 참여한 교학사 교과서를 집중 공격하기로 방향을 정한다.
    그 와중에 민주당까지 이 공격에 가담하게 된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다.
    그뿐만 아니라 10년의 집권 경험까지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근간에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 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민주당이 어떻게 반응했는가 하는 것을 보면,
    그 이유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5월 31일 일부 신문은 대형 오보(誤報)를 터뜨렸다.
    확인되지도 않은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을 추정해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어느 신문은
    [5·16은 혁명, 5·18은 폭동]이라는 선동적 제목을 달았다.
    이후 악의적인 왜곡과 유언비어는 지상과 사이버 공간에 급속하게 확산됐고,
    급기야 <교학사> 교과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교학사>는 같은 날,
    유언비어가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당 교과서는 오는 8월에 검정이 끝나기 때문에 아직 내용이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2일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8월 30일 최종심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라”며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를 압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다음날, 같은 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교학사> 교과서를 [뉴라이트 역사 왜곡 교과서]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결국 지난 3일,
    <한국현대사학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유언비어가 근거없는 것임을 밝히고
    악의적인 왜곡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
    5일에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악성 유언비어 유포자를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이후 다른 일부 신문들은
    유언비어에 선동되는 민주당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기사들을 실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역시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교학사> 교과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했다고,
    또 다시 허위 사실을 반복했다.

    민주당은 그렇게 쉽게 선동되는가?
    조작된 유언비어조차 분별하지 못하는가?
    사실이 밝혀져도 애써 외면하는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만일 그렇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야당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국민은 적어도 안보와 대한민국의 정체성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민주당이 국민의 편에 서기를 원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대한민국발 유언비어를 이용해
    국제적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6월 2일,
    <한국현대사학회>를 “사악하고 보수적인 조직”이라 했고,
    이후에는 현행 교과서들의 내용이 좌편향됐다는 <한국현대사학회>의 발표를 보도한
    대한민국의 언론을 “비열한 매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흔들릴 때 누구에게 이용될 수 있는지 명백하지 않은가?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 길은 하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거짓된 선전선동은 단호히 배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 앞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은 국민의 야당으로서 정권을 쟁취하는 경주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오피니언포럼, 2013.6.10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