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연평도 워크숍’ 왜 포기했을까?

    ‘50%’ 부족한 민주당의 ‘변화-변신’ 몸부림

    오 윤 환


    “북한도 핵개발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취임 후 3차 핵실험을 한다는 [허튼수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서정갑 예비역 대령이나, 어버이연합의 어르신들이 한 말이 아니다.
    민주당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다.

    박 의원이 [허튼수작]을 부린 게 아니다.
    3년 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군과 정부는 북한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는다.
    과거 국민은 쿵 소리만 나도 북한 소행이라 믿었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성숙된 국민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고 북한의 폭침을 부정했던 박 의원(2010.4.6, 민주당 제45차 원내대책회의)이다.
    그랬던 그의 입에서 북한을 향해 나온 [허튼수작]이라는 비난이다. 


  • 박 의원의 극적인 ‘반전’이 있기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민주당의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 패배가 있었다.
    “시련이 사람을 숙성시킨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해군이 천신만고 끝에 바다밑에서 ‘1번’ 글자가 선명한 북한제 어뢰추진체를 인양했는 데도 “왜 하필이면 ‘1번’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가가 의문”이라고 능멸한 박지원 아니던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을 관통하는 화두는 ‘변화’ ‘변신’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선 패배 원인을 성찰하고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의 북한을 향한 [허튼수작] 비난도 이같은 기류속에서 나온 듯하다.

    변화와 변신을 위한 민주당의 몸부림에는 일견, 진정성이 엿보인다.
    박지원, 정청래, 진선미 의원 등 일부가 주장한 대선개표부정 국정조사를 포기한 것,
    이명박 대통령이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회에서 재의결하겠다”고 큰소리치다 “정부입법을 지켜보겠다”고 물러선 것,
    쌍용차 국정조사에서 한발 물러선 것 등에서,
    ‘변화’ 기류가 읽힌다.

    심지어 민주당이 소속의원 워크숍을 ‘연평도’에서 개최하는 계획을 검토했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민주당에게 ‘연평도’는 어떤 땅인가?

    3년 전 북한이 연평도 군기지와 민간시설에 살인포격을 가하자 박지원 의원은 그 직후 “증시, 환율 요동. 정부는 확전하지 말아야”라는 글을 트윗터에 올렸다.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는 데도 주가 떨어진다고 보복을 죽자고 반대한 것이다. 또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북측의 훈련중지 경고가 있었으나 우리 군에서 포 사격훈련을 하자 자극받은 북한이 우리 군 <포진지>를 집중 공격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우리가 북한 포격을 자초했다는 식이다. 연평도를 관할하는 그에게 민간인 2명의 사망은 아예 논외다. 
    오로지 북한이 ‘포진지’만 집중 공격했다고 사태를 왜곡까지 했다.

    이런 ‘연평도‘에서 소속의원 워크숍을 열겠다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 협박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은 추가적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 북한이 지금 취해야 할 태도는 긴장과 충돌을 각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서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전에 협력하는 것"이라는 박용진 대변인의 브리핑도 있었다.
    과거 북한 비판 50%, 이명박 정부 비판 50%를 섞어 ‘양비론‘으로 접근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변신이다. 민주당이 변하긴 변하는 것 같아 보인다.

    민주당의 변화는 박근혜 새 정부와의 ‘협력’을 공언한 데서도 찾아진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5일 "박근혜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도와줄 것"이라며 "하다 보면 실수가 나오게 되고 그걸 비판·견제하는 게 야당의 역할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흠집 잡기, 딴죽 걸기 하는 건 국민이 싫어한다"고 했다.
    민주당 특기인 물고늘어지기, 딴지걸기, 뒤집어씌우기 포기 선언으로 들린다.
    민주당은 내친 김에 박근혜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도 큰 틀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변신 몸부림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2%’ 아닌 ‘50%’ 이상이 부족하다.

    민주당이 진정 변화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면 몇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가깝게는 국정원 여직원 미행-기습-감금에 대한 대국민 사과다.
    대북업무에 종사하는 스물여덜살 여직원 숙소를 ‘국정원여론조사 아지트’라고 날조하고, 여직원 인권을 짓밟은 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죄없이 민주당의 변화는 가식일 뿐이다.
    여직원 차에 고의접촉사고를 낸 범죄행위, 여직원 부모조차 오피스텔 출입을 막은 패륜에 대한 사과는 최소치다.
     
