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박근혜를 겨냥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박근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가? 새누리당 비박(非朴) 대권 도전자들-김문수 이재오 정몽준이 완전국민경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 보이콧하겠다고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데 대해.

    이를 지켜보면서 역사는 참으로 비슷하게 반복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1992년 김영삼과 당시 대통령 노태우의 민정계 간 경선 과정이 지금 새누리당 안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그때도 YS는 당 안팎의 압도적 지지로 대세를 장악하고 있었다. 지금 박근혜와 똑같이. YS가 대통령 후보가 될 확률이 99%라면, 민정계 후보로 나선 이종찬은 1%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나? YS가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뽑혀, 본선에서 이기기까지엔 그야말로 자갈밭이었고, 지뢰밭.

    경선이 임박해지면서 이종찬을 포함해 민정계가 들고 나온 게 불공정 경선론! YS가 당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것. 지금 비박계 대권 도전자들이 박근혜가 당을 장악하고 있으니 국민경선하자는 주장? 이미 20년 전 민정계가 했던 소리!

    결국 이종찬은 경선 직전 경선 포기를 선언했고, 당시 민자당 대의원들은 하는 수 없이 YS 대(對) 이종찬이라는 ‘유령’을 세워놓고 투표하는 코미디를 연출.

    경선이 끝나자 이종찬을 비롯해 박태준 김복동 박철언…노태우 정권에서 권세 깨나 누렸던 민정계 실세들은 그래, YS가 대통령 되나 보라며 줄줄이 탈당.

    YS는 완전히 전방위 폭풍-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빠져든다. 민정계 탈당파와 김대중(DJ)의 협공 속에서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 대한민국 정치판은 민주주의고 뭐고 할 것 없이 ‘억지’ ‘생떼’ ‘생트집’이 통하는 풍토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현장!

    5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YS와 갈라섰던 이종찬 박태준은 DJ 캠프에 합류해 이회창을 쓰러뜨리는데 1등 공신으로 대활약. 국가정보원장, 국무총리 제각각 한자리씩!

    정치9단 YS, 민주투사라는 명예마저 던져버리고 3당 합당이라는 극약처방까지 감수하면서 대세를 장악했지만, 그도 간신히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YS의 대도무문(大道無門). 지금 박근혜에게 가장 유익한 역사책이 될 수 있다.

    비박계가 주장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박근혜는 완전히 밀리기 시작할 수 있다. 왜? 기선이 제압되기 때문!

    퍼펙트 스톰을 예견하고 ‘무소의 뿔’처럼 단호히 걸어가며 이를 뚫고 갈 수 있는 의지와 기획이 필요하다.

    -첫째, 곧 있게 될 대선 출마 선언에서 ‘왜 박근혜인가!’를 파격적으로 보여주지 못해 국민의 눈과 귀를 결정적으로 붙잡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의 본격적 시작을 자초할 수 있다.

    여론이 감동하지 못하면 그 틈을 비집고 비박계가 더 들고 일어날 게 뻔하다.

    대선 출마 선언은 ‘박근혜 대선 드라마’의 첫 장면-이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실패의 길로 들어서기 쉽다.

    -둘째, 경선 캠프의 면면이 감동적이어야 한다. 인재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아니라, 다음 정권의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을 떠올릴 정도로 획기적 인선이 나오면 민심을 크게 붙잡을 수 있다.

    목수가 산에 들어가 나무 고를 때 머릿속에서 이건 대들보감, 저건 마룻감하며 선별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유능한 목수다.

    경선 캠프의 면면을 보면 ‘박근혜 정권’의 싹수를 알 수 있다.

    -셋째, 2030 세대를 파고 들 수 있는 비책이 절박해 보인다. 이건 현실이다. 지금 인터넷, SNS, 방송 영역은 ‘젊은층>좌파>종북세력’이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 구도를 깨지 못하면 대선은 대단히 어렵다고 단언한다. 경선캠프와는 별도로 독립적인 ‘2030캠프’를 세워 몰입해야 한다. 젊은층을 설득해 돌려 세우고, 좌파·종북세력과 일전을 벌이며 돌격 앞으로!

    -넷째, 박근혜가 ‘비전에 살고 비전에 죽는 국가경영자’라는 이미지로 승부를 걸면 크게 먹혀들 수 있다. ‘비생(生)비사(死)’-네거티브 전쟁 속에서도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대통령 이명박과의 갈등에 말려들어서는 건 금물! 이회창이 김영삼과 갈등을 빚어 좌절했던 것처럼.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라는 주문은 ‘악마의 속삭임’!

    결국 박근혜가 대권을 장악하느냐?
    그가 대도를 뚫고 가느냐에 달렸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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