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KBS새노조 125배 뻥튀기"···노무현때 MB측근131명 추적도
  • 불과 3일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제 덫에 걸려 수세에 몰리게 된 형국이다.

    지난달 29일 KBS 새노조가 “MB정권의 소행”이라며 내놓은 민간인 사찰 문건 2,619건 중 80%가 넘는 2,200여건의 자료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대반격에 KBS 새노조는 슬그머니 “문건을 작성한 시기가 잘못됐다”며 오류를 인정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통당 상임고문은 “노무현 정부 때 한 것은 적법 절차를 따른 공직 감찰”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 “참여정부에선 불법 사찰 민간인 사찰을 상상도 못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총리실까지 나서 “DJ·노무현 정권 때도 정치인·민간인을 사찰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했다.

    최금락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이 2003년엔 김영환 의원(당시 민주당)과 윤덕선 인천 농구협회장, 2004년엔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2007년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 김의협 회장 등 다수의 민간인 등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최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대통령(당시 서울시장) 주변 인물 131명을 불법 사찰해 작년 4월 유죄 판결을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도 정부 내 사정기관에서 ‘BH(청와대) 하명사건’을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좌)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상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좌)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상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 새누리 “전·현 정권 모두 책임” vs 민통당, 이명박근혜 인신공격

    전세가 뒤집히자 새누리당은 즉각 공세로 전환했다.

    이상일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현안 회의 결과 브리핑을 갖고 “특정 정파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간인 사찰 자료를) 유출해 활용한 만큼 누가 어떤 이유에서 빼돌렸는지 규명하자”며 포괄적 특검을 민통당에 제안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전날(1일)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민간인과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관련 자료 역시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조사심의관실은 현 정부 공직윤리지원관실 전신으로 당시 조사심의관실이 다수 민간인과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문건이 공개돼 국민이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통당은 전 정권에서 이뤄진 것은 사찰이 아니고 감찰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민통당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와의 선긋기도 명확히 했다.

    이 대변인은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전(前) 정권이든 현(現) 정권이든 민간인 사찰은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정부는 민간인 사찰이 왜 이뤄졌는지, 결과는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통당은 구체적인 해명보다는 인신공격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2일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해 “박정희 유신 독재부터 지금까지 사찰 정신이 아들 딸들에게 잘 전수되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특히 그는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명박근혜(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 정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부전자녀전”이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위원장을 겨냥한 뒤 “어떻게 뻔뻔하게 사찰의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다고 하느냐. BH하명이 봉하 하명이냐. 연예인 김제동씨까지 사찰하는 몰염치한 이명박근혜 정권은 스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불법사찰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행태를 보면,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을 통해 대통령에게 직보됐고 이 전 비서관이 수시로 대통령을 면담했는데 몸통인 이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 새누리당 이혜훈 총선 종합상황실장 ⓒ연합뉴스
    ▲ 새누리당 이혜훈 총선 종합상황실장 ⓒ연합뉴스

    ■ 이혜훈 “KBS 새노조도 인정했다” vs 최재천 “우리는 사찰 아닌 감찰했다”

    장외에서도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새누리당 이혜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과 민주통합당 최재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은 민간인 사찰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혜훈 실장은 청와대의 공식 발표를 인용하면서 “민간 사찰 문건의 83% 정도가 전 정권에서 일어났던 것에 대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KBS 새노조가 입장을 바꿔 잘못 알았다고 시인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리가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현 정권이든 전 정권이든 이 사찰 문제에 있어선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가 힘을 모아서 구태를 끊어야 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재천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가 시행했던 사찰은 합법적인 감찰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본부장은 “공적기강 확립을 위한 합법적 감찰은 공무원법이나 감사원법에 이미 규정돼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의미이고 헌법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감찰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할 사안입니다. (새누리당이) 물타기를 통해서 ‘나도 피해자야’ 이런 식으로 도피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혜훈 실장은 “그래서 다시 말씀드린다. (KBS 새노조가) 125배나 되는 뻥튀기 폭로를 했다가 지금은 이제 바로 잡은 것이다. 남아 있는 이 21건에 대해서도 아직 진실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사찰과 관련돼서 의심을 받고 있는 모든 문건을 공개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최 본부장이 꼬리를 물었다. 그는 “21건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정말 위험한 것이다. KBS 새노조의 실수를 새누리당이 양비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는 공약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표도 피해자니까 논의를 봉쇄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실장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 논의를 덮자는 것으로 오도해서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건 국민들께서 다 들으셨을 줄 안다. 더욱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저희들이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고 이 문제는 반드시 발본색원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없애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