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北의 '용어혼란' 전술: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핵우산 철폐, 주한미군철수,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가 정답


    김필재     

       
  •    ▲사진출처: http://english.peopledaily.com.cn/90001/90776/90883/7160317.html


    ■ 김정일은 2009년 10월 중국을 방문해 온가보(溫家寶, 원자바오) 당시 중국 공산당 총리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김정일: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입니다. 조선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미 양자 회담을 통해 조·미 간 적대관계가 반드시 평화관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조선은 조·미 회담 상황을 지켜보며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 회담이 진행되길 원합니다.(중국관영 <신화통신> 2009년 10월6일자 보도)》

    ■《범민련 남측본부는 당면하여 전개되는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이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미군철수, 조미관계개선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자. 이를 위해 『우리민족끼리』의 정신과 원칙에 입각하여 反美反保守(반미반보수)투쟁을 더욱 적극화해 나가자. 또한, 6.15공동선언과 2007남북정상선언을 철저히 고수 이행하여 민족단합과 통일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자.(利敵단체 범민련 남측본부, 2007년 11월8일)》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뤄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중략) 중국과 북한의 우호관계는 양국 인민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 당과 정부는 북한과 함께 노력하기를 원한다.(습근평 中국가주석, 2013년 5월25일 中신화통신 보도)》

    김정일이 온가보(溫家寶, 원자바오)에게 전한 이야기, 그리고 범민련 남측본부의 주장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앞서 남한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개념이다.

    남북한은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해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배치), 사용을 하지 않으며,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북한은 당시 NPT와 IAEA 가입국으로서 핵물질을 신고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의 양이 IAEA가 파악한 양보다 현저히 적었다.

    IAEA는 북한에 특별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NPT와 IAEA의 탈퇴를 선언했다. NPT 탈퇴 선언은 그동안 전례가 없던 일이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당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러나 美北고위급 회담이 개최되면서 북한은 NPT탈퇴를 유보하게 된다. 이후 북한은 남한의 ‘팀스피리트’ 군사 훈련에 대한 중지를 요구하며 각종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시키면서 ▲1994년 IAEA 탈퇴 선언 ▲2003년 NPT탈퇴 ▲2005년 핵무기 보유선언 ▲2006년 제1차 핵실험 ▲2009년 제2차 핵실험 등을 실시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조선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라는 표현을 쓰면서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폐와 미군철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랜 교전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2012년까지의 력사적 구간의 목표는 설정되여 있을 것이다. 지난해 뉴욕, 제네바에서 조미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론들은 ‘우라니움농축중단’, ‘식량제공’과 같은 개별적인 사안이 마치나 조미간의 기본문제가 되는 것처럼 사실을 외곡하여 전하였으나 ‘장군님의 유훈관철’을 강조하는 공동사설은 조선의 지향점을 직설적으로 말하였다. ‘조선반도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금후 조미가 벌리게 될 비핵화협상의 방향과 내용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2012년 1월1일자 공동사설)》

    대표적 反美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2007년 8월1일자 ‘분석과 전망’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였던 북한 한성렬 북한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은 7월4일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오직 미군철수 등을 통한 미국의 적대적 조처 중지와 북미의 핵폐기를 위한 동시적 조처 이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군철수가 핵무기 폐기의 전제라는 뜻이며 향후 비핵화의 추진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반드시 집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중략) 정전협정 60항은 ‘쌍방이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문제들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60항의 이행, 즉 ‘외국 군대의 철수’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를 위한 북미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북미군사회담 제의는 한성렬 소장의 ‘미군철수 비핵화론’과 맥을 같이 한다. 즉 한반도 비핵화는 미군철수를 통해 실현된다는 것이 북한의 인식이다. 이렇듯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추진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고 나가려 하고 있다.》

    이처럼 정전협정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한반도 비핵화’(조선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북한의 요구대로 구체화 시키면 韓美군사동맹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은 2009년 2월4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주장은 전형적인 ‘김 빼기’ 전략이면서 한반도 주변의 ‘비핵지대화’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의 핵무기에 대한 한반도 접근을 금지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해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의 무력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노리는 ‘비핵지대화’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상반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2년 개정된 憲法 서문에서 최종적으로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했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死文化(사문화) 시킨 것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지속해온 북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배후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지원해온 중국이 도사리고 있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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