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북한 지하교인들의 삶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갈망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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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문화극장 엘림홀에서 열린 뮤지컬 ‘언틸 더 데이(Until the Day)’에서 몇몇 관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꽃제비(20세 미만의 북한거지)들이 등장했을 때, 수용소에서 주인공이 고문을 당할 때 흐느끼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공연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탈북자들이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한 탈북자는 “옛날 생각이 난다”며 울먹였다.

    그만큼 공연을 대하는 탈북자와 일반인의 차이는 컸다. 기자에겐 ‘남의 일’이라 여겨지는 내용이, 탈북자에게는 불과 몇 년전 겪었던 실제 상황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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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그거 아니? 여기서부터 저기 까지 삼천리 밖에 안돼.”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한 후 천국에서 한 말이었다.

    뮤지컬 ‘언틸더데이’는 다큐멘터리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프랑스 국영방송 기자가 북한의 실상을 깨닫고, 북한 사회에 회의감을 느낀 젊은 남녀가 탈북을 결심하지만 결국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김희원 극단 대표는 “북한인권사진전에서 북한군인들이 북한여성을 강제 낙태시키는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로버트 박 선교사가 북한에서 역류됐다가 풀려난 이후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사진전과 탈북자들의 증언, 프랑스 기자가 영상으로 찍은 북한 실상 등이 극의 모티브가 됐다. 명확한 사건만 극의 줄거리에 반영했다고 하나 기자가 그동안 만난 탈북자들의 증언에 비하면 약과였다.

    평양종합예술대학 출신으로 인민군 협주단에서 무용배우로 1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 김영순 씨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9년간 수감된 적이 있고 2006년 북의 정치범 수용소를 소재로 한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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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공연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석우 통일부 전 차관 등이 관람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그날까지 다 함께 마음을 모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북송될지 고민하고 있는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 공연을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전 의장도 무대에 올라 “오늘 좋은 뮤지컬을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들과 같은 뜻으로 탈북자들이 한 사람이라도 끌려가지 않도록, 한 사람이라도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미약하게나마 돕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와의 대화에서 김 전 의장은 “주제가 무거워 마음이 울적해질 수 있는데 짜임새가 있어 뮤지컬에 빠져들 수 있었다. 더 큰 무대에서 뮤지컬이 펼쳐져도 충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 ▲ (왼쪽부터)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김희원 극단 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베드로 목사 ⓒ 뉴데일리
    ▲ (왼쪽부터)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김희원 극단 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베드로 목사 ⓒ 뉴데일리
     
  • ▲ 탈북자를 위한 곡 'WHY'는 가수 윤항기씨가 작사·작곡한 노래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개사했다. ⓒ 뉴데일리
    ▲ 탈북자를 위한 곡 'WHY'는 가수 윤항기씨가 작사·작곡한 노래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개사했다. ⓒ 뉴데일리

    이날 공연은 탈북자들을 위한 'WHY(그들은 왜?)'라는 노래로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고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가수 윤항기씨가 작사·작곡하고 박선영 의원이 개사한 노래였다. 박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같이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휘를 하기도 했다. 2~3번씩 노래를 부르다보니 가사를 외운 사람들도 있었다.

    ‘탈북자’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선 우리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공연을 보며 그들과 하나되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뮤지컬 '언틸더데이'는 4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펼쳐진다. 월요일을 빼고 평일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은 오후 5시에 공연된다.

  • ▲ 이날 엘림홀은 관객들로 가득찼다. ⓒ 뉴데일리
    ▲ 이날 엘림홀은 관객들로 가득찼다. ⓒ 뉴데일리
     
  • ▲ 뮤지컬 '언틸더데이'는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극장 엘림홀에서 펼쳐진다. ⓒ 뉴데일리
    ▲ 뮤지컬 '언틸더데이'는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극장 엘림홀에서 펼쳐진다. ⓒ 뉴데일리

    ◆뮤지컬 '언틸더데이'? =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린 북한 지하교인들의 삶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갈망 등을 그린 작품. 특히 굶주림으로 꽃제비가 된 동포들의 처절한 삶을 통해 그동안 그 누구도 꺼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을 여과없이 공개된다.

    제작 관계자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얘기들을 강렬하고 재미있게 풀어냄으로써 북한의 인권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놉시스 = 북한 로동당 선전선동부 차장인 명식과, 꽃봉오리예술단의 주연배우로 활동하는 순천은 사랑하는 사이다. 상류층에 속하는 명식이지만 북한의 불안정한 정치체제와 굶어죽는 주민이 늘어나는 암울한 사회구조를 벗어나고자 탈북을 준비한다.

    프랑스계 한국인 민혁은 프랑스 국영TV 기자로, 북한을 방북 취재를 위해 돌아다닌다. 하지만 민혁은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몰래 취재하다 명식에게 걸리고 명식은 민혁의 약점을 잡고 자신과 가족의 탈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들이 탈북을 계획한 날, 꽃봉오리 예술단 공연이 올라가는데….

  • ▲ 뮤지컬 '언틸더데이'는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극장 엘림홀에서 펼쳐진다.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