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술자리에 운전기사가 동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뉴시스> [단독] 윤창중, 뉴욕서도 인턴 여대생에 "술한잔 하자" <연합> "조사 결과, 세 명이 '술 자리'까지 간 것은 맞다고 한다"단편적인 자료만 갖고 [단정적 보도]..독자들에게 '혼선'만 초래

  •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현지에서 경질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했다.

    윤 전 대변인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주미 한국대사관이 현지에서 채용한 한국계 미국인 A씨.

    A씨는 "현지시각으로 7일 오후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 내에서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허락 없이)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현지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은 미주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로 알려진 <미시 USA>를 통해 최초 공개된 뒤, SNS를 타고 국내 온라인상에도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주미)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교포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시유에스에이 이용자들을 도움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흠집내기가 아닙니다.
    대변인 윤창중이 한 일입니다.
    그것도 워싱턴 DC에서 공무수행 중에요.
    아이피 캡쳐하셔도 되구요. 묻히지 않게 도와주세요.
    기자님들 이방에 계시죠.
    워싱턴 특파원으로 나오신 분들 도와주세요.


    문제는 일부 국내 언론이 <미시 USA>에서 불거진 내용과 익명의 정부 인사 코멘트를 인용해 "윤 전 대변인이 21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나 순방 일정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가감없이 타전한 것.

    <미디어오늘>은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6시 36분, <방미수행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혐의로 전격 경질>이라는 타이틀로, 당시 최초 보도한 기사들을 인용 보도한 바 있다.

    윤창중 대변인 소식 놀라운데요. 불미스러운 일이란 게 뭘까요.

    <CBS>와 <중앙일보> 단독 보도인데요.
    "윤 대변인이 방미 수행단 숙소인 워싱턴 월러드 호텔에서
    21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나
    순방 일정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는
    익명의 정부 인사 코멘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뉴스원> 보도에서는 경찰에 체포되지는 않았고
    숙소에 있던 짐도 챙기지 못한 채 귀국을 서둘렀다고 하는데요.
    이 인턴 여직원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입에 담지 못할 성추행과 욕설을 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죠.
    이 때문에 방미 성과가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들 기사에는 윤 전 대변인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인턴 여직원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입에 담지 못할 성추행과 욕설을 했다는 자극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다.

    과연 사실일까?

    윤 전 대변인은 1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의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미 일정을 도와주던 주미대사 한국문화원 소속 여성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허리를 한차례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다.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은 욕설을 하거나 심한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
    저는 그런 인간이 아니다.

    워싱턴 호텔 지하 1층 허름한 바에 도착해서
    거기서 30분 동안 아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여기 앉았고 이 테이블이 상당히 길었다.
    그 맞은편에 그 가이드가 앉았고 제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다.
    제가 어떻게 그 여성을 성추행 할 수 있겠느냐.
    운전기사가 있는데 어떻게 그 앞에서 성추행 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그 앞에서 폭언을 할 수 있겠느냐.

    "누구세요"하면서 동시에 문을 열었더니 가이드였다.
    그래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하면서 닫았다.
    가이드가 제 방에 들어온 적이 없다.
    들어왔다는 어떤 주장을 계속 언론이 보도하면서
    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 방으로 올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욕설을 퍼부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저는 정말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할 인간도 아니고
    제 상식과 도덕성으로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다.
    모두 CCTV로 확인 가능한 내용임을 밝힌다.

    미국 경찰이 조사하러 왔을 때 거부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저는 미국 경찰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않았다.

  • 윤 전 대변인은 "▲인턴 여직원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적도 없고, ▲입에 담지 못할 성추행과 성폭행, 욕설을 한 적도 없으며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적도 없음"을 거듭 밝혔다.

    간단한 CCTV 확인만으로도 [팩트 검증]이 가능한 사안을, 국내 언론이 아무런 확인 과정도 밟지 않고 [무차별 마녀사냥식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

    윤 전 대변인의 주장대로 일부 국내 언론은 [윤창중 낙마 사건]이 초미의 이슈로 떠오르자, 뉴욕 한인사회에 퍼진 갖가지 소문들을 추려, 마치 사실에 입각한 기사처럼 재가공해 보도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단독]윤창중, 뉴욕서도 인턴여대생에 "술한잔 하자"

    <뉴시스>는 10일 오후 11시, 상기한 내용을 타이틀로 한 [폭로성 기사]를 긴급 타전했다.

    <뉴시스>는 박 대통령의 뉴욕 순방중 업무보조인력으로 참여한 여대생 B양(20)의 지인과 인터뷰를 시도, "윤 전 대변인이 워싱턴 DC방문에 앞서 뉴욕에서도 인턴 여대생에게 술자리를 제안했으나 이 여대생의 기지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는 소문을 가감없이 보도했다.

