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화장품 상점은 중국관광객 특수에 활짝
  • ▲ ⓒ중국어로 치장한 명동입구. 밤에도 관광객들이 넘친다.
    ▲ ⓒ중국어로 치장한 명동입구. 밤에도 관광객들이 넘친다.
     

    올해 중국 국경절 기간에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당초 예상(10만 명)보다 많은 12만 5천명이라고 한국관광공사가 9일 밝혔다.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쓰고 간 금액만 해도 2천7백억 정도 될 것이라 추정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 국경절 대비 40%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특히 중국인 매출은 1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잠실점과 코엑스점 중국인 매출도 각각 180%, 170% 증가했다. 그 중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번 국경절 기간동안 대박을 쳤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발표에 따르면 설화수와 라네즈로 유명한 아모레퍼시픽은 270%, 이니스프리는 900% 정도 매출이 뛰었다고 한다.

    국경절 기간 동안 명동은 평일 낮에도 북적댔다.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사람들과 물어보는 사람들, 중국인들을 찍기 위해 나온 취재진들도 있었다. 화장품 로드숍들 앞에선 매장 언니들이 무척 빠른 중국어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어오라고 말을 걸고 있었다.

  • ▲ 명동의 수많은 화장품 상점들. 명동에만 80여개나 되지만, 계속 늘어난다.
    ▲ 명동의 수많은 화장품 상점들. 명동에만 80여개나 되지만, 계속 늘어난다.
     

    거리에서 중국 관광객들의 안내를 돕는 한 자원봉사자가 있어 중국인들이 주로 어느 화장품 매장을 찾는지 물어봤다.

    “많은 사람들이 라네즈 매장이 어디 있냐고 물어봐요.”

    그래서 라네즈 매장을 먼저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매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명동역에서 큰 길 따라 쭉 걸어 내려오면 잘 보이는 곳에 있다.

    매장 안에는 화장품을 구입하러 온 중국인 고객에게 유창한 중국어로 상담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주로 기초 스킨케어 라인에 관심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수분라인을 가장 많이 사가는 것 같았다. 라네즈가 왜 인기가 많은지 궁금해 중국인 여성에게 말을 걸어봤다.

    “왜 라네즈 매장을 찾았나요? 송혜교씨 때문이에요?”

    “라네즈는 중국에서 유명해요. 중국에 라네즈가 생긴지 거의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모델 때문이라기보다 중국에서 라네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요.”

    또 다른 로드숍을 둘러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예쁘게 생긴 장근석의 사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웃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이 눈에 띄었다. 여기도 사람이 많았다.

    장근석은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류스타 중 하나다. 그래서 일까? 주로 일본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네이처리퍼블릭에서는 주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달팽이를 이용한 화장품이 가장 인기 있다고 했다.

  • ▲ 여러 브랜드를 모아 놓은 아리따움 매장
    ▲ 여러 브랜드를 모아 놓은 아리따움 매장
     

    이번엔 여러 브랜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아리따움 매장으로 향했다. 직원이 다른 곳에 2~3배 쯤 되어 보였다. 역시나 여기에도 라네즈 앞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렸고, ‘소녀시대 유리’가 모델로 있는 마몽드도 인기가 좋아 보였다.

    “확실히 유리가 인기가 많은가 봐요. 유리 덕에 마몽드 인기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선 화장품뿐만 아니라 샴푸나 염색약도 많이들 사가는 편이예요”

    중국어가 유창한 직원은 중국관광객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무척 허름한 옷을 입은 노인 분이 이것저것 자꾸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것도 가장 좋고 비싼 제품들 로만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중국의 기업 회장님이시더라고요. 엄청 많이 사가셨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중국 사람들은 쇼핑 할 때 평범한 모습으로 다녀서 옷 입은 것만 보고는 쇼핑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려요."

    마지막으로 외국인들이라면 꼭 한번 들렀다 가는 곳, 백화점 면세점에 들러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면세점이 아니라 특별 할인매장에 온 것 같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중에서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 곳에 사람이 가장 몰렸다. 캐리어에 화장품만 한 가득 사가는 모습도 보였다.

    면세점은 일반 로드숍 브랜드들도 많이 입점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설화수 매장에도 중국인으로 붐벼 직원에게 말 걸기가 힘들 정도였다. 조희정 매니저는 중국관광객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에요.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오면 훨씬 더 바빠요. 중국인들은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처음엔 깜짝 놀라기도 했지요. 화장품이 고가임에도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재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 ▲ 여러 브랜드를 모아 놓은 아리따움 매장
     
  • ▲ 중국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소공동의 한 백화점 면세점
    ▲ 중국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소공동의 한 백화점 면세점
     


직원은 중국인들이 큰 목소리뿐 아니라 또 다른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데다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대부분 꼼꼼하게 따져보고 비교해서 꼭 필요한 제품만 사가는 편이예요. 하지만 중국인들은 주로 잘 알려진 제품들을 사는 편이고 한번 사가면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가는 경우가 많죠.”

방문했던 대부분의 매장 직원들이 했던 말이었다. 또 영어를 쓰기려 하기 보다 중국어로 당당하게 물어본다고.

색조 화장품보다는 스킨케어 제품이나 기본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많이 찾고, 일 년 동안 쓸 화장품을 한 번에 사가거나, 부탁 받아 사가기도 한다. 선물하기 위해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가는 편이라고 했다.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다. 게다가 영토분쟁으로 인한 중일관계의 냉각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화장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명동에 다니며 만난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한국 화장품에 대한 믿음’ 이라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많은 화장품 업계들은 이 믿음에 힘입어 중국에 진출하고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인기를 얻었다고 변하지 말고 언제까지나 믿음과 신뢰가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