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일부터 7일까지의 중국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화장품 업계가 유례없는 특수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일대 화장품 로드숍들은 물론이고, 백화점 면세점도 사상 최대 일 매출을 올렸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 ▲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의 한 화장품 코너
    ▲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의 한 화장품 코너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 내 설화수 매장 조희정 매니저는 “10월초 하루 매출이 1억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5일 화장품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층에서 면세점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조희정 매니저는 “오늘은 적은 편이다. 10월 1,2일은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조희정 매니저는 “10월초 하루 매출이 13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계속 넘어서고 있다. 올 1월말 설날 명절에도 중국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번엔 어림 잡아 그때보다 10~15%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의 한국화장품 상점은 중국관광객들로 북적인다.
    ▲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의 한국화장품 상점은 중국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화장품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비롯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다양한 브랜드들이 대부분 입점해 있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주로 국내브랜드를 찾고 있었다.

    올 1월말 설 연휴에도 국내 화장품 업계는 밀려드는 중국관광객 덕분에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이번 중국 국경절 연휴에는 그 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설화수 매장에서는 직원 채용시 중국어 성적까지 볼 정도로 중국어가 유창한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은 아예 홍보담당자까지 중국인을 채용했다.  리양(27)씨는 "대전에 있는 대학을 나와 건국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올해 초부터 면세점 홍보담당자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 관리도 맡고 있다.

    면세점뿐 아니라 명동일대 로드숍들 역시 중국 국경절 호황을 누렸다. 명동거리 중심에 위치한 라네즈 스타 매장은 중국 관광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품격 있는 매장 중 하나로 꼽힌다. 1층에서는 화장품 판매가 이뤄지며 3, 4층에는 한방 에스테틱 전문점 ‘한율정’이 함께 있어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나 인기 있다고 한다.

  • ▲ 명동 거리의 화장품 상점 밀집지역
    ▲ 명동 거리의 화장품 상점 밀집지역
     

    명동에 위치한 대다수 로드숍들은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점원들이 나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호객을 하지만, 라네즈는 호객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다. 매장 내에서 방문한 중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친절하게 안내할 뿐이었다.

    이날 라네즈 매장을 방문한 중국인 리베카(Libecca)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화장품 세트를 구입했다. 리베카는 " 남자 친구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골랐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온 그녀는 국경절 연휴로 한국에 6일간 머물면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출국하기 전 화장품을 사기 위해 명동에 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동의 화장품 상점 수는 최근 몇 년간 급속하게 늘었다. 한 브랜드에서 여러 개의 상점을 내는 것도 흔하다. 명동 일대에만 화장품 상점이 80여개 정도 되는 듯 했다.

  • ▲ ⓒ명동 중심가의 라네즈 스타 매장
    ▲ ⓒ명동 중심가의 라네즈 스타 매장
     

     이곳에서 2006년부터 일하고 있는 라네즈 스타 매장의 박기현 매니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외국관광객들이 급속히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구매력이 높아진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이 명동에 와, 다른 곳에서 1개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한국화장품 2개 정도 구입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라네즈 스타 매장의 하루 매출은 1천~1천5백만원 안팎으로, 이 매장 한 곳에서만 한해 매출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등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규모를 맞먹는 셈이다.

  • ▲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각종 중국어 홍보물들
    ▲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각종 중국어 홍보물들
      

  • ▲ 낮과는 다른 분위기의 명동 밤 거리
    ▲ 낮과는 다른 분위기의 명동 밤 거리
     

    명동은 이제 세계적인 쇼핑중심지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명동이라는 오래된 상권의 역사와 함께 끊임없는 변신과 관광객들을 수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큰 역할을 했다. 내년이면 명동 중심 거리는 차량 통행이 완전 금지되어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게 된다.

    또 화장품은 물론이고 의류, 음식점, 숙박시설, 발 마사지, 귀금속상점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저녁이 되면 길거리에 노점상들이 들어서는 것도 명동 체류시간을 늘려주는 또 다른 즐길 거리다. 노점상들은 떡볶이나 오뎅 같은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먹거리를 팔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박기현 매니저는 “앞으로 중국관광객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