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경력도, 좋은 빵 맛도 소용없어” 비관터전잃은 제빵사들, 50대에 단순직 내몰려제과협 “8만여명 일자리 잃었다” 규탄나서
  • ▲ 부산 개금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다가 자살한 정모씨 점포 주변 1km내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동서대점, 가야벽산점, 가야반도보라점, 가야동의대점, 개금백양점, 주례유엔아이점, 개금현대점 등 무려 7개에 이른다. 네이버지도에서 캡쳐.
    ▲ 부산 개금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다가 자살한 정모씨 점포 주변 1km내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동서대점, 가야벽산점, 가야반도보라점, 가야동의대점, 개금백양점, 주례유엔아이점, 개금현대점 등 무려 7개에 이른다. 네이버지도에서 캡쳐.
    지난 11월27일 부산에서 13년간 빵집을 운영하던 정모씨(49)가 자살을 했다.
    숨진 정씨는 부산진구 개금동 일대에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우수죽순 생긴 이후 경영난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회 회원이 13년간 동네빵집을 운영해 왔는데 몇 년전부터 대기업에 밀려 장사가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다.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실제 정모씨 점포 반경 1km 내에만 해도 여러 개의 파리바게뜨가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동서대점, 가야벽산점, 가야반도보라점, 가야동의대점, 개금백양지점, 주례유엔아이점, 개금현대점 등
    무려 7개
    에 이른다.   

    “냉정역이나 개금역에서 내린 손님들이 주로 정씨의 빵집을 찾았었지만, 파리바게뜨가 생긴 이후 냉정역에서 나온 사람들은 동서대점으로 갔다.
    개금주공아파트, 가야반도보라빌 주민들도 각각 개금백양점과 가야반도보라점에게 뺏겼다.
    소비자들의 동선은 모두 파리바게뜨에 포위된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

    동네 개인 빵집이 프랜차이즈 기업들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경우는 비단 부산만이 아니다.
    제주지역도 7대 자연경관 지역으로 꼽히면서 프랜차이즈 빵집이 대거 몰려들어와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하는 점주들이 많다.   

    “제주도가 관광도시가 되면서 인근에 던킨도너츠가 생겼다.
    몇 미터 떨어져 있어 매출은 조금 줄었지만, 생계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는 같은 건물에 벽하나만 두고 파리바게뜨가 들어온다.
    상도의로 볼 때 설마 같은 건물에 동종업종을 오픈할까 의심도 했는데 황당하다

    “지자체에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알아봤지만, 방법이 없다.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소망도 한순간에 잃게 생겼다.
    ‘너도 죽고 나도 죽자’라는 생각으로 폭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제주시에서 ‘감귤진빵’을 운영하는 박병인 씨
    “대기업이 수출할 생각은 안하고 구멍가게 앞까지 들어왔다.
    제주시는 시청을 중심으로 5km 내 상권이 형성되는 데 이곳에 무려 48개의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있다.
    500m 간격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대한제과협회 제주지부 한지섭 회장(제주시 함덕하나로베이커리 운영)

    수십년간 빵집을 운영해 온 주인들은 제빵사이기도 한 기술자들이다.
    빵 만드는 기술만 배워온 터라 폐업 후에는 단순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 일쑤다.   

    “30년 넘게 빵집을 운영하던 동네 빵집들이 주변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빵집에 둘러싸인 후 매출이 곤두박질쳐 결국 50세가 넘은 나이에 문을 닫게 됐다.
    일부는 막노동 시장에서 전전하고 일부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고 했다.
       -대한제과협회 충북지회 나병일 회장(청주시 맥아당베이커리 운영)
  • ▲ 대한제과협회는 2월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횡포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해 규탄했다.
    ▲ 대한제과협회는 2월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횡포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해 규탄했다.


    지난 12년간 동네빵집은 급감하고 프랜차이즈 빵집은 급증했다. 

    2000년에 1만8,000개었던 동네빵집은 2011년 4,000개로 줄었다.
    지난 12년간 9곳 중 7곳은 망한 꼴.
    새로 오픈한 것까지 계산한다면 망한 동네빵집의 비율은 더 늘어난다.
    반면 프랜차이즈 빵집은 같은 기간 1,500개에서 5,200개로 늘었다.

    고작 3,700개의 프랜차이즈 빵집 생기면서 1만개가 넘는 동네빵집을 문을 닫은 셈.

    프랜차이즈는 1개 빵집당 집주인을 포함해 제빵사,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을 창출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1만개 개인 빵집에 비하면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계산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이미 동네빵집의 매장수를 넘어섰다.
    높은 인지도와 자금력을 앞세워 매장을 늘리면서 동네빵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폐업하면서 제과점당 6~7명, 총 8만 여명이 일자리를 잃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제과협회 이선구 부회장(창원시 프랑스베이커리 운영)

    생계의 위협을 느낀 동네빵집들은 집단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대한제과협회를 중심으로 12월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인 전국 동네빵집 사장들은 ‘파리바게뜨․뚜레쥬르의 횡포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규탄했다.   

    “11월27일 부산 동네 빵집 회원이 자살을 했다.
    앞서 2010년 7월 전남 광양에서 동네빵집을 운영하던 제과점 사장 부인이 인근에 파리바게뜨가 생긴지 3개월 후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동네빵집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으나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는 상생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대기업은 불공정하고 무분별하게 확장만을 하고 있다”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빵굼터 대표)

    이에 뚜레쥬르를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은 지난 11일 프랜차이즈 확대를 자제하겠다며 구체적인 안을 발표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빵집 1위 SPC그룹 파리바게뜨 측은 상생보다는 항의로 맞섰다.
    동네 빵집 주인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김서중 회장은 제과협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협회를 본인이 운영하는 빵굼터 사세확장에 이용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개인 베이커리 몰락의 원인은 경쟁력저하에 따른 고객의 외면이다” 
       -파리바게뜨 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