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여의도에서 집회 갖고 대한문까지 가두행진 추진“작년처럼 사람과 돈 모아 희망버스 운영해 달라” 요청하기도
  • 오는 16일 여의도와 대한문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쌍용차에서 정리해고 된 이들을 위한 집회란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중앙 일간지 <경향신문>이 직접 주최한다는 점이다.

  • 지난 11일 주요 좌파단체와 좌파성향 인터넷 모임에 시위 참가 요청 공문이 돌았다. 주제는 ‘살인정권 규탄! 정리해고 철폐!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희망버스 사법탄압에 맞서는 돌려차기’였다.

    이들은 각 단체에게 회원들에 대한 시위참여 독려와 ‘기금 모금(1인당 1만 원)’, 각 단체별 ‘희망버스 운영’을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모여 오는 16일 토요일 오후 1시 여의도공원에서 모여 대한문까지 시위행진을 한 뒤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10시까지 시청광장 앞에서 ‘희망버스’처럼 ‘난장’을 벌이겠다고 한다.

    눈에 띠는 점은 행사 주최 측이다. 지금까지 정리해고 관련 시위는 상급노조나 노조 단체가 주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시위를 ‘쌍용차 정리해고자 대책위’와 좌파 기관지 ‘참세상’이 주최하는 건 이해가 됐다. 하지만 ‘중앙일간지’ <경향신문>이 낀 것은 의외였다. 후원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레디앙>, <진보네트워크> 등이다.

    <경향신문>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이 후원을 하는 이 시위의 구체적인 목적은 뭘까. 협조공문 내용을 보면 이렇다.

    협조 공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시위 참여를 요청했다.

    “벌써 스물 두 분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는 민노총을 비롯해 67개 단체들로 구성된 연대체다. 쌍용차 범대위는 6월 16일을 ‘범국민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작년 ‘희망버스’는 광범위한 사회적 연대운동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벌금폭탄으로 연대운동을 위축시키려 한다. ‘희망버스 사법 탄압’에 맞서는 ‘돌려차기’는 사법 탄압에 맞서 집회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6월 16일~17일 쌍용차 문제 해결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희망버스 사법탄압’에 맞선 행동들이 ‘희망과 연대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이 말만 보면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된 사람들 모두가 ‘억울’한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아래에 보는 동영상은 2009년 평택 쌍용차 사태 당시 여론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쌍용차 노조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 한 쪽은 노사가 힘을 모아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자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쪽은 회사를 압박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후자에 속한 노조원들은 나중에 민노총 등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공장을 점거한 채 무기한 폭력 투쟁을 시작했다.

    점거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을 향해 직경 3cm인 쇠볼트를 쏘기도 했고, 수십만 톤의 인화물질을 보관 중인 공장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노(勞)-노(勞) 갈등’은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회사를 점거한 노조 측은 자신들에 동조하지 않는 동료들을 향해 동영상과 같이 지게차를 내세워 ‘돌진’했다. 이 일로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나중에 경기경찰청이 특공대와 헬기까지 동원하면서 점거농성은 끝이 났다. 이후 회사는 점거농성에 가담하거나 주도한 정도에 따라 ‘정리해고’하거나 ‘무급휴직’ 처리했다. 남은 쌍용차 직원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코란도C’와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W’ 등을 내놓으며 회사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판매량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최근 휴직자들이 복귀할 때까지 협력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휴직자 중 일부를 복직시켰다. 이들은 ‘남은 직원들’은 “꼭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다.

  • ▲ 2009년 7월 평택 쌍용차 사태 당시 본사 공장정문 인근을 막아선 민노총 조합원들.
    ▲ 2009년 7월 평택 쌍용차 사태 당시 본사 공장정문 인근을 막아선 민노총 조합원들.

    그런데도 ‘살인해고’를 주장하면서 2011년 한진중공업과 부산 영도를 ‘박살내다시피’ 한 ‘희망버스 시위’를 들고 나오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남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겨우 회복세를 보인 쌍용차를 다시 거덜내겠다는 걸까.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경향신문>은 무슨 생각일까. 민노총에게 사옥의 절반을 빌려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 직접 나서겠다는 걸까. 쌍용차가 망가지면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