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안철수는 ‘원조교제’의 대가(大家)

    -차라리 잘됐다. ‘文-’깡통’ 한배에 태워 보내자-

    오 윤 환 /뉴데일리 논설위원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수법이 능수 능란하다.
    안철수 전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애간장을 태우고 갖고 노는 모습이 그랬다. 전형적인 ‘원조교제’ 수법이다. 원조교제 상대가 휴대폰 대금과 신용카드 요금 미납으로 고통을 겪을 대로 겪게 놔두다 돈을 꺼내는 솜씨가 예삿 스킬이 아니다. ‘지원’ 여부를 놓고 문 후보의 애간장을 끌일대로 끓이다 대선출마 포기 이후 13일만인 6일에야 문 후보를 만나준 안 전 후보 모습이 딱 그짝이다. ‘앵벌이’와 ‘원조교제’의 결합이라고나 할까?

     안 전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는 언필칭 ‘새정치’였다. 그러나 6일 화장을 “싹” 지운 그의 ‘민낮’은 새정치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오로지 ‘권력’을 탐한 ‘원조교제’, 상대를 애타게 만들었다가 욕심을 채우는 ‘나쁜 아저씨’를 떠오르게 할 뿐이다.

     안 전후보는 대선출마를 포기하면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고 ‘지갑’을 슬쩍 내보였지만 “백의종군”을 앞세우고 “새정치를 일단 접는다”며 지갑을 주머니에 “쏙” 넣었다. 카드값이 밀릴대로 밀린 문 후보는 입맛을 다셔야 했다. 안 전 후보는 지방으로 떠나버렸다. 닷새만에 나타난 그는 참모들과 ‘찌징면’ 먹고 다시 지방으로 떠났다. 남긴 말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 뿐이다. 아예 돈지갑을 넣은 주머니의 지퍼를 채운 것이다. 문 후보가 안달복달, 애걸복걸하며 엎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캠프 해단식에 나타난 안 전 후보는 처삼촌 묘 벌초하듯 문 후보 성원을 언급했다. 그러나 ‘성원’은 “현재 대선은 국민 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새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흑색선전과 이전투구가 난무해 새로운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여야 비난 속에 `묻혀버렸다. 얼굴이 흙색으로 변한 건 문 후보만이 아니다. 조국, 진중권, 유시민, 백낙청 등 문재인 치어보이들이다.

     5일엔 하루종일 눈이 “펑펑” 내렸다. 문 후보는 선거캠프 공식회의 도중 안 전 후보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뒤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만나주지 않았다. 오피스텔 문을 두드리다 힘없이 서성이는 누군가의 모습이 연상된다. 나쁜 아저씨는 결정적 타이밍만 보고 있었겠지. 그 사이 안 전 후보 측근들의 입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비난한 별의 별 소리가 다나왔다.

    “민주당이 내 아이넨티티(정체성)를 지킬 수 있도록 존중해주지 않았다" "펀더맨털리즘(과격 근본주의)적인 생각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합리적 보수와 중도적 진보를 포용해야 한다" "제가 근본주의적 시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깊은 고민 없이 4대강 보 철거를 정책공약으로 받아들였다”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라는 말이 그것이다. 심지어 문 후보가 집을 찾아온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대학가 유세에 합류할 것”이라고 유출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 출신들이 나를 물 먹이려 강가로 끌고 가고 있다’는 의심했다는 것이다. 문화일보는 이를 민주당 출신들의 ‘모반’ ‘하극상’이라고 표현했다. 원조교제 상대의 목을 졸라 거의 질식사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이다.

     그랬던 안 전 후보가 하룻만에 안면을 “확” 바꾸고 나타났다. 문전박대한 문 후보에게 먼저 전화해 “만나자”고 했고, 발표문까지 내고 “시대적 소명” 운운하며 문 후보 지원을 공언하고 식당에 나타났다. 원조교제의 하이라이트다.

     안 전 후보가 지갑을 열기까지 문 후보는 거의 징징, 엉엉 울다시피 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광주로 달려가 “안철수정신 계승”을 외치고 안 전 후보를 김대중-노무현 반열에 올렸다. 5일에는 “안 전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 사이에 상실감과 허탈감이 많이 있을텐데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몇 번 째 사과인지 모른다. 거의 흐느낌 수준이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해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는 이미 나와 있다. 헤럴드경제와 리얼미터가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경우 박 후보는 48.2%, 문 후보는 46.6%를 기록했다.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추월할 수 있는 카드로는 안 전 후보가 2%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안철수 효과는 그의 갈짓자 지그재그 행보로 이미 거의 까먹었다. 안 전 후보는 그동안 계집애도 아니고, 팁이 작다고 징징대는 술집아가씨도 아닌 의학박사이자 자칭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이고, 바이러스 백신 개발-무료배포자의 모습과 너무도 안어울리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 “더티하다” “내가 아는 문재인이 아니다”라는 말로 문 후보에게 상처를 있는대로 입혀 문 후보 지지자를 화나게 했다. 결정적인 것은 문 후보를 카드빚 때문에 오피스텔 문밖에서 ‘아저씨’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서성이는 원조교제 대상으로 보이게 했다는 점이다. 이게 무려 13일 동안 전국민이 보고 또 본 장면이다.

     

    이제 누가 문 후보를 나라를 5년간 이끌 지도자로 보겠는가? 문 후보는 원조교제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이해찬을 날렸고, 박지원까지 시한부 인생으로 내몰았다. 실체도 없는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마리화나’에 홀린 문 후보의 모습을 보고 누가 ‘지도자감’이라고 하겠는가?

     

    차라리 잘됐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나룻배에 함께 탄 것이 그렇다. 아름다운 단일화도 아니고 뭣도 아닌, 1% 귀족(문 후보 진영 문서)과 ‘서민후보’의 엽기결합을 단칼에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문 후보가 정리된 후에도 ‘안철수’가 남는 상황은 노 쌩큐다. ‘세인트 찰스’인양 하는 모습을 어떻게 5년을 더 보라는 말인가? 문과 안이 탄 쪽배가 낙동강에 떴다. 두 사람을 한큐에 정리할 절호의 기회다. 안철수와 "깡통" 형제인 백낙청, 폴리페서의 태두 조국, 진중권, 소설가 공지영, 이외수 등 장외 호곡(號哭)꾼들까지 한꺼번에 정리할 절묘한 기회다.

     

    문과 안이 만난 곳은 식당 ‘달개비’다. 달개비의 다른 이름은 ‘닭의밑씻개’다. 이름도 더럽다. 냇가의 습지에서 흔히 자라는 풀이다. 시인 김지하가 백낙청을 “깡통”이라고 몰아세우며 그와 비교한 ‘쑥부쟁이’와 비슷한 잡초에 가깝다. 한방에서는 달개비 잎을 압척초(鴨跖草)라는 약재로 쓴다.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문-안 두사람이 달개비에 간 김에 몸에 가득 찬 열을 좀 내렸으면 좋겠다. 잎은 또 화상(火傷)에고 좋다고 한다. 대권과 권력의 맥일봉에 데인 상처도 좀 가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