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나라 전체가 연극무대다

    미술대회에 참관한 로버트의 이야기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 그 곳은 마치 연극무대와도 같았어요 "
    미국에서 외신기자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씨가 평양을 방문한 후 귀국하며 던진 첫마디다. 
    그는 지난 2010년 북한을 방문했다고 운을 떼며, 자신이 본 광경은 모두 북한 정권에 의해 가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연은 이렇다.

     로버트씨는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외신기자라고 소개하며, 북한 가이드와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외신기자라는 신분때문인지 24시간 감시체제하에서 정해진 루트만을 움직여야만 했다. 첫 날은 몇 곳의 사적지를 간단하게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둘째날 오후였다. 당시 야외에서 학생들의 미술 경연대회가 있었다. 로버트 역시 북한 당국의 일정에 따라 대회에 참관하기로 했다. 대회를 한참 구경하고 있던 로버트는 학생들의 뛰어난 그림실력에 놀라 가이드에게 "북한 학생들은 모두 그림실력이 뛰어나네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버트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모든 학생의 그림이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빈말이 아니였어요"라고 기억했다.

     

  • ▲ 그림대회서 그림그리는 북한 학생.(기사내용과 직접관련없음)
    ▲ 그림대회서 그림그리는 북한 학생.(기사내용과 직접관련없음)


     그러다 로버트의 발이 어느 한 학생에게 머물렀다. 그림을 완료했음에도 계속해서 붓칠을 하고있던 학생이였다. 로버트가 다가오자 그 학생은 급히 물감을 묻히는 시늉을 했다. 당황한 학생이 팔꿈치로 이젤을 쳤고, 캔버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로버트는 미안한 마음에 캔버스를 손에 집어 이젤로 올려줬다. 그러자 북한 학생은 처음보다 더 당황하며 잽싸게 캔버스를 뺏어갔다. 당시 로버트는 '북한 학생들은 수줍음이 많구나'라고 생각해서 자리를 피해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학생이 힘들게 그린 그림에 로버트, 자신의 엄지손가락이 닿은게 생각났다. 번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지손가락을 확인해보니 물감이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로버트가 다시 그 학생의 주변을 서성이며 확인해보니 마치 이미 몇일 전 그린 그림처럼 물감이 전부 말라있더라는 것이다. 로버트는 다가가 자세히 확인해보니 학생이 왜 당황했는지 그제서야 이유를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그려진 캔버스에 그리는 시늉만을 한 것이였다.

     북한 주민들은 행사에서 조차도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권에 의해 가공된 삶을 살고있다. '보여주기'에만 급급하고 정작 내부를 돌보지 않는 글자 그대로의 '외유내강' 사회. 이미 북한은 정권의 연출 아래 전 인민이 '연기자'가 됐으며, 나라 전체는 '무대'가 됐다. 하지만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연출이 잘못된 탓이다.

     로버트는 말한다. "북한은 이제 자신들도 속을만큼 완벽한 가짜가 된 것 같다"고.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