    민주당의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배신 역시 사죄 대상이다. 입으로는 ‘노무현 정신계승’을 주장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시작한 FTA와 해군기지를 짓밟는 배신은 민주당을 ‘집권불능정당’으로 낙인찍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에도 민주당의 강기정·강창일·김기식·김우남·김재윤·우원식·이미경·장하나·정청래·진선미·홍익표 의원 등은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15만t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느냐를 검증해야한다는 이유다.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15만t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이라는 해괴한 상황을 설정하고, 안보기지 건설을 방해하는 게 바로 “변화하겠다”는 민주당 소속의원들이다.

    민주당의 ‘변화’를 가장 객관적으로 검증할 길이 있다.
    민주당도 약속한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국회제명이다.
    민주당의 한명숙-통진당 이정희 ‘종북자매연대’로 탄생한 ‘종북국회의원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이석기-김재연은 통진당 자체조사에 의해 “총체적부정선거”라는 멍에까지 뒤집어 썼다.
    ‘종북남매’가 국민혈세로 거둘먹거리고, 국가최고기밀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이 이석기-김재연 제명에 나서지 않는다면 ‘변화’는 가식일 수 박에 없다.
    북한을 향해 ‘갑자기’ [허튼수작]이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에 벌어진 [허튼수작]부터 바로 잡는 게 순서 아닌가?    

    손이 더러워질까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으면 ‘통일부장관’으로 입각했을 ‘임수경’,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라고 모독한 김광진, 입만 별리면 ‘좆’이 튀어 나오는 나꼼수 김용민은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임수경, 김광진, 김용민을 국회의원선거에 공천한 한명숙 전 대표의 책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당이 털어내려고 몸부림치는 ‘오물’이 모두 한명숙 전 대표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폐기, 제주해군기지 철폐, 종북국회의원 탄생이 모두 그렇다.

    민주당이 진정 변화한다면 어느 날 한명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민주당의 변화가 진심이기를 고대하면서 마지막으로 신신당부할 말이 있다.
    대선 패배로 끝날 일이 절대 아닌 ‘대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 막판 문재인 후보는 강원도 강원대학을 방문해 “비무장지대(DMZ)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게 그렇다.
    문 후보는 "DMZ 철조망을 뜯어내는 역사적인 순간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강원도는 세계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DMZ 철조망을 걷어내겠다는 문재인, 통일되면 세계최대의 생태공원이 될 DMZ에 스키활강장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서해 NLL은 미국의 땅따먹기”라고 한 노무현과 어찌 그리 똑같은가? 
    ‘DMZ 철조망 철거’는 문 후보가 낙선했으니 지난 일이라고 치자.

    민주당이 지금 이시간에도 부르는 ‘민주당가’는 섬뜩하다.
    북한 노동당에 가입한 ‘대둔산 1호’가 작사한, “김일성 대원수는 인류의 태양”이라는 노래를 작곡한, 국가보안법 4번 구속의 작곡가가 만든 ‘민주당가’는 어쩔 것인가?

    ‘변화‘라면 이런 것부터 변화해야하지 않겠는가?
    민주당은 왜 하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 사건‘ 연루자들이 만든 노래를 불러야하는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허튼수작] 이라는 생각을 할지 짐작도 못하는가?
     
    하나 더. 이명박 정부 공안당국에 검거된 간첩이 총 25명으로, 노무현 정부보다 40%가  늘어났고, 현 정부에서 국가보안법 사범은 170명 검거돼 노무현 정부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 등 공안당국이 있었고, 북한이 간첩을 안내려 보냈을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노 정부는 간첩을 못잡은 게 아니라 ‘안잡았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바로 이런 엄정한 팩트들이 민주당의 변화 몸부림을 흔쾌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민주당이 ‘연평도’ 워크숍을 포기한 것은 400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의 숙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다.
    민주당이 진정 변화하려고 몸부림치는 데 ‘숙소’가 뭐 그리 큰 장애가 됐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불편하지만 소속의원들이 딩굴며 워크숍을 가졌다면, 국민들은 “12월 19일 민주당에 투표할 걸...”이라고 후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당의 ‘변화’ 몸부림을 응원하면서 주저없이 민주당에 박수칠 그 날을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