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에서 “오랜 전세살이, 설움 안다”…진실은 전세 기간 1년 안팎네티즌 “그렇게 전세 오래 살아서 ‘월세’ 사는 박원순 시장과 친했나” 일침
  • 지난 7월 23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하 안 교수)이 SBS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방송이 끝난 직후 인터넷에는 ‘안철수 힐링캠프 어록’ 등의 글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대부분은 지지자인 듯 “안 원장님의 말에 감동받았다”는 것이었다. 지지자로 보이는 네티즌들은 그가 자서전에 쓴 “서민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부분도 반복해 인용했다.

    하지만 지난 9월 3일 이런 안 교수의 ‘어록’은 일명 ‘서민 코스프레’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7월 23일 SBS 힐링캠프 제53회 안철수 편

  • ▲ 지난 7월 23일 SBS 힐링캠프 당시 안 교수의 발언.
    ▲ 지난 7월 23일 SBS 힐링캠프 당시 안 교수의 발언.

    안 교수가 ‘힐링캠프’에 출연해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은 소설보다 더 비참하다며 밝힌 그의 ‘경험’은 이렇다.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낙후됐던 서울 구로동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그때 사람이 고귀한 존재임은 알고 있었지만 가난이 사람은 물론 가족도 깨트린다는 것을 보게 됐다. 여기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돌보게 됐다. 아들이 일찍 죽고 며느리가 집을 나가자 어릴 적부터 손녀를 키워왔다. 그러나 류머티즘이 심해지고 거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초등학생인 손녀딸이 신문 배달로 할머니를 먹여 살렸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안철수는 그 곳에 왕진을 갔다가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보게 됐다. 중학생 소녀가 달아나서 할머니는 배고픔으로 아사를 하게 됐다.

    이런 모습을 보며 현실이 소설보다 더 참혹하다는 것을 배웠다.”

    ‘100원 짜리 약’ 이야기도 여기서 나왔다.

    “의료봉사활동을 다니는데 환자들이 잘 낫지 않았다. 아직 학생이라 낫지 않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무료로 나눠준 약을 먹지 않아서였다. 이때 나는 단돈 100원을 받고 약을 팔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환자들은 무료로 나눠준 약은 먹질 않더니 돈을 내고 먹는 약은 꾸준히 복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봉사활동을 하던 학생들이 명의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일로 무료제공이 최선은 아님을 깨닫게 됐다.”

    안 교수는 지난 7월 발간한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내 집 마련 때문에 고생하는 직원들을 많이 봤다. 나도 전세살이를 오래 해 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

    그의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더욱 의기양양했다. 지난 9월 3일 <문화일보>의 보도 전까지는.


    80년대 후반 부모 명의로 아파트 입주권 구입…강남에도 아파트

    지난 9월 3일 <문화일보>는 안 교수가 1988년 4월 서울 사당동 대림아파트의 재개발 입주권(일명 ‘딱지’)를 구입해 입주했다고 전했다.

    재개발 입주권이란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를 돈 많은 사람들이 사서 이익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80년대 후반 정부는 입주권 전매제한을 실시한 적이 있다.

    ‘딱지’로 자기 집을 구입한 것이 논란이 되자 안 교수 측은 “어머니께서 사당동 아파트를 장만했고 곧 (강남 역삼동의) 전셋집으로 이사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거짓말’로 보이는 부분이 드러났다. 안 교수가 1993년 12월 ‘전세’로 입주했다는 서울 강남구 역삼럭키아파트 또한 그의 모친이 1988년 4월 구입했던 집이다.

  • ▲ '조선일보'가 보도한 안철수 아파트 논란 요약 그림.[그래픽: 조선일보 캡쳐]
    ▲ '조선일보'가 보도한 안철수 아파트 논란 요약 그림.[그래픽: 조선일보 캡쳐]

    결국 ‘증여세는 제대로 납부했는가’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7월 발간한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대학원 재학 중 월급이 30만 원 밖에 안 돼 어려웠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더 커지자 안 교수 측은 “아파트 구입 건은 저희 부모님께서 아시는 부분이 저는 잘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다. 안 교수의 측근들은 “안 원장 부모님께서 연로하셔서 증여세나 아파트 구입 당시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 하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돌직구’가 쏟아졌다.

    “아니, 안 교수 부친께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병원을 운영하며 진료를 했고, 두 분 다 정정하신데 잘 기억을 못하신다니 말이 되느냐.”

    다른 문제도 불거졌다. 당시 사당동 대림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에는 안 교수가 사당 2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아파트 입주권을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안 교수 설명대로라면 부모는 아들 모르게 명의를 사용했고, 아들은 그걸 몰랐다가 나중에 그 집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문제가 더 커진 안 교수 측은 ‘혹 떼려다 붙인’ 꼴이 됐다.


    용산 재개발 비판했던 안 교수, 부모의 행동에는?

    ‘재개발’과 관련된 안 교수의 말과 그의 부모가 했던 행동에서도 괴리가 드러났다.

  • ▲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 교수의 또 다른 발언.
    ▲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 교수의 또 다른 발언.

    <조선일보>는 <문화일보> 보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안 교수가 ‘전세로 입주했다’는 역삼럭키아파트 문제였다.

    “당시 (역삼럭키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부산에 거주하던 안 원장의 모친은 재개발 확정 승인이 나기 2개월 전인 1988년 4월 20일 재개발 예정지인 서울 강남구 역삼 1지구의 대지 중 3분의 1을 구입하는 '지분 쪼개기'를 통해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안 원장의 모친은 조합원 몫으로 배정된 34평(112㎡)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시 분양가는 1억2천만 원에서 1억5천만 원선으로 알려졌다. 역삼럭키아파트는 1993년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입주를 한 사람은 아파트 소유주인 안 원장 모친이 아니라 안 원장으로 돼 있다. 안 원장 측도 ‘입주한 것이 맞다’고 했다.”

    안 교수의 ‘생각’ 대로라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서 밝힌 재개발 관련 내용을 보자.

    “거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 논리만 밀어붙이다가 용산 참사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 앞으로 도시를 재개발할 때 세입자 등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

    SBS 힐링캠프에서 말한 “대학 시절 구로동에서 주말에 의료 봉사 활동을 했다. 가난이 사람은 물론 가족도 깨뜨린다는 것을 보게 됐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참혹하다는 것을 배웠다”는 말도 우스워진다.

    그(또는 그의 모친)이 ‘딱지치기’를 하던 시기가 대학원 시절과 겹쳐 ‘무료 의료 봉사’를 하던 시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한쪽에서는 빈민촌 봉사활동 하고 한쪽에서는 딱지로 아파트를 샀다는 게 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책에도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한 말도 ‘개그’로 전락한다. 그가 전세로 살았던 기간은 길게 잡아도 1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 교수 비판여론 더 거세질까?

  • ▲ 2011년 11월 2일 '희망캠프'에서 만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시장. 그들 말에 따르면 한 사람은 전세살이를, 다른 사람은 월세살이를 오래 했다.
    ▲ 2011년 11월 2일 '희망캠프'에서 만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시장. 그들 말에 따르면 한 사람은 전세살이를, 다른 사람은 월세살이를 오래 했다.

    이 같은 ‘말 따로 현실 따로’인 안 교수에 대한 비난여론은 점점 더 비등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 그렇게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서 월세로 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하게 지냈나 보다”라고 비꼬는가 하면 다른 이는 “이제 딱지치기 찰스라 부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위터 등에서도 우파 진영 사람들을 중심으로 안 교수의 ‘딱지로 아파트 구입’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안 교수 지지자들은 측근들의 '해명'만 반복하며 별 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있어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