    윤 전 대변인에게 술자리 제안을 받은 당사자도 아닌, [지인]의 입에서 불거진 의혹이었으나, <뉴시스>는 이를 기정사실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은 "제가 뉴욕에 있던 가이드에게도 술을 한잔 하자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것 또한 완전히 사실무근"이라며 "뉴욕에서 1박을 했고, 워싱턴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출입기자 78명, 청와대 수행요원, 실무수행요원, 뉴욕주재 한국 문화원 직원이 있는 곳에서 제가 여자 가이드에게 술을 하자고 권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음날 행사가 있기에 제가 일찍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잠이 들었다. 깨보니까 시차가 있어서 1시 좀 넘었다.
    뒤척이다가 '안되겠다, 어디 바 같은 곳에 가서 술 한 잔을 마시고 올라오면
    술로 시차를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2층에 있는 프레스센터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뉴욕 주재 문화원 직원을 통해 비닐팩 소주와 과자 부스러기를 받았고,
    나중에 찬물에 진저에일을 희석시키고 마시고 올라와서 잔 게 전부다.


    논란을 야기한 보도는 또 있다.

    <중앙일보>와 <JTBC>는 11일 오후 6시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운전기사와 동석 하지 않고 피해 여성과 단 둘이 있었다는 단독 보도를 내놨다.

    [단독] "윤창중, 술자리에 피해 여성과 단둘이 있었다"

    <중앙일보>와 <JTBC>는 이 보도를 통해 "현지 대사관의 진상조사에서는 술자리에 운전기사가 동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윤 전 대변인의 "운전기사가 함께 있었다"는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사건 발생 후
    [피해여성 A씨]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기사는 두 사람을 내려준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이 A씨와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성희롱과 함께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겁니다.


    반면, <연합뉴스>는 12일 오전 7시, "운전기사도 술자리 동석…모든 상황 알진 못해"라는 타이틀로, "당시 술자리에는 윤 전 대변인과 인턴 A씨, 운전기사가 함께 있었다"는 상반된 기사를 내놨다.

    [주미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는 "조사를 해 본 결과, 3명이 술자리까지 간 것은 맞다고 한다"면서 "다만 운전기사도 현장에서 일어난 모든 상황을 알지 못하고, 특히 순식간에 이뤄진 [문제의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각 언론사가 정반대의 주장을 늘어 놓는 촌극이 빚어진 것.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중앙일보>의 보도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중앙일보>는 기사의 소스를 [피해여성 A씨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발췌했다고 밝혔다.

    즉, 피해자와 측근들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토대로, 마치 이들의 진술이 사실인냥 보도한 셈이다.

    피해자의 주장을 적시한 보고서는 문자 그대로 보고서일 뿐이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술자리에 운전기사가 동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단정적 보도]를 하는 우를 범했다.

    이에 반해 <연합뉴스>는 "문제의 술자리에 피해여성 외에 운전기사도 동석했으나 모든 상황을 목격하지는 못했다는 간접 진술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중앙일보>처럼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단정적 표현]을 지양한 것.

    또한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인터뷰를 시도, "(중앙일보가 인용한)대사관의 진상 조사 보고서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계된 직원들의 전언이 소개된 정도로만 이해해달라"는 소상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매체에서
    [대사관의 진상조사] 등을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대사관에서 작성한 조사보고서는 공식으로 없다"면서
    "대사관은 조사할 주체가 아니며,
    다만 관계된 직원들의 전언들이 소개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 이들 언론 외에도 다수의 온라인신문은 인터넷상에 떠도는 각양각색의 게시물을 그대로 퍼다나르는 [소모전]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이런 류의 기사들은 순간 독자들의 [호기심]은 자극할 수 있으나,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을 신고한 A씨는 사건발생 장소를 [호텔 지하바]가 아니라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호텔의 [호텔 방(Hotel/motel Room)]으로 적어놓는 등, 앞 뒤가 맞지 않는 행적을 보이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의 [신체적 접촉]이 이뤄진 곳은 [호텔 룸]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바]였다.

    또한 [그날 밤], <미시 USA>에 언급된 것처럼 [성폭행]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허리 혹은 엉덩이 부근으로 추정되는 신체 부위에 한 차례 [터치]만 있었을 뿐이다.

    현재 국내 언론에 소개된 [최신 기사]들을 보면, 윤 전 대변인이 "(호텔 지하 바에서)A씨의 엉덩이를 만졌다" "A씨와 맞닥뜨렸을 때 (속옷 차림이 아닌)노팬티였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밝혔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만일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윤 전 대변인은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 기자회견]을 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사건 당사자의 [확인 과정]이 [선결]돼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명확한 팩트(Fact)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사실]로 둔갑되는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진상]이 모두 밝혀진 뒤 비난해도 늦지 않다.

    언론과,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 모두